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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군사적으로는) 동맹이지만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

지난 1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 호혜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무역 관계에서 동맹이 아니라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우리나라 언론들은 어떻게 논평했을까 궁금하다. 자유한국당은 탄핵감이라고 폭언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무역보복에 WTO 제소를 지시한 대통령을 두고 '정신나간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자유한국당이였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한미 교역이 동맹의 관계였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동맹의 관계를 깬 것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의 무례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많은 나라와 갈등을 유발했다.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일방적 무역보복의 타켓이 되다시피 했다. 안보에서 미국의 수혜가 있었으니 경제에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다. 무역보복을 동맹의 관점에서 해결하자는 자유한국당. 그래서 대통령에게 정신나갔다는 폭언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트럼트 대통령의 말처럼 지금의 한미 무역관계는 동맹 관계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의 이중적 태도

한국GM이 전북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4일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북지부 조합원들이 투쟁 머리띠를 두르고 공장 동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 반대하는 노조원들 한국GM이 전북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4일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북지부 조합원들이 투쟁 머리띠를 두르고 공장 동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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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 열연강판에 57%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 때 부과 이유로 꼽은 것이 AFA(가용정보조항) 위반이었다. 미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최선을 다해 제출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포스코와 우리 정부가 해명에 나섰지만 미국의 결정을 바꿔 내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철강재를 일괄 제재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들었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 무역업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항이다. 자료 제출 미비의 시비를 걸어 열연강판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거기에도 성이 안차서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고 한국철강업체에게 마지막 펀치를 준비하는 미국. 동맹의 모습은 고사하고 국가간 정상적인 교역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4년 동안 누적 적자만해도 3조원이 넘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며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한국GM. 한국 정부의 자금이나 세금 감면 등 1조원에 달하는 지원이 없으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1만 7천여명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서 한국GM의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안하무인격 일방주의와 닮았다. 지분 17%를 보유한 2대주주 산업은행에게도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았던 한국GM이다. 우리 정부의 자료 요구에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번번히 거부했다. 이번에는 여론에 떠밀려 정부와 빠른 실사를 진행하는데 합의했지만, 고압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시쳇말로 배째라는 식이다.

한국산 철강재 고율 관세 부과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사태는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한 경제와 무역 관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국내진출 기업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 이런 현실을 두고 동맹국의 배려나 동등한 교역 관계를 운운하는 건 말이 안된다. 미국은 우리 기업에게 채찍을 들었고, 국내 진출한 미국 기업은 우리 정부에 당근을 요구했다. 미국이 한국의 경제 주권을 존중한다면 이런 불평등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WTO(세계무역기구)는 세계무역질서를 세우고 국가간 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국제기구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교역과 무역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소하고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건 WTO 회원국에게 주어진 권리다. 미국의 일방적인 보복무역과 횡포에 대항해서 WTO 제소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의 합법적 구제 요청인 셈이다. 정부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군사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조심스런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오히려 '친북정부라서 그런가'라며 색깔론을 내미는 자유한국당의 행태, 태극기와 성조기를 번갈아 흔들다보니 정체성을 잊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신나간 대통령? 결연한 대응이 답이다

자유한국당 이채익·정유섭·김도읍의원과 정우택 전 원내대표 등 산자위 소속 의원들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잘못이라며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통상 압력은 정부의 외교 안부 정책 잘못" 자유한국당 이채익·정유섭·김도읍의원과 정우택 전 원내대표 등 산자위 소속 의원들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잘못이라며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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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엇나간 발언은 비단 '정신나간 대통령'에서 끝나지 않았다.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대해 무슨 힘이 있어 미국과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냐라며 목소리를 높인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GM 실업위기 대책 특별위원장이다. 그는 대통령의 WTO 제소 지시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이 같이 가야 하는데 이런 노력을 안한다고 친북정부라고 규정했다. 김도읍 의원의 논리라면 안보는 동맹이지만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라고 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보다 몇 배는 더 친북인 셈이다. 대통령의 WTO 제소 지시에 깜짝 놀랐다(?)는 자유한국당의 그런 반응에 국민들은 진짜 깜짝 놀란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할 소리냐고.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보복과 강대국의 횡포로 볼 수밖에 없는 GM의 공장 폐쇄 협박은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이 답이다.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무기를 구입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한다고 통상압력과 보복무역이 멈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군사동맹 따로, 무역 전쟁 따로'를 외치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동맹국 운운하는 건 세계적인 비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또 GM 공장 폐쇄 협박에 노조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엇나간 논리다.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수천명 정리해고를 용인하면서 국민혈세를 퍼부어 외국기업을 유지시킬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국가가 경제 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그 고통은 기업과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무슨 힘이 있어 그렇게 하냐고? 그런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있었기에 무기구매와 교역에서 호구 소리를 듣는거다. 통상 압력을 수조원의 무기구입으로 무마하고, 강대국 기업의 압력에 노동자 월급 줄이고 정리해고를 하면서 국민 혈세를 퍼부을 양이면 애써 촛불을 들어 정권을 바꾼 의미도 없다.

"대통령이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하고 또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는 다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나 이거 깜짝 놀랐습니다. 이거 대통령 정신 나가셨나..."

굴욕적인 발언이다. 우리나라를 미국의 경제식민지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이럴 수 없다. 자유한국당 GM 실업위기 대책 특별위원장 정유섭 의원, 정신 나간 건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그다.


태그:#한국GM, #고율관세, #무역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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