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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의 해외연수 논란은 당사자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직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를 묻는 것에서 시작됐는데, 초점이 바뀌었다.
 의원의 해외연수 논란은 당사자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직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를 묻는 것에서 시작됐는데, 초점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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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해외연수(시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애초에 문제제기는 논란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해당 직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를 묻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초점이 '관행' 여부로 옮겨갔다. 누가 가고 누가 안 갔는지, 공식일정 외에 관광 일정이 포함됐는지 안 됐는지,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를 묻는다. 당신도 가놓고, 왜 비난하느냐고 비난한다. 손가락질이 오가는 사이 애초의 질문은 희미해졌다.

정치인의 해외연수에 대한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방의원들의 경우 외유성 연수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외교활동과 해외연수 등의 범위와 원칙을 명시한 '공무국외활동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방의회 의장 소속으로 공무국외활동 심사위원회를 두고, 국외활동목적과 방문국가·방문기관의 적절성, 인원수와 참가자 구성의 적합성, 국외활동기간과 경비의 적정성, 국외활동 관계 기관과의 사전협의 여부 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서는 가능하면 회기 중에는 가지 않도록 하고, 공식 일정 외에 주변국 방문을 자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이 있다. '국회의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청렴하여야 하며, 공정을 의심받는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청렴의무(제3조)를 규정하고 있고, '그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그로 인한 대가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직권남용금지(제4조)를 명시하고 있다.

국외활동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제13조),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직무상 국외활동을 하는 경우에 보고 또는 신고를 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의 해외활동이나 체류를 하여서는 안 된다.

'모든 정치인'의 '모든 해외연수'가 문제는 아니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이란 게 있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이란 게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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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미 정해진 원칙은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은 정치 불신만을 가중할 뿐이다.

특권처럼 언급되지만, 사실 의원들의 외교활동은 입법부의 네 가지 권한 중 하나다. 나머지 세 가지는 입법에 관한 권한, 재정에 관한 권한, 일반 국정에 관한 권한이다. 즉, 외교활동도 입법, 국정감사만큼 중요한 권한으로 규정돼 있는 것이다.

외교활동은 외국 의회 인사(의원)를 초청하는 초청외교활동, 상대국을 방문하는 방문외교활동, 국제회의 참석 등이 있다. 방문외교의 경우 방문국 의회 및 정부 주요인사 면담과 함께 산업체, 교육·문화시설 등을 시찰한 것도 주요활동으로 포함돼 있다. 외교활동은 의회차원에서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을 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적네트워크 구성도 의미가 있다.

이런 활동을 위해 의회외교단체가 구성돼 있다. 미국·중국·러시아·EU 의회와 구성한 의원외교협의회, 111개국과 결성한 의원친선협회,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가 여기 해당된다. 이와 별도로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해외시찰을 가기도 한다. 국회 홈페이지에 가면 의원외교단체 자료실이 있고, 국회에서 가는 공식적 외교일정은 모두 이곳에 보고돼 있다. 문제가 되는 해외출장은 여기 보고되지 않은 일정들이다.

국회의원들의 공무상 외교활동은 권한으로 보장돼야 한다. '모든 정치인'의 '모든 해외연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에 어긋난 해외연수가 문제다. 그렇다면 해결방안 또한 분명하다. 국회 내에서 정당 간 논의를 통해 보다 촘촘한 기준을 만들면 된다. 그 기준이 안 지켜진다면 또 그때 가서 논의할 일이다.

까다로운 해외연수... 준비만 6개월

 국회의원 보좌직원들도 해외연수를 간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국회의원 보좌직원들도 해외연수를 간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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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직원들도 해외연수를 간다. 내 생애 첫 연수는 정당에 배정된 몫으로 간 것인데, 의석수에 따라 인원이 달랐다. 내가 속한 정당은 의원이 많지 않아 당 전체에서 1년에 딱 한 사람만 갈 수 있었다. 연차·연령을 고려해 의원실마다 골고루 돌아가도록 선정했는데 국회에서 일한 지 6년 만에 내 차례가 왔다. 연수 대상자가 됐다는 통보를 받고,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스웨덴'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내내 일했기에 복지국가라 불리는 나라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보좌직원 단기해외연수는 정해진 연수프로그램이 없다. 배정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당사자가 지역, 시기, 일정을 모두 결정한다. 스스로 짠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몇 가지 정해진 원칙만 지키면 된다.

먼저 혼자 가는 것은 안 된다. '연수'이므로 보좌직원 2인 이상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출장 목적, 출장자, 기간, 일정 등이 담긴 계획서를 작성해 사전에 제출해야 하고, 지급되는 예산은 공무원여비규정, 감사원계산증명규칙, 정부항공운송의뢰 GTR 업무처리지침, GTR제도관련운영지침에 의거해 집행된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공무원 여비 규정은 나라에 따라, 직급에 따라 하루에 지출할 수 있는 최대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당연히 지급이 안 된다. GTR은 국적기 기준의 항공료인데 이를 넘어서면 역시 지급이 안 된다. 우리는 '저가항공'을 이용해 항공료가 훨씬 더 저렴했지만 비교를 위해 기준 운임 서류도 제출해야 했다.

또, 항공료는 결제도 별도로 해야 한다. 다른 비용과 패키지로 결제하면 지급이 안 된다(이렇게 까다롭다). 다녀오면 모든 연수자의 출국일·귀국일이 찍힌 여권을 제출해야 하고, 물론 연수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아, 항공마일리지 신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 마일리지는 개인적으로 쓸 수 없고, 나중에라도 공무에만 써야 한다.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모를 연수인 만큼, 연수다운 연수를 가기 위해 무려 6개월을 준비했다. 2010년 당시만 해도 스웨덴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았다. 스웨덴에 가고자 하는 동료 5명을 모아 연수팀을 구성해 수차례 세미나와 토론을 진행했다. 우리가 가고 싶은 방문지를 선택해 일정을 짜고, 이메일로 직접 면담 요청을 했다.

해당기관과 만나기 위해서는 왜 만나려고 하는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야 했기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덕에 일주일 머무는 동안 스웨덴 의회, 사민당, 보수당, 생산직노동조합총연맹, 사용자연맹, 금속노조, 시민교육협의회, 지방의회, 노인요양시설, 청소년교육시설, 장애인사업장 등 희망하였던 거의 모든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비록 이동시간이 부족하여 다음 방문지에 늦지 않으려 거의 '뛰어다닐' 지경이었지만 말이다. 다녀와서 연수 내용을 정리하여 <복지국가 여행기 - 스웨덴을 가다>라는 책을 썼다. 열흘에 불과했지만 연수에서 보고, 느끼고, 얻은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국회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함께 간 5명의 동행자들은 모두 자부담이었다.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았다. 두 번 가기는 어렵다. '충실한' 해외연수를 구분해 지원할 수는 없을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본질이 훼손되지 않길

 2012년 4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진행된 뉴질랜드 장애인 관련제도 시찰단 현장 활동. 곽정숙(당시 통합진보당), 박은수(민주통합당) 의원은 스카운 뉴질랜드 장애인 사무청장을 만났다.
 2012년 4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진행된 뉴질랜드 장애인 관련제도 시찰단 현장 활동. 곽정숙(당시 통합진보당), 박은수(민주통합당) 의원은 스카운 뉴질랜드 장애인 사무청장을 만났다.
ⓒ 국회사무처 국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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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8대 국회 때 의원과 함께 뉴질랜드를 간 적이 있다. 보좌관이 동행한 '특이한' 사례다. 관행이었을까? 당시 함께 일했던 곽정숙 의원은 장애인이셨다. 나는 '보좌관'이 아니라 '활동지원인' 성격으로 동행했다. 방문단장인 박은수 의원도 장애인 당사자 의원으로, 역시 의원실 비서가 수행했다.

이외에는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의 해외시찰에 동행한 적이 없다. <뉴질랜드 장애인 관련제도 시찰단 방문 결과보고서>는 앞서 말한 국회외교활동 게시판에 공개돼 있고, 방문단 수행원으로 나와 그 비서의 이름이 나와 있다. 공식일정 하나하나 마다 수행원 전체 명단이 적시돼 있다. 내가 아는 한, 의원과 보좌진이 동행하는 경우는 장애인 당사자 의원의 활동지원인이거나 공식적인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정도였다(내가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인지 상당히 혼란스럽다).

덧붙이자면,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사무청이 독립기관으로 있는 곳이다. 장애인 장관과 장애인 사무청장을 면담했고, 양국 간 장애인 정책에 대해 밀도 있게 논의할 수 있었다. 또, 장애인 당사자 의원들의 시찰이었기에 방문하는 모든 곳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는 '환경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인지라 개발정책이 후순위인데 어딜 가도 장애인 이동로가 불편하지 않게 갖춰져 있었다. 사후에 변경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처음부터 반영하면 비용은 덜 들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은 크다. 정책방향과 제도의 문제다. 활동지원인 성격으로 동행하였지만 보좌직원의 '직업적' 특성상 뉴질랜드에서 보고 배운 것을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에 어떻게 하면 반영할 수 있을지 내내 고민했다.

의원과 보좌진이 함께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에 대한 것이었다. 장애인 사무청의 장단점에 대해서 한참을 토론하기도 했다. 이런 해외시찰은 의정활동과 정책개발에 도움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질과 내용'이다. 이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로 초점이 옮겨갔으면 좋겠다.

['모두의 정치' 연재기사]
① 김성태는 '연설', 노회찬은 '발언'... 국회 속 불편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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