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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자연의 시간과 함께 움직인다.
▲ 해돋이 농부는 자연의 시간과 함께 움직인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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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일상생활은 해마다 똑같은 일의 반복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연속이기도 하다. 잠을 자고 일어나는 시간도 규칙적이지 않으면 몸과 정신이 지쳐서 농사를 힘든 노동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늦잠을 자는 습관을 바꾸지 못해 귀농 후에 농사를 포기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농사는 자연의 시간 속에서 농부도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농사는 선택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위가 오래 가서 농사일이 한 달 정도 늦춰졌을 뿐인데 농사에 적응하는 몸의 근육이 풀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몸이 농사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는 무리하게 힘을 쓰거나 많이 움직이면 몸살이 난다. 그걸 알기에 일하는 시간과 몸의 움직임에 신경을 썼다.

요즘에는 해뜨는 시간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잠을 깨는데 그것은 몸과 마음이 농사에 적응되었다는 것이다. 5시쯤 잠에서 깨면 창문 사이로 동트는 새벽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밤이 짧아질수록 잠에서 깨는 시간도 조금씩 빨라지는데 몸이 기억하는 자연의 시간이 신기하고 놀랍다는 생각을 한다.

잡초는 없다

지금부터는 거침없이 올라오는 풀과 기(氣) 싸움을 시작하는 때가 되었다. 흙의 입장에서 풀은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겉흙을 보호하고 지력(地力)을 높여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허나 농사에서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잡초로 전락한 지 오래 되었다. 친환경적인 유기농업에서도 풀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농장에서도 작물 성장에 방해가 되는 범위의 풀들은 뽑거나 잘라준다.

많아도 안되고 없어도 안되는 것이 농사에서 풀이다.
▲ 양파밭 많아도 안되고 없어도 안되는 것이 농사에서 풀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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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파종하고 돌봐야 하는 작물들이 겹치다 보니, 풀관리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양파를 집어삼킬듯이 덮쳐오는 풀을 더이상 미룰 수 없어서 날마다 농사의 첫 시작은 풀을 잡는 거다. 가벼운 운동 삼아 큰 움직임 없이 앉아서 명상하듯이 손을 놀린다. 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잊지 않고 마음속으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어서와, 농장은 처음이지. 그래도 한번에 너무 많이 왔다. 조금씩 나눠서 오면 서로 좋을텐데...ㅎㅎ, 그래도 너희들 덕분에 탈없이 잘 자랐지만, 여기서 우리는 이제 그만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풀)를 만나야 할 때야. 그동안 고마웠다... 진심으로..."

농사는 하는 일에 따라 생각이 달아나는 무아지경에 빠져들기도 하고,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때로는 번뇌에 빠져서 농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밭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농사는 살아있는 다양한 생물들과 함께 공존하면서도 때로는 한쪽편을 들어야 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태그:#양파, #농사, #잡초, #무아지경,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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