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 시민들의 아베 정권 퇴진 요구 시위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일본 시민들의 아베 정권 퇴진 요구 시위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관련사진보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학 스캔들'이 공문서 조작으로 번지자 '반(反) 아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본 NHK에 따르면 13일 도쿄의 총리 관저 앞에서는 전날 밤부터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아베 내각의 총사퇴와 재무성의 사학 스캔들 관련 문서 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은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국민을 속이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아베 정권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며, 곧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열기는 소셜미디어에서 더욱 뜨겁다. 사학 스캔들은 물론이고 전쟁 국가로 가기 위한 헌법 개정, 삐뚤어진 역사 인식 등 권력을 앞세워 아베 정권이 여론에 반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자 지금부터 꼭 1년 전 '촛불 혁명'으로 부패한 권력을 몰아냈던 한국 누리꾼들도 나섰다. 일본의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트위터에서 함께 '#RegaindemocracyJP'(일본의 민주주의를 되찾자)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응원하고 있는 것.

"아베 퇴진하라" 일본판 '촛불 혁명' 일어날까
 
2016~2017 한국에서의 촛불 혁명은 저에게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일본 분들도 꼭 이런 희망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역사는 아베보다 시위하는 당신들의 편입니다 화이팅!! #RegaindemocracyJP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일본인들을 보며 우리의 뜨거웠던 2016년 12월을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있겠지만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마음에 가지고 헤쳐나가길! 응원합니다! #RegaindemocracyJP

오늘 밤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일도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포기하면 희망은 없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여러분에게 있어 여러분의 승리는 역사의 법칙입니다. #RegaindemocracyJP
이른바 '사학 스캔들'은 지난해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감정가보다 수십억 원이나 저렴하게 매입하는 과정에서 아베 부부가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매각을 담당한 재무성은 국회의 요청에 따라 관련 문서를 제출했으나 이마저도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며칠간 언론과 국회의 집요한 추궁 끝에 결국 재무성은 조작을 인정했다.

재무성은 문서에서 모리토모학원에 특혜를 준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나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전대미문의 공문서 조작이 드러나자 일본 정국은 격랑에 휩싸였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아베 총리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재무성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으로 돌리며 사태를 무마하려고 하자 이를 참지 못한 시민들이 결국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한국 누리꾼의 일본 민주주의 응원에 화답하는 일본 누리꾼들의 트위터 갈무리.
 한국 누리꾼의 일본 민주주의 응원에 화답하는 일본 누리꾼들의 트위터 갈무리.
ⓒ 트위터

관련사진보기


한국 누리꾼 응원에 감동한 일본 누리꾼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누리꾼들의 예상치 못한 응원이 이어지자, 일본 누리꾼들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화답하고 있다. 서툰 한국어로 '눈물이 나왔다'고 말하며, '양국이 모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진정한 우정을 쌓아나가자'는 훈훈한 내용의 글이 트위터에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혁명을 성공시킨 한국의 시민들이 순수하게 응원하고, 일본의 시민들이 이를 열심히 번역해 옮겨가며 전의를 불사르고 있다"라며 "최초의 한일 합작 민주주의 운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시위는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 일본인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RegaindemocracyJP

한국의 여러분, 당신의 우정에 감사합니다. 아베 정권 지지자는 차별주의자가 많다. 그러나, 착실한 일본인도 많이 있습니다. 언젠가 양국이, 역사를 극복해 참된 우호를 쌓을 수 있는 날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고맙다, 이웃 나라의 친구. #RegaindemocracyJP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민심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NHK 조사(9∼11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44%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산케이신문 조사(10~11일)에서도 45.0%로 지난달보다 6.0%포인트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총선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안보 위기를 내세워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 한반도 정세도 대화 분위기로 바뀌면서 반전의 기회를 찾기가 어려운 아베 총리로서는 3연임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태그:#아베 신조, #사학 스캔들, #REGAINDEMOCRACYJP
댓글3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