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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콜포비아(call phobia)'를 아시나요?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로, 전화통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화보다는 문자나 메신저,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콜포비아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콜포비아'를 둘러싼 사는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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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얼마 전 지하 주차장에서 겪은 찜찜한 기억이 떠오른다. 출근하기 위해 차를 빼려니 앞쪽에 일렬 주차된 차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 차를 빼달라고 전화했더니 통화 연결음이 한두 번 가다가 끊긴다. 일부러 통화종료 버튼을 누른 듯했다. 잠시 후 전화 대신 돌아온 건 "누구세요?"라는 문자메시지. 그렇지 않아도 바빴던 나는 "차 좀 빼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답장했다.

다시 10분이 넘게 기다렸다. 연락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차주는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어를 중립으로 해놓은 것 같으니, 밀고 나가세요." "왜 내 차만 빼달라고 하시나요?"라는 메시지만 돌아왔다. 하지만 이 차량의 기어는 중립으로 되어 있지 않았다. 내 차를 뺄 도리가 없었다. 결국, 차주는 20분 만에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는 도리어 내게 "요즘은 다 문자로 하는데 왜 아침부터 전화로 귀찮게 하느냐"고 따졌다.

#장면 둘

"이번에 아들 OO가 짝을 찾아 새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오셔서 축하해 주셨으면 합니다."

카카오톡(아래 카톡)으로 모바일 청첩장 하나가 도착했다. 그것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리까지 단체로 채팅방에 초대해 청첩장만 달랑 보냈다.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뿐더러, 업무 관계로 몇 번 만나지도 않은 그럭저럭 아는 관계였다. 그렇다고 청첩장을 주고받을 만한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아들이 결혼하니 축하해달라는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막상 받으니 찜찜, 카톡으로 받으니 더 찜찜, 이래저래 찜찜하다

#장면 셋

올해 각각 대학과 고등학교에 들어간 두 아들에게 전화를 걸면 십중팔구는 받지 않는다. 영상통화는 연결된 기억이 없다. 한참 후에 카톡과 문자 메시지로 답장을 대신한다. 본인이 필요할 때도 어김없이 카톡으로 애타게 나를 찾는다. 물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는, 안부를 묻는 나의 연락에 또다시 무응답으로 일관할 뿐이다.

전화가 두려운 적 있나요?

 '스마트폰이 없다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이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통화가 아닌 카톡이나 문자로 대신하는 계층은 이제 젊은 층을 넘어 세대를 초월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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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를 읽어보고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라며 너무 자책하지는 마라. 결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벨 소리가 울리면 괜히 움찔하고, 전화를 받으면 너무 불편하고 긴장되고….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수화기 속 잠깐의 정적과 침묵이 평생 적응되지 않는다는 당신. 그래서 그냥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편하다는 당신, 비정상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모바일 중심으로 생활이 재편되면서, 타인과 만남이나 전화통화보다 문자나 SNS 메시지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업무지시부터 시작해 애인과의 연락까지 스마트폰 메신저로 주고받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을 굳이 카톡 메시지로 대화하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길들어 통화보다는 문자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통화가 아닌 카톡이나 문자로 대신하는 계층은 이제 젊은 층을 넘어 세대를 초월한다. 그냥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콜포비아(Call-Phobia, 통화 공포증)'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퇴근 후 직장 상사의 전화, 시어머니의 전화... 스마트폰 액정에 뜬 번호만으로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나.

전화 응대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통화가 카톡이나 문자보다 무조건 효율적인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갑작스러운 통화로 긴장해 적절한 응대 단어가 바로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톡이나 문자는 충분히 내 호흡에 맞춰 여유를 두고 심사숙고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조율이 필요할 때는 '통화', 전달 및 확인이 필요할 때는 '문자'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실은 나도 나이 50이 넘어가니 어느새 카톡과 문자가 더 편해졌다. 원래 카톡과 문자는 상대방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없거나 통화가 힘들 때 정보 전달을 위해 쓰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내 일상적 소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말았다. 통화가 훨씬 효율적인 상황임에도 문자로 대화하는 때도 많아졌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통화버튼이 눌러진다.

마주해야만 전할 수 있는 것

 전화 한통으로 해결될 일을 카톡과 문자로 소통하기 좋아하는 아들.
 전화 한통으로 해결될 일을 카톡과 문자로 소통하기 좋아하는 아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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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접 통화만이 정답은 아닌 것처럼, 카톡이나 문자가 능사는 아니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여전히 '이럴 때는 전화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을 때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앞에서 소개한 지하주차장 사례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모르는 번호라고 해도, '차 좀 빼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으면 상대방을 위해 서둘러야 한다. 전화통화로 얘기했다면 1분이면 해결될 일이었다. 20분 동안 문자 답장을 기다리도록 하는 건 상대방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출근을 목전에 둔 상대방이 행여나 '차를 빼러 나오지 않겠다'는 답장이 올까 봐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상상해봐라. 모르는 전화에 짜증을 내기 전에 상대방의 피치 못할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청첩장도 마찬가지다. 당황스러웠다고 표현하면 거짓말이고,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다못해 사전에 전화로 안부나 묻고 보냈으면 덜 기분이 상했을 텐데…. 이건 현금 수거 절차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다가 곧 계좌번호까지 카톡으로 보낼 기세다. 양복 입은 내 사진과 현금 5만 원을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카톡 청첩장으로 예의를 따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모바일 청첩장은 경사를 알리는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우편으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전달이 빠르다. 결혼 당사자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나눌 수도 있고 교통편 안내에 축하 메시지 발송기능까지 있다. 통장번호를 몰라도 경조금까지 척척 해결된다. 아마 전화로 연락하기에는 시간이 없거나 미안해서 카톡으로 보냈을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카톡 대화창에서 청첩장 이미지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과연 진정한 초대의 마음이 전해질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카톡으로 보낼 것을 결정했다면 우선 진심 어린 초대 인사를 먼저 보내라. 그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얻은 후, 청첩장 전송 버튼을 보내도 늦지 않다.

전화를 걸면 십중팔구는 받지 않는 우리 두 아들. 전화 한 통이면 충분히 해결될 일을 왜 꼭 문자나 카톡에 의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득이하게 전화를 받지 못하는 시간대도 아니다. 항상 전화기와 일심동체가 되어 손에 꼭 쥐고 있는 거 다 알고 있다. 스마트폰 자판 두드릴 시간이면 아빠 전화번호를 백번을 더 누르고도 남았겠다. "아빠 자요?"를 연달아 보낼 정도로 급할 때는 통화 버튼 한 번만 누르는 게 지름길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18년 10대 소비 경향' 가운데 '언택트(UN-tact)'를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대면을 최소화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전화 통화보다 카톡에 의지하고, 사물인터넷으로 무장한 무인 자판기가 속속 등장하고, 패스트푸드, 공항, 금융은 물론 마케팅까지 이미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대면해야만 전할 수 있는 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무리 소통방식이 바뀌었다 해도 카톡이나 문자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이나 다급한 상황을 결코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르는 새 편리성의 유혹 때문에 무작정 카톡이나 문자에만 의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들아, 오늘은 네게 보낸 카톡 메시지 옆에 사라지지 않는 '1'보다, 네가 보낸 부재중 전화 '1'통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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