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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은 한때 젊음의 상징이었다. '자유'라는 말은 누군가의 가슴 속 깊이 뜨거운 무언가를 솟구치게 하고 세상을 향해 돌팔매질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특히 한국에서의 자유는 그랬다. 자유는 독재에 대응하는 원동력이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갈구였고 서슬퍼런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많은 젊음들이 자유를 외쳤고 때로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자유는 지켜야할 가치이자 젊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다. 1987년 거리에서 독재타도를 외쳤던 20대의 청년들도 50대가 되었다. 그동안 가치관과 이념들은 어땠을까? 그것도 늙지 않았을까?

장년층이 된 50대 남성이 언젠가 내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독재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우리는 여전히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낯선가? 아닐 것이다.

2017년 우리는 적폐청산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적폐청산이란 단어는 유용하다. 적폐청산이란 단어가 가진 이면에는 자유민주주의의 완성이 있다. 적폐청산을 통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과연 이런 생각들은 옳을까? 이런 생각들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리고 민주주의가 완성된 대한민국'을 이상적인 사회로 상정해두고 있다. 자유로운 민주주의의 대한민국으로 원위치만 가능하다면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상식'이고 대한민국이 '정상화'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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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책표지
ⓒ 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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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는 이런 시각에 대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긋나서 비정상적으로 대한민국이 가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미 방향을 잃었다고 책은 말한다. 리버럴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진보세력이 되면서 리버럴과 포스트모더니즘이 만나 탈권위적이고 탈공동체적인 가치들이 진보의 가치가 되며 오히려 우리는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다.

개인은 남았고 공동체는 죽었고 중심이 사라지면서 반드시 지켜야할 진리도 사라졌다. 연대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지지하기를 추구하고 논쟁하기 보다는 공감받기를 원한다.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고 그 결과 우리는 어느때보다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장들은 거칠다. 어떤 주장들은 납득하기 어렵기도 하고 어떤 주장들은 쉽게 동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뛰어넘어야 할 벽으로 상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리버럴은 매력적이다. 집단주의에 강요받고 획일화된 하나가 되길 강요받는 우리 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과 리버럴이 가진 매력은 극대화되었다. 그 옷을 입자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아니라 '내'가 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에 열광했다. 그것이 모더니즘의 실수를 넘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제 '나'를 드러내고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 믿으며 취향존중이란 말을 쓰고 인권감수성, 젠더 감수성이란 말을 사용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충분히 우리 삶을 바꿔 놓았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도 그리고 리버럴도 이제는 늙은 게 사실이다. 그들은 세상에 나온 지 몇십 년이나 지났고 영화 <1987>의 주역들이 실제론 50이 된 것처럼 중장년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포스트모더니즘과 리버럴이 문제가 없는지 말이다.

청춘의 특권 중 하나는 의심에 있다. 기존의 상식들에 의문을 가지고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때로는 항변하는 것 그것이 청춘의 특권이다. 이 책을 쓴 청춘들 역시 그러하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상식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자 의문이 가득한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다. 꼰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년이라는 향수 속에서 살고 있는 리버럴 꼰대에 대한 일갈도 흥미롭고 진지하게 세상이 달라지길 바라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서 쓴 한 챕터 한 챕터에 들어가 있는 열정도 흥미롭다.

그리고 진보 5.0이 필요하며 진보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주장도 충분히 공감된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리버럴은 늙었고 포스트모더니즘은 낡았다고.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 중복게재됩니다.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 - 진보라고 착각하는 꼰대들을 향한 청년들의 발칙한 도발

김창인 외 지음, 시대의창(2018)


태그:#서평, #청년리버럴과 싸우다, #책동네, #청년, #리버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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