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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방송마다 '영자 미식회'를 찍는 그녀가 지난번엔 몸에 좋다는 서리태 콩물을 매니저에게 권하며 이런 얘기를 한다. "돈을 왜 버는데, 이렇게 좋은 거 먹으려고 버는 거야."
 매 방송마다 '영자 미식회'를 찍는 그녀가 지난번엔 몸에 좋다는 서리태 콩물을 매니저에게 권하며 이런 얘기를 한다. "돈을 왜 버는데, 이렇게 좋은 거 먹으려고 버는 거야."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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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참견 예능 프로그램인 <전지적 참견 시점>이 화제가 되는 요즘. 덩달아 메인 MC인 이영자의 맛집 리스트도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미슐랭' 뺨치는 깐깐한 검증을 거친 그녀의 맛집 리스트는 훔치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다. 손수 메뉴판을 만들고 다니는 그녀라면 믿어봄직 하니까.

매 방송마다 '영자 미식회'를 찍는 그녀가 지난번엔 몸에 좋다는 서리태 콩물을 매니저에게 권하며 이런 얘기를 한다. "돈을 왜 버는데, 이렇게 좋은 거 먹으려고 버는 거야." 이 대목에서 그녀가 멋있었던 건 나뿐일까? 다분히 예능적인 요소로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겠지만, 그녀의 확고한 취향도 멋있었고 그런 '쿨워터 향' 나는 간단명료한 정의도 멋있었다.

돈 버는 일이 그렇잖은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바쁨을 핑계로 끼니를 거르거나 대충 빵이나 김밥 한 줄로 때울 때가 있다. 그러면 주변에선 꼭 그런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적당히 해." 물론 그 걱정의 말이 고맙지만, '밥 한 번 먹자'며 연락을 취해 온다면 더 고마울 것이다. 보통은 내가 바쁜 만큼 상대도 바빠, 서로가 서로의 끼니를 말로만 챙겨줄 뿐이다.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해 봐도 좋았겠지만. 

삶의 질은 '섭취 행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식탁에 어떤 메뉴가 오르느냐, 건강 보조 식품으로 무얼 챙겨 먹느냐,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는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호모 데우스>에서 진작 이렇게 얘기했다.

"18세기 마리 앙투아네트는 굶주린 민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데, 오늘날 가난한 사람들은 이 충고를 문자 그대로 따른다. 비벌리힐스에 사는 부자들은 양상추 샐러드와 퀴노아를 곁들인 찐 두부를 먹는 반면, 빈민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트윙키 케이크, 치토스, 햄버거, 피자를 배터지게 먹는다."

이렇게도 계급 아닌 계급이 나눠질 수 있음을 안다. 굶지만 않아도 땡큐! 시간에 쫓긴 채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가성비'가 최고다. 비싸진 않은데, 배부른 거. 맛있는데 배부르면 더 좋고.

그래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처럼, 그리고 여느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을 한다. '밥값'은 하고 싶어서. 이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좋은 걸 먹기 위해 '밥벌이의 지겨움'을 느끼지만 부지런히 일을 한다.

카페에서 5시간 동안 화장실 두 번 가는 거 빼고 의자에 딱 앉아 원고를 쓰는 것도 그런 일 중에 하나 다. 휘핑크림 잔뜩 올라간 달달한 음료를 마시고도 당이 떨어져 중간에 케이크도 사 먹는다. 18세기 굶주린 프랑스 사람들처럼. 섭취 행위와 노동을 함께 한다.

누군가는 호화롭다 할지도 모르겠다. '된장녀' 쯤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웬만한 해장국값 보다 돈이 훨씬 더 많이 나오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밥을 먹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한다. 이런 패턴이 일상인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테고(나처럼 반 백수 프리랜서라면), 일상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방법일 뿐이다. 일상은 지켜져야 하니까.

단호한 밥벌이의 가치

서른 두 살. 친구 두 명과 함께 '업자'로 불린 적이 있다. 누가 들으면 부러워할만한,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에서 일을 하다 국내로 돌아온 업자1호. 타이틀만 보자면 역시나 또 괜찮은 직장을 다녔던 업자2호, 그리고 나. 한참 일할(?) 나이에 친한 친구 셋이 비슷한 시기에 백수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우리는 신기하다며 또 속없이 좋아한다. 셋이 매일 붙어 다니니, 친구 아버지가 그러셨단다. "또 업자 모임 가냐?" 그렇게 우리는 (실)업자가 되었다.

친구가 나와 같은 입장의 백수라서 좋은 점이 있다면, 돌아가며 한 명씩 우울의 늪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럼 남은 두 친구가 토닥토닥 격려도 해 주고 위로도 해 준다는 거다. 정보를 같이 공유하는 것도 장점일 수 있고. 단점이라면 셋이 붙어 있으니 마음이 급하고 쫓겨야 할 상황에도 여유 있다 착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뭐, 마음만 급하다고 해서 해결될 일들은 없지만... 그렇게 사회는 어수룩하거나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6개월 후, 다시 6개월 전의 삶으로 돌아간 업자들이 느낀 점이 있다면 역시 일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돈이 어마징징하게 많다면 노는 것도 좋겠다. 돈이 있어야 잘- 놀 수 있다) 사람이 조금은 간사하고 얄팍한 면이 있어서 일에 치이면 모두 내려놓고 좀 쉬고 싶기도 한데, 막상 또 그렇게 한량처럼 오래 놀고 있으니 일이 하고 싶더라.

'밥값'은 해야지, 그게 제일 소중하고 귀한 거니까. 노는 게 좋고, 먹는 걸 좋아하고, 그 와중에 좋은 걸 먹고 싶다면... 이걸 아는 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짧은 시간인가? 짧은 시간에 배운 교훈치고는 제일 값지다.   

'밥값'을 논하며 '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대놓고 '돈'을 이야기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조금 불편한 일이 되곤 한다. '쟤는 돈만 밝혀'라고 오인받기 쉽고, 속물처럼 느껴지는 구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어느 작가는 떳떳하게 얘길 한다. '돈과 밥으로 삶은 정당해야 한다'고.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며 하는 말이 '돈 없이도 혼자서 고상하게 잘난 척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얘길 한다.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러지 말라'는 당부 아닌 당부도 하면서.

작가는 글의 말미에 이렇게도 얘기한다. '돈을 벌어라. 벌어서 아버지한테 달라는 말이 아니다. 네가 다 써라. 난 나대로 벌겠다.' 어딘지 모를 단호함이 밥벌이의 가치를 더욱 경외스럽게 한다. 일상을 지키는 힘, 결국 그게 중요한 거니까.

오늘 나는 얼마만큼의 '밥값'을 했는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긴 했는데 스스로 '가성비'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며 야식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한다.

영자 언니처럼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하는데, 아직까진 내공이 부족한 지 떠오르는 거라곤 치킨밖에 없다. 샐러드는 아니지만, 치킨도 행복일 수 있으니 되었다 싶다. 그나저나 영자 언니 완전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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