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은 유난히 어느 때보다 추웠지만, 국내 스포츠팬들의 가슴은 뜨거웠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신성' 스포츠 스타들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다. 뛰어난 경기 기록들과 함께 그들의 이름 또한 널리 세계에 알려졌다. 그런데 그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프로야구 무대에도 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 그런 동명이인의 야구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첫 번째로 소개할 동명이인은 테니스 선수인 정현과 kt 위즈 소속의 야구 선수 정현이다. 테니스의 정현은 지난 1월 열린 호주 오픈에서 1968년 이후 아시아 선수 최초로 4강에 진출했다. 이후 투어 대회에서 6회 연속 8강 이상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명실상부한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고교 시절부터 손꼽히는 유망주였던 야구선수 정현은 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 1군에서 별 다른 출전 기회는 없었고 2014년 11월 28일 당시 신생팀인 kt로부터 전력 보강 선수로 지명을 받았다.

이후 2년간 상무에서 복무 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kt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서 뛰었다. 124경기에 출장해 400타석에서 'OPS 0.795 6홈런 42타점' 의 유격수 치고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올 시즌은 4월 4일 기준 25타석에서 '0.348 / 0.375 / 0.478 / 0.853(타율/출루율/장타율 순)의 비율 스탯을 보여주고 있다.

정현은 개막 전 스프링캠프 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테니스 선수 정현만큼, 야구 선수 정현의 이름을 알릴 것이다' 고 포부를 밝혔다. 이 때 그는 야구 배트가 아닌 테니스 라켓을 들고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많은 팬들로부터 유쾌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동명이인 선수들은 '스켈레톤 황제'인 윤성빈과 '롯데 슈퍼 루키'인 윤성빈이다. 스켈레톤 윤성빈은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하여 3년 8개월 만에 월드컵 우승을 했고, 5년 5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른 자타공인 최고의 선수다.

야구선수 윤성빈은 아직 미완의 신인 선수다. 부산 출신의 그는 고교시절부터 195cm에 95kg이라는 탄탄한 체격에서 최고 154km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또한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초고교급 우완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어깨 부상으로 시즌 내내 재활에 매진했다. 이 후 순조롭게 재활을 마치고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마침내 2018년 SK와 개막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1군 무대를 경험했다. 홈런 군단인 SK의 타선을 상대로 5이닝 2실점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재밌는 사실은 지난달 30일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생애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시구를 했는데 구속이 95km가 나왔다. 그 후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100km를 넘겨보겠다. 다음 생에는 투수를 해보고 싶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롯데 윤성빈과 특별은 인연은 없지만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 은메달리스트'인 이상호와 'NC 다이노스 내야수' 인 이상호가 있다. 스노보드의 이상호는 요번 평창 올림픽에서 아시아 설상 종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전인 2017년 7월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하며 야구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NC 다이노스의 이상호는 올해 30세인 늦깎이 내야수다. 2010년 롯데에 신고 선수로 입단 후 특별한 활약 없이 방출당했고 그 후 SK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계속된 좌절과 포기는 없었다. 2012년에 그는 다시 신고 선수 테스트를 받고 NC 다이노스에 입단했다.

이 후 2년의 군 복무 시간을 포함하여 5년간 NC에서 주전은 아니지만 백업 선수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작년에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0.335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했다. 내야 유틸리티로 다양한 내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캠프 MVP까지 차지했는데, 느지막이 그의 '야구 성장판' 이 더 열릴 수 있을지 기대해 봄직하다.

어느덧 40년의 역사를 향해 가는 한국 프로야구에는 수많은 동명이인들이 있었다. 같은 야구 선수들 중에서는 물론이고, 위에 언급한 세 쌍의 선수들처럼 다른 종목과 비교해서도 꽤 많이 있다.

정현, 윤성빈, 이상호 세 선수 모두 올 한 해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여준 '새로운 스포츠 스타'들이다. 반면에 이들과 이름이 같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아직 팬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진 않았다. 동명이인의 활약들이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 그들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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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최용석기자
동명이인 스포츠스타 정현 윤성빈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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