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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90년생 김지훈'
▲ 소설 '90년생 김지훈' 소설 '90년생 김지훈'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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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역차별을 강조하는 소설 <90년생 김지훈>의 제작 프로젝트가 불발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해당 소설이 담았을 내용 때문이다.

전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목차에는 '왜 황금연휴 전날에 동시에 생리해요?', '오빠, 남녀평등 시대이긴 한데 보통 남편이 집하지 않아?','답은 펜스룰' 등이 적혀있다. 소설 출간 의도는 '남자라서 양보하고, 무거운 것을 들면서 자란 세대다. 역차별을 당하고 살아와 마음속에 생채기가 났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남성이 혐오 당한 환경 때문에 대기업도 못 가고, 공무원도 못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90년생 김지훈>과 같은 해에 태어난 여성들은 이 소설의 등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990년 '백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들은 한마디로 '기가 차다'는 입장이다.

'김지훈'이 90년도에 태어나 남자라는 이유로 양보하고 무거운 것을 들면서 자라야 해서 힘들었다면, 동년배 여성들은 태어나는 것부터가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백말띠 여자애는 팔자가 드세다'라는 속설 탓에 당시 여아 낙태가 많았다는 건 이미 수차례 보도됐다. 실제 1990년은 116.5라는 역대 최악의 성비를 기록한 해다. 

무사히 태어나도 '90년생 여자'는 주홍글씨처럼 여성들을 따라다녔다. 조아무개씨는 실제 생년월일과 주민등록증상 생일이 다르다. 1990년 1월에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벌금을 내면서까지 생년월일을 1989년 12월로 등록했다. 조씨는 "백말띠 여자애는 기가 세서 (결혼하면) 이혼하고,  남자들 잡아먹고 단명한다면서 부모님이 생일을 빨리 등록했다"라며 "팔자가 세다는 이유로 억지로 나이를 먹었다. 서른이 아닌데 법적으로 서른이 됐다"라고 한탄했다.

'90년생 여자'라는 이유로 힐난의 대상이 된 경우도 있다. 김아무개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남자 선생님이 여자애들을 모아놓고 '기가 세서 너무 피곤하다', '너희 층만 오면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 층에 여자애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라면서 "90년생 여자여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했다.

9살까지 외국에서 자란 유현경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90년생 백말띠'에 대해 들었다. 유씨는 "담임선생님이 백말띠 여자애들이 드세다고 하셨는데 한국말이 서툰 전 무슨 말인지 몰라서 부모님께 여쭤봤다"라며 "엄마가 애한테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학교에 전화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유씨는 "그 후에도 90년생이라고 하면 다들 '아~'라고 하는데 그 뒤에 숨은 뜻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어렸을 때 받은 차별도 차별이지만, 취업준비생으로서 여자라 받는 차별이 더 심하다"라면서 "모두 취업이 힘들지만 동년배 남성보다 여자가 취업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김씨는 "어렸을 때 받은 차별도 차별이지만, 취업준비생으로서 여자라 받는 차별이 더 심하다"라면서 "모두 취업이 힘들지만 동년배 남성보다 여자가 취업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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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김지훈>이 오히려 성대결 조장한다"

이처럼 '백말띠 여자'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산 이들에게 소설 <90년생 김지훈>은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조씨는 "90년생 여자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은 사람이 많다"라며 "남자들은 적어도 태어나는 것은 물론 태어난 날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고 했다.

김씨는 "어렸을 때 받은 차별도 차별이지만, 취업준비생으로서 여자라 받는 차별이 더 심하다"라면서 "모두 취업이 힘들지만 동년배 남성보다 여자가 취업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남성 지원자를 뽑으려고 서류 점수를 조작했다는 언론 보도도 많고 피부로 '취업 펜스룰'을 느낀 적도 있다"라면서 "남성이 혐오 당한 환경 때문에 남성이 대기업도 못 갔다는 펀딩 소개글은 수긍이 가질 않는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90년생 김지훈이 미투 논의를 남녀 성대결로 흐르게 하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도 덧붙였다.

유씨는 "한편으로는 남성들도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남아선호사상아닌가"라면서도 "감정이 이해는 되지만 소설의 목차가 보여주는 태도는 싸우자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동갑 여자 친구들도 다들 '저 책을 출간해서 남성들이 얻는 게 무엇이냐'라는 말을 많이 한다"라며 "책의 목차를 보고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82년생 김지영이든 미투운동이든 남성혐오가 아니다. '나도 그저 사람이다,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남성 위에 군림하겠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는 "지금 미투 운동은 단지 개인에 대한 고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운동인데, 90년생 김지훈이나 펜스룰은 오히려 이를 개별적인 성대결로만 몰아가고 대응하는 퇴행적인 방식이다"라며 "김지훈들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으려면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들을 적대시하고 탓할 게 아니라 그 구조에서 자신 또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함께 사회를 바꾸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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