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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 산도라는 메뉴다.
 스콘 산도라는 메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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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간다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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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투어만큼 혹은 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투어. 특히 젊은 여성분들에게 인기인데, 예전엔 스타벅스니 프랜차이즈 카페가 한창 우후죽순처럼 생기더니 요 1~2년 새엔 감각적인 개성을 살린 개인 카페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물론 나야 커피를 빵만큼 즐기는 건 아니라 그렇게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혹 디저트나 빵 같은 게 준비되어 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커피가 주 디저트가 부가 아닌 디저트가 주 커피가 부인 곳들도 제법 있는데, 바로 이번에 들를 곳이 그런 가게다.

이런 동네에 요런 곳이 있다니!
 이런 동네에 요런 곳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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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신 분들에겐 홍제동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유진상가를 지나 조금 들어간 골목, 도통 핫한 디저트 카페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안 가는, 조금은 외진 분위기를 느끼며 걷다보면 가게 앞 통유리 속으로 얼핏 보이는 수북이 쌓인 스콘(차와 곁들이기 좋은 영국의 빵)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디저트 카페, 마이 디어 스윗이 자리를 잡고 있다.

차분한 분위기의 디저트카페다.
 차분한 분위기의 디저트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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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포토존인 핑크색 벽. 은근히 귀여운 소품들이 많다.
 나름 포토존인 핑크색 벽. 은근히 귀여운 소품들이 많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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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SNS)으로 상상한 이미지랑 조금 다른데?'

첫 느낌은 그랬다. 그 무렵만 해도 나에게 이런 신상 카페들은 마치 스튜디오에 온 듯 화려하게 꾸며놓고 주로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을 고객으로 삼는다는 인식이 강했으니까... 헌데 여기는 그나마 핑크색이 도는 한쪽 벽면과 그 밑의 심플한 테이블 정도가 그러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오히려 소소하면서도 세심하게 꾸며놓은 인테리어나 한쪽에 비치된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책들, 정성스레 장식된 귀여운 소품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이곳만의 친근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크기를 보고 돌도끼 떠올리신 분들 제법 된다.
 이 크기를 보고 돌도끼 떠올리신 분들 제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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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수북하게 쌓여있는 큼지막한 크기의 스콘들. 일반 카페 스콘의 두 배는 족히 될 법한 크기가 인상적이다. 그 푸짐한 비주얼 덕분에 석기시대 돌도끼가 떠오른다는 분들도 제법 많았다. 이 스콘들은 종류도 다양한 편인데, 고구마, 쑥, 호박, 그린페스토 등 주로 담백한 재료들이 사용된 것들이 많고 최근엔 콩고물에서 흑임자, 오레오, 캐러멜까지 그 범위가 넓어져 고르는 재미가 퍽 늘어났다. 또 보이는 케이크들 역시 크기가 큼직한데, 당근케이크, 초코머드, 녹차초코는 오픈 때부터 쭉 이어진 메뉴고 최근엔 흑임자치즈케이크나 카라멜케이크 등도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이곳의 특징적인 메뉴가 바로 콩가루 팬케이크와 몇 가지 프렌치토스트다. 요리를 하셨던 쉐프님의 경력을 살려 주문시 즉석에서 만들어주신다. 사실 그러다보니 디저트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 마련이라 그 중간에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게 저 스콘들이다. 하지만 크기 때문일까 정작 스콘은 다들 테이크아웃해 가고, 디저트만 먹고 간다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곳의 콩가루 팬케이크 같은 경우엔 얼마 전 콩가루 디저트 붐을 타고 포털에도 소개된 적 있는 꾸준한 인기메뉴.

디저트와 브런치가 될만한 음식도 잘 갖추어져 있다.
 디저트와 브런치가 될만한 음식도 잘 갖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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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얼마나 세심한 성격인데요."

마이 디어 스윗의 스콘이나 디저트를 먹어보면 절묘한 조합에 '이런 게 이렇게도 어울리는구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감말랭이가 들어간 콩가루 스콘이나 깻잎과 토마토를 이용한 그린페스토 스콘 등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만드는 음식들은 재료 고유의 맛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디저트 본연의 역할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물론 달콤한 디저트들 또한 원색적이지 않은 고급진 달달함으로 손님을 유혹하고 있고.

하나 하나 이곳의 개셩으로 자리 잡았다.
 하나 하나 이곳의 개셩으로 자리 잡았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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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문 때 툭툭 쌓여있는 큼직한 스콘이나 의자 대용으로 가져다 놓은 벽돌(물론 위엔 쿠션이 깔렸지만), 무던하게 툭 던져(?) 놓은 르 꼬르동 블루 디플롬 액자를 보고 '쉐프님이 퍽 털털하신 분이신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상상은 위의 디저트를 먹으며 놀란 기분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저런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테스트를 하셨을지. 게다가 팬케이크나 프렌치토스트의 섬세한 플레이팅, 남다른 식감, 맛에서도 그 모습이 엿보인다. 이곳의 디저트는 스콘을 제외하면 용기 문제로 포장이 되는 게 많지 않은데 사실 아무렇게나 포장해서 팔면 편하겠지만 쉐프님께선 손수 만든 디저트가 망가지는 걸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고.

디저트를 먹다보면 가게 밖 자그마한 고양이 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을 자주 볼 수가 있다. 고양이 맛집으로도 나름 유명해진 걸까? 나름 다양한 녀석들이 오가곤 하는데, 개중엔 사료를 너무 먹어 몇 달 만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보스'라는 냥이도 있었다.

쉐프님께서 길고양이를 보면 예전에 동물을 키우던 때가 생각이 나, 사료도 주고 집도 만들어 주다보니 이리되었다고. 이 고양이들 또한 이제 마이 디어 스윗의 나름 특징 아닌 특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 커피도 맛있다.
 심지어 커피도 맛있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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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와 돌아가는 길. 밖에서 보면 가게는 많아야 5팀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크지 않은 규모. 유리창 속으로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서 디저트를 즐기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많아 북적한 홍대를 지나 올라온 이곳에서 조용히 숨어있는 보물 같은 공간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때로는 도심도 좋지만 살짝 떨어진 곳으로 떠나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제법 든든한 요깃거리인 스콘에서 브런치라고도 할 수 있는 프렌치토스트, 거기에 디저트로 케이크까지. 완벽한 한상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커피도 맛있으면 말 다한 거 아닌가?

아래에 마이 디어 스윗의 디저트를 먹고 온 소감을 적어봤어요.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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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까지 부어주면 침이 절로 넘어간다.
 시럽까지 부어주면 침이 절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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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팬케이크는 두툼한 팬케이크 세 점 위로 푸짐하게 뿌려진 콩가루, 도톰하게 올라간 크림이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디저트. 옆에 내어주시는 시럽을 위로 부어주면 더더욱 먹음직해진다. 팬케이크는 부드럽고 폭신하게 씹히는 식감. 뿌려진 콩가루나 호두의 고소하고 은은한 달콤함이 처음에 입맛을 자극한다.

거기에 살짝 치즈가 더해진 듯 밀도감 있는 크림과  '달큰하다' 정도의 딱 필요한 단맛만 내어주는 시럽이 더해지는 순간, 언제 내가 이렇게 큼직한 디저트를 다 먹었나 하고 아쉬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디저트. 쉐프님 말로는 조청에 인절미 찍어먹는 맛이라고 하셨는데, 딱 그런 한국적인 느낌이 있으면서도 또 이국적인 느낌이 더해진 고급스런 콜라보를 만날 수 있다.

영롱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영롱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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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멜 케이크는 위에 주르륵 흐르는 캐러멜, 반짝거리는 소금과 설탕 그리고 곁들여진 크림이 너무나 먹음직한 케이크. 마이 디어 스윗의 디저트 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편에 속하고, 질감도 아주 꾸덕하고 묵직해 깊은 맛과 잘 어울린다. 확 올라오는 색만큼이나 진한 캐러멜 풍미가 역시나 특징. 달콤함도 있지만 쌉싸래함도 제법 강한 맛이 퍽 매력적이다.

거기에 소금의 짭짤함이 살짝 더해져 더더욱 감칠맛 나게 만들어 주는 것도 포인트. 요즘 말로 단짠단짠한 조합이다. 위에 뿌려진 카라멜 소스랑 같이 먹을 때 더 그 느낌이 두 배는 살아나고, 조금 맛이 강하다면 크림을 더해 부드러움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이렇게 저렇게 즐겨보자.

세상엔 이런 스콘도 있다.
 세상엔 이런 스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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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 크럼블 스콘은 윗부분에 퍽 두툼하게 올라간 크럼블이 매력적인 스콘. 사이사이 오레오 쿠키도 들어있다. 조합이 조합인 만큼 제법 달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요 스콘의 반전매력. 물론 위의 크럼블은 바삭바삭하고 달달한 맛으로 입맛을 끌어준다.

반면 아래의 스콘 부분은 오레오가 씹힘에도 담백한데, 조금 폭신하면서도 목메는 밀도감이 있어 우유를 부르는 전형적인 스콘의 식감을 가졌다. 오레오가 군데군데 듬뿍인 만큼 그 쿠키 맛도 계속 깔려있어 심심하지 않은. 오레오쿠키만 많이 먹으면 물릴 텐데 이건 그런 것도 없다.

그린페스토스콘 역시 겉은 바삭한 쿠키 같고, 속은 또 포실하게 씹히는데, 첫 입 넣는 순간 깻잎의 익숙하면서도 또 독특하게 다가오는 향이 특징인 스콘이다. 페스토 형태로 들어가서인지 약간 간간하기도 하고 깻잎 특유의 쌉싸래함도 미세하게 맴도는 맛.

거기에 중간 중간 썬드라이 토마토가 씹혀 새콤달콤함을 더해주는데, 요게 심심하지 않게 포인트를 얹어주어 맛을 완성해준다. 마치 이탈리안 요리의 풍미도 느껴지는 듯 한 독특한 맛, 지중해스러움이 퍽 매력적이랄까?

덧붙이는 글 | 영업일 : 목, 금, 토, 일 a.m11:00 ~ 소진시 // 메뉴는 그날 그날 달라집니다.

노키즈 존

이번 설 연휴는 21일까지 휴무이니 끝나고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태그:#카페, #디저트카페, #마이디어스윗, #마디스, #빵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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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는 중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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