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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김정숙 여사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를 찾아 다니며 인사했던 발언이 드루킹과 연관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김정숙 여사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를 찾아 다니며 인사했던 발언이 드루킹과 연관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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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이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면서 언론의 검증되지 않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4월 18일부터 언론들은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드루킹의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조직이 연관됐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단독] 드루킹의 '경인선', 대선 경선 때 외곽조직으로 존재감 (한국일보)
'경인선' 회원들과 인사하는 김정숙 여사와 김경수 의원 (연합뉴스)
[B컷 뉴스] "경인선 가자"…김정숙 여사, 대선 경선 때 '드루킹' 조직 언급 (SBS)
블로그 열고 김정숙 동영상 공개… 드루킹의 반격? (조선일보)
'진짜 까줄까?' 하더니… 하나둘씩 까는 드루킹 영상 (조선일보)
드루킹, 오프라인서 '경인선'으로 활동…김정숙 여사도 언급 (TV조선)


언론들이 김정숙 여사와 경인선이 연관이 있다며 주요 근거로 삼은 것은 한 편의 동영상입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김정숙 여사가 지지자들을 찾아 인사하면서 "경인선 가자"라고 말했던 영상입니다. 이 영상이 과연 김정숙 여사, 더 나아가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인선이 연루됐는지 알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원본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원본 중 일부분만 강조하는 언론들

 ① 원본 영상

현재 언론은 드루킹과 경인선 조직이 올린 동영상을 근거로 삼아 김정숙 여사와의 연관성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원본 영상을 제대로 봤을까요?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가자'라고 말한 영상의 원본은 유튜버 유재일씨가 촬영한 영상입니다. 유씨는 2017년 4월 3일 유튜버에 '민주당 경선 최종 발표'라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인 유재일씨는 민주당 수도권 경선 과정을 촬영했고, 영상의 7분에서 8분 사이에 김정숙 여사는 유씨 근처로 와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른 지지자 모임 그룹으로 이동하면서 '경인선 가자'라는 말을 했습니다.

유씨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이날 김정숙 여사는 서울 고척 돔구장에 온 수많은 문재인 지지 모임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거나 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② 과시용 영상?

언론들은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에 가고 싶어하셨던 이유. cheer up'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경인선 조직이 올린 이유가 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경인선이 올린 영상은 유재일씨의 원본 영상에서 "경인선 가자"라는 부분만 발췌해 편집한 영상입니다. 경인선 또는 드루킹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드루킹과 경인선 조직이 홍보를 위해 유재일씨가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시용 영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③ 언론의 부풀리기 보도

만약 해당 언론사 기자가 유재일씨의 원본 영상을 제대로 봤다면, 김정숙 여사의 발언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그룹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과정의 한 부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경인선 조직이 짜집기 한 영상만 보여주면서 의혹과 연관성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진짜 까줄까?' 하더니… 하나둘씩 까는 드루킹 영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치 드루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협박할 수 있는 무언가를 쥐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기사의 근거는 앞서 말했던 영상의 일부분이 전부입니다.영상을 보면 김정숙 여사가 지지그룹인 경인선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지를 하는 것과 연관돼 있는 것은 다른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는 4월 19일 '드루킹이 이끈 문 후보 지원단체 '경인선'… 김정숙 여사, 최소 두 차례 경선장서 격려'라는 제목으로 김 여사가 계속해서 경인선 회원들과 연관성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가 2017년 3월에 찍은 사진을 보면 경인선이 아닌 지지자와 인사하는 김정숙 여사로 되어 있다. 당시 현장 모습 또한 단순 지지자를 향한 인사로 보인다.
 <연합뉴스>가 2017년 3월에 찍은 사진을 보면 경인선이 아닌 지지자와 인사하는 김정숙 여사로 되어 있다. 당시 현장 모습 또한 단순 지지자를 향한 인사로 보인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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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2017년 3월 27일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후보 부인 김정숙 여사(가운데)가 관중석의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러나 2018년 4월 18일 <연합뉴스> 사진을 보면 '당내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경수 의원이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과 인사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경인선 회원들과 김정숙 여사가 인사하는 사진을 일부러 촬영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대선 후보 부인과 일반적인 지지자들의 인사하는 모습을 촬영했을 뿐입니다. 드루킹 사건이 범죄임은 틀림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경선이 치러지는 공식 자리에서 지지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장면이 범죄와 연관성이 있다는 보도는 억측이자 왜곡 보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정숙 여사, #드루킹, #경인선, #왜곡 보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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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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