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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들은 유튜브로 세상을 봅니다. 활자보다 영상이 익숙한 '유튜브 세대'는 궁금한 게 생기면 포털이 아닌 유튜브를 먼저 검색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연예인을 제치고 새로운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로 떠올랐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학부모와 초등학교 교사의 눈을 통해 '신인류' 유튜브 세대를 들여다 봅니다. [편집자말]
리모컨의 예약 기능

뉴스를 보던 중이었다. 뉴스 중간에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리모컨 누르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드라마를 보던 까꿍이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아빠, 리모컨 줘봐."
"왜? 네가 돌리게?"
"아니. 여하튼 줘봐. 예약하기 하면 되잖아."
"예약? 예약도 할 수 있어?"
"헐. 아빤 그것도 몰라? 리모컨에 프로그램 시작하면 저절로 가게 하는 예약 기능이 있어."
"그래? 아빠는 몰랐지. 대단하네. 우리 까꿍이."

어깨를 으쓱하는 까꿍이. 녀석은 그것이 무어가 대수냐며, 당연한 걸 아빠가 모르는 거라며 다시 TV에 집중했지만, 10살 된 딸내미에게 핀잔을 당한 나는 그런 녀석을 신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예약 기능을 어떻게 알았지? 설마 설명서를 읽은 건가?

TV로 유튜브를 보는 아이들 중요한 건 TV가 아니라 유튜브다
▲ TV로 유튜브를 보는 아이들 중요한 건 TV가 아니라 유튜브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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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설명서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설명서는 나도 해독하지 못할 만큼 어려웠고, 글씨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무엇보다 녀석이 그 정도의 정성을 쏟았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리모컨의 이것저것을 누르다가 기능을 발견하고 습득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아직 많은 기계를 접하지 않은 아이가 그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다.

게다가 더 기가 막힌 것은 첫째가 리모컨을 만진 이후로 8살 둘째와 6살 막내도 그와 같은 기능을 안다는 사실이었다. 녀석들은 누나가 하는 것을 옆에서 본 것만으로도 리모컨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었다. 나보다 훨씬 빠른 습득 능력이었다.

아직까지도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거나 무언가를 예약을 할 때 나를 찾는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무리 인터넷을 배워도 어려워하는 당신들. 지금까지 우리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접해본 세대로 아버지 어머니 세대와 다를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건 착각일 뿐이었다. 지금 당장 내가 리모컨을 만지면서 아이들에게 묻고 있지 않은가.

동영상을 만드는 아이들

휴대폰은 아이들이 나와 다른 세대임을 각인시켜 주는 또 하나의 주된 기제이다. 아직 자신만의 휴대폰이 없는 탓에 아이들은 틈만 나면 엄마, 아빠의 스마트폰을 만지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데, 가끔 허락이 떨어지면 무섭게 셋이 일치단결하여 스마트폰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한다.

아직 글자와 친하지 않은 관계로 녀석들이 주로 만지는 것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및 사진첩이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능숙하게 줌인아웃을 하며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아이들. 그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 기능을 찾기 위해 검색 사이트를 여러 번 뒤져야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 스마트폰이 곧 신체의 일부였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보고 자란 세대인 만큼 인지과정 자체가 우리와 다른 듯했다. 영화 <마이너리티>의 그 유명한 장면을 떠올렸다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

이와 관련하여 더욱 놀랐던 것은 까꿍이가 찍은 동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작년 아내는 동네 친구들과 모여 '일상 세 컷'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듣고 집에 와서 연습을 하곤 했는데, 그것을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까꿍이가 설명 몇 마디를 듣더니 곧바로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도 꽤 준수한 실력으로.

놀라웠다. 사진이야 어쨌든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을 찍으면 그만인데, 동영상은 편집의 미학일 터. 까꿍이는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었건만 본능적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익히 봐온 영상의 문법에 익숙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아이들에게 내가 부모 세대라고 텍스트에 기반 한 교육을 정답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옳을까?

유튜브로 세상을 보는 세대

많이 구독해 주세요 유튜브로 세상과 소통하는 세대
▲ 많이 구독해 주세요 유튜브로 세상과 소통하는 세대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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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정적으로 아이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세대라고 느낀 것은 까꿍이의 스마트폰 사용법을 보고 난 이후였다.

언제부터인가 까꿍이는 기회만 되면 오락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6살, 8살 동생들과 달리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신의 방에 가지고 들어가곤 했다. 문을 굳게 닫고는 무언가를 하는 아이. 뭐, 10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무슨 일을 하겠냐며 그러려니 했지만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도대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 거지? 오락이라면 나와서 할 텐데?

비밀은 얼마 가지 않아 풀렸다. 아내의 스마트폰에 아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찍은 동영상이었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며 점토로 무언가를 만드는 까꿍이. 아이들이 유튜브로 매일 보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등과 비슷한 형식이었다. 동영상 마지막에 구독을 꼭 해달라는 애교 넘치는 표정이라니.

"까꿍아, 엄마 스마트폰으로 뭘 찍은 거야?"
"응? 몰라."
"모르긴 뭘 몰라. 유튜브 찍은 거야?"
"힝. 몰라."
"부끄러워 하긴. 친구들도 유튜브 많이 찍어?"
"핸드폰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거의 다 해. 구독자도 많고."
"유튜브에 뭘 올려?"
"다 올리지. 이것저것. 아빠는 유튜브 구독자가 몇 명이야? 아빠도 유튜브 보잖아."
"응? 아빤 보기만 해. 구독자 없어. 구독도 안 하고."

동영상 찍는 아이들 "안녕하세요. 저희는 암사동 삼남매입니다"
▲ 동영상 찍는 아이들 "안녕하세요. 저희는 암사동 삼남매입니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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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지난번에 동네 감자탕 집에서 선배와 했던 대화들이 이해가 갔다. 며칠 전 동네 선배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는데 선배는 5학년 된 자신의 딸을 동네에서 매우 유명하다고 내게 소개했다. 유튜브 구독자가 200명이 넘고, 같은 아파트에서도 아이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다나.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다. 내가 유튜브를 심심할 때 동영상을 보는 정도로 사용하다 보니, 아이들도 으레 그러려니 한 것이다. 팟캐스트, 라디오를 듣거나 영화 정보를 얻는 정도로 사용하는 유튜브.

그러나 까꿍이의 유튜브 사용법을 보니 그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이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었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었으며, 검색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 동영상이 끝나고 나면 항상 그와 관련된 또 다른 동영상이 나오게 마련인데 녀석은 그것을 통해 세상을 읽고 있었다.

TV로 유튜브를 보는 세대. 그것은 텍스트에 익숙한 우리 세대가 따라잡을 수 없는 영상 세대의 등장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게임을 하면 부모님들은 거기서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잔소리를 하셨지만 실제로 게임이 돈이 되었듯이, 이 세대 역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겠지. 어쩌면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모든 잔소리가 시대착오적인 건지도 모른다.

오늘도 까꿍이는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사달라며 은근슬쩍 조른다. 아직은 이른 나이라며 나중을 기약해 보지만 그것 역시 꼰대가 되어가는 기성세대의 괜한 걱정은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본다.

우리와 다른 세대. 그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그 엄마 육아 그 아빠 일기 98] 연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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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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