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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일전>
 <날마다 한일전>
ⓒ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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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련 뉴스들은 위안부 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 등, 대부분 어둡거나 기분 나쁜 소식이기 일쑤다. 올해 3·1절에는 일본군이 위안부들을 학살한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되어 분노를 더하고 있다. 

이런 뉴스들이 보도될 때마다 공통적인 현상들이 있다. 시간이 없어도 우선 본다는 것(나는). 일본 문화를 즐기는 것과 상관없이 한국인들 대부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불편한 심사를 내비친다는 것, 그리고 일본을 지탄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뭉쳐진다는 것 등이다.

한일전이 열리면 '어떻게든지 일본만큼은 이겨야 한다'며 똘똘 뭉쳐지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아마도 가장 최근의 한일전인 '평창 동계올림픽-여자 컬링 준결승전'을 보며 피가 마르는 듯 한 긴장감으로 꼭 이겨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십여 년 전, 소나무 박사 전영우씨가 전국의 유명한 소나무들을 기행, 소개한 <한국의 명품 소나무>를 읽었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각별한 소나무 사랑이나 그와 관련된 행사 등, 그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며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DNA에는 소나무가 특별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고. 그 말에 공감하면서 한·일간 과거사 문제 등이 유독 민감하게 불거질 때면,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 DNA에는 일본이 특별한 감정으로 각인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보곤 한다.

피해자 쪽에서 됐다고 해야 사과는 받아들여지는 것인데, 가해자가 스스로 사과는 끝났다, 됐다고 하는 일본. 격하거나 민감한 우리의 반응은 당연하다. 그런데 한편으론 젊은 사람들이나 청소년들은 보다 이성적이며 합리적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나갔으면 바라곤 한다.

<날마다 한일전>(우리교육 펴냄)은 청소년들에게 한일 양국의 역사와 문화 차이를 알려줌으로써 '바람직한 미래 한일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의도'한 책이다.

장수는 한때 윤동주 시인이 유학한 적 있어 시인의 시비가 있는 도쿄 도시샤대학교 답사 중에 우연히 스친 한 일본 소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둘은 사귀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나라 문화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상대방은 물론, 상대방의 나라나, 맞물려 있는 한·일간의 과거사에 대해 하나둘 씩 알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 함께 어울리게 된 장수의 친구 동호가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를 비롯하여 일본 교과서 왜곡, 군함도에서의 조선인들 착취, 일본이 우리 궁궐들을 훼손한 사실 등, 일본과 첨예하게 충돌하곤 하는 과거사문제들만을 쏙쏙 골라 들먹이며 일본 친구들과 팽팽하게 맞서곤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일본의 책임 회피를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금방이라도 사과를 받아내야 할 것처럼 공격적인 행동을 하곤 한다.

심지어는 "축구 한일전이 열리면 누굴 응원할 거냐?"와 같은 말로 장수를 다그치기까지 한다. 그리하여 장수는 눈치 없이 나타나 어울리곤 하는 동호와 함께 일본 친구(들)와 만날 때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 된다. 그런데 장수 역시 한국인. 동호의 행동이 당혹스럽고 싫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공감을 하다 보니 고민이 크다. 그리하여 과거사 문제로 시시때때로 대립하곤 하는 일본 친구와의 만남이 망설여지기도 한다.

이야기는 모두 8편. 장수와 동호, 유키와 미쿠 등이 윤동주 시인이 한때 공부했던 도시샤대학교나, 나가사키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수감되었던 교도소나 조선인 피폭 추모 비석이 서있는 평화공원처럼 한국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일본의 어떤 곳들을, 우리의 궁궐처럼 일본에 의해 훼손당했거나,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등을 함께 다니며 서로의 역사나 문화를 알아간다. 아울러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한 자세나 노력 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두 나라 사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동안 이미 자신의 전부 또는 일부가 희생되었거나, 지금도 그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힘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왜곡된 역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양국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일본의 청소년들은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아예 배우지 못하고, 또 우리 청소년들은 일본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가고 있어요.(…) 우리는 우리 속에 한일전 응원에 임할 때와 같은 습관적인 편견이나 반감 같은 것이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은 더 이상 우리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언행을 중단하고 자신들이 이전에 해왔던 사죄들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 6~8쪽.


한 설문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는 단연 일본이란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언제나 한국을 꼽곤 한단다. 실제로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오간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는 '한국인 70~80퍼센트가 일본을 부정적으로 보고, 일본인 50~60퍼센트가 한국을 부정적으로, 독도나 위안부 문제가 쟁점이 될 때는 90%의 한국인이 일본을 부정적으로 본다(150쪽)'는 조사 결과까지 내놓고 있다.

이처럼 관심과 증오가 깊은 관계의 일본.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은 대립만이 답일까? 보다 바람직한 관계는 불가능한 것일까? 과거사를 뛰어넘는 사랑은 불가능할까?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감정의 골이 복잡한 한·일 문제를 기성세대들에 비해 보다 객관적일 수 있으며,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는 시기인 청소년기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풀어나가는 설정이 돋보이는 책이다.

"일본 오카야마 현에는 가라코오도리(당자춤)가 전해옵니다. 10세 전후의 남자 아이 두 명이 북과 피리, 노래에 맞춰 춤추는 것으로옷도 춤도 일본의 전통과는 사믓 다른 느낌을 줍니다. 사실 당자춤은 조선 통신사를 따라간 조선 아이들(동자)의 공연으로부터 시작되었지요. 그 모습이 아주 신기하고 귀여웠던지 일본인들은 이 춤을 잊지 않고 따라 했고 수백 년을 거치며 일본의 전통공연으로 정착되었습니다. 한류를 근래에 일어난 일쯤으로 알고 있었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역사적 사례지요. 그런데 역사 속에서는 한류의 조상쯤 되는 이야기가 꽤 많답니다.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여인들의 의복 디자인이 일본에 유행한다든지, 백제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고 해서 '쿠다라나이(백제 것이 아니다⇒하찮다, 시시하다)'라는 관용어가 생긴 것도 좋은 사례죠." - 51쪽.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과 달리 개항 후 적극적으로 서양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일본과는 다른 서양 음식 문화를 더 우월하게 여겨 먹지 않던 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서양의 주식인 빵을 먹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력'이라는 말은 먹기는 먹어야겠는데 입맛에 꼭 맞지는 않으니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했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1874년 도쿄 기무라야 빵집에서 태어난 단팥빵이 대표적입니다. 서양식 효모가 입맛에 맞지 않아 술누룩을 이용해 반죽을 발효시켰고, 만두나 찐빵 안에 팥(당시 일본은 불교 국가라 고기 대신 팥을 넣었음)을 넣듯 빵 안에도 팥을 넣었습니다. 서양식 빵과도 다르고 기존의 만두나 찐빵과도 다른 새로운 음식인 단팥빵이 태어난 것입니다. 단팥빵은 당시 일본 왕과 왕비가 즐겨 먹으면서 국민 빵 반열에 올랐고 1904년 '크림빵', 1932년 소보로빵'이 탄생하면서 일본식 빵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빵집인 군산의 이성당(1945년)은 일본인이 운영하던 이즈모야(1920년대)에서 유래되었죠. 이곳의 대표 빵도 단팥빵입니다." - 151~152쪽.


위는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기' 두 번째와 여섯 번째 글인 '한류와 험한'과 '일본 음식으로 태어난 서양 음식' 일부다. 이야기 끝마다 이처럼 관련 있는 것들에 대해 4~5쪽 가량의 글로 보충 설명함으로써 한국과 일본 혹은 한·일간 맞물려 있는 역사나 문화, 풍습 등을 폭넓고 깊이 있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 부분들만 따로 읽는 것만으로도 지적 충족을 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 계간 '<우리교육> 2018년 봄호에 일부 내용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날마다 한일전> (김동환 | 이기범) | 우리교육 | 2017-12-20 ㅣ정가 11,000원.



날마다 한일전 - 바람직한 미래 한일관계를 위한 청소년 지식 & 연애 소설

김동환.이기범 지음, 우리교육(2017)


태그:#한일전, #위안부, #윤동주, #한일 과거사,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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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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