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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4월 5일 새벽,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11시간동안 조사를 받고 0시 50분경 귀가했다.
 지난 2008년 4월 5일 새벽,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11시간동안 조사를 받고 0시 50분경 귀가했다.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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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8월 이전에 만든 차명계좌에 숨겨둔 돈의 절반을 나라에서 거둘 수 있게 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해당 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버텨오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법제처에 물어봤고, 돈을 거둬야 한다는 답변을 받은 것.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과징금 부과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제처 법령해석 내용과 향후 계획'에서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법제처의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실명제 전 차명계좌 돈 절반 거둘 근거 마련돼

법제처에선 1993년 8월 금융실명제(아래 실명제) 실시 전 개설된 계좌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실명 전환됐더라도, 이후 실소유주가 밝혀지면 과징금을 거둬야 한다고 했다는 것. 예를 들어, 김아무개씨가 '개똥이'라는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든 뒤 금융실명제 도입을 계기로 해당 통장의 명의를 최아무개씨로 바꿨다가, 이후 들통날 경우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이 경우 실명제 당시 통장에 남아있던 돈의 절반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도 1993년 8월12일 기준 차명계좌에 든 돈 절반을 세금으로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개똥이' 등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으로 된 계좌만 실명전환 대상이며, 타인 이름으로 된 계좌는 이미 실명 전환된 것이므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왔었다. 이런 해명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금융위는 지난달 2일 법제처에 이를 따져달라고 요청했고, 한 달 여 뒤에 법제처 쪽에서 답변을 보낸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부터 해당 문제에 대해 지적했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입장문에서 "재벌개혁을 간절히 바랐던 국민의 승리"라고 밝혔다. 또 그는 금융당국에 과징금 부과를 서둘러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4월17일이 과징금 부과의 마지노선"이라며 "머뭇거리면 단 한 푼의 과징금도 걷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차명계좌 실태조사 실시하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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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은 13일 오후 금융실명법 관련 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법제처 법령해석과 관련한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사말씀에서 "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계좌로써 자금 실소유자가 밝혀진 차명계좌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업무처리를 할 때 의문점이 발생할 경우에는 관계기관 공동 TF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는 계좌가 몇 개인지, 금액은 얼마인지 확인해보겠다고 꼬리 내린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실명제 이전에 만든 뒤 이 회장 이름으로 명의를 바꾸지 않은 계좌는 모두 27개라는 것이 박찬대 의원실 쪽 설명이다. 12일 박찬대 의원실은 관련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 회장이 실명제 이전에 만든 차명계좌는 모두 증권회사에서 개설됐다. 삼성증권에선 4개 계좌가 만들어졌고,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13개, 한국투자증권 7개, 미래에셋대우 3개 등이다.

당시 통장 잔액에 따라 과징금 거두는데, 관련 자료는 이미 폐기?

하지만 실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부과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해당 증권사들이 1993년 당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어느 정도 금액이 계좌에 들어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서류 보존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관련 자료는 이미 파기됐다"며 "당시 계좌의 잔액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도 "자료 보존기간이 10년인데,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실명제와 관련해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명제 실시 당시 잔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는데, 이 잔액을 알 수 없다고 증권사들이 답했다는 얘기다. 금융실명법에서는 금융회사들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원천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태그:#이건희, #차명계좌, #박용진,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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