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대한민국 연극제-토크 콘서트' 10번째 초대손님으로 드라마와 영화, CF, 연극 등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민경진 배우가 등장했다. 사회는 그와 2년 전 연극무대에서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는 대전의 최승원 배우가 맡아 진행하였다.

'제 3회 대한민국 연극제-토크 콘서트' 10번째 초대손님으로 드라마와 영화, CF, 연극 등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민경진 배우가 등장했다. 사회는 그와 2년 전 연극무대에서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는 대전의 최승원 배우가 맡아 진행하였다. ⓒ 조우성


"번역극은 하지 않고 국내 창작극만 고집하며 버텼다"

대전시에서는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6월 15일~7월 2일)가 한창이다. 연극제의 중점프로그램인 '토크 콘서트-연극인생이야기'의 10번째 손님으로 영화 <연가시>와 <범죄도시>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드라마와 영화, CF, 연극 등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민경진 배우가 25일 출연하였다. 사회는 대전의 연극배우 최승완씨가 진행하였다.  

그는 수염을 기른 채 무대에 등장했다. 최근 촬영하고 있는 영화에서 노숙자 역할을 맡고 있어 그가 수염을 기른 채 나왔지만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처럼 텁수룩한 수염이 제법 그와 잘 어울렸다.

그는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국어책 속의 연극대사를 읽다가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그 때부터 막연하게 연극배우의 꿈을 키워 갔다. 그는 젊은 시절 성격이 대쪽같아 번역극은 하지 않고 오로지 국내 창작극만 고집해 출연하였다고 했다. 

"연극의 90% 이상이 번역극이고, 국내창작극이 별로 없어요. 처음에 번역극을 2번 정도 했는데, 노란 가발을 쓰고 하니까 못 하겠더라고요. 그 이후로 저는 연극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번역극은 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창작극만 고집하면서 버텨 왔어요."

 그는 “연극이 가장 강한 게 뭡니까. 말 아닙니까. 말은 그 나라 민족의 얼 아닙니까. 연극 배우가 언어를, 말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이거 안 되겠죠. 연극 배우는 말, 화술이 좋아야 돼요.”라고 배우들의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연극이 가장 강한 게 뭡니까. 말 아닙니까. 말은 그 나라 민족의 얼 아닙니까. 연극 배우가 언어를, 말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이거 안 되겠죠. 연극 배우는 말, 화술이 좋아야 돼요.”라고 배우들의 기본을 강조했다. ⓒ 조우성


<연가시> 촬영할 때 11월 물가에 직접 들어가기도

그는 현재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3에서 '악덕 집주인' 역할을 맡아 열연하고 있으며, 병원 내 권력과 욕망을 밀도 있게 그린 JTBC 의학드라마 <라이프>(7월 말 방영 예정)를 촬영하고 있다. 그가 이전에 강원도에서 과거 11월 쯤에 영화 <연가시>를 촬영할 때 있었던 일이다. 

"연가시를 발견하고 냇가에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감독은 대역을 쓰든지 물가에서 찍자고 말했어요. 냇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서 그 장면을 촬영하기가 힘들 것 같아 제가 감독에게 '야, 할 수 있어. 들어갈 수 있어' 하며 팬티만 입고 냇가로 들어갔어요. 11월 말의 강원도 산골을 생각해 보세요. 다 얼어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는 국내의 유명한 놀이동산의 'VR 판타시아' 광고를 찍을 때의 재미난 일화도 소개했다. 

"제가 한옥에서 VR을 쓰고 이리 저리 움직이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VR을 쓰는 순간 진짜 가슴이 떨리고 오장이 뒤집어지더라고요. 놀이동산에서 광고를 찍는데, 감독이 저보고 '자이로드롭'을 탈 수 있겠냐고 물어요. 보조출연자가 저랑 똑같이 분장하고 옆에 와 있었는데, 살짝 자존심이 상하데요. 배우가 죽어도 무대에서 죽는다고, 존심에 탈 수 있다고 말을 했어요. 그때 토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걸 연달아 세 번이나 탔어요. 아,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는 현재 전주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 하고 있는 아들 민석준이 고등학교를 네 군데, 대학교를 세 군데 다녔는데, 아들이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마다 그는 “괜찮다. 그만두라고 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밝혔다. 그는 “아들에게 억지로 뭘 가르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슴으로 안아주고 그런 거 밖에 없습니다. 아들도 자아가 싹 트고 성장하는데, 간섭을 안했습니다. 맡겨 놓으니 지가 알아서 잘 해요.”라며 “아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맡겨 놓으면 어떨까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주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 하고 있는 아들 민석준이 고등학교를 네 군데, 대학교를 세 군데 다녔는데, 아들이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마다 그는 “괜찮다. 그만두라고 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밝혔다. 그는 “아들에게 억지로 뭘 가르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슴으로 안아주고 그런 거 밖에 없습니다. 아들도 자아가 싹 트고 성장하는데, 간섭을 안했습니다. 맡겨 놓으니 지가 알아서 잘 해요.”라며 “아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맡겨 놓으면 어떨까 합니다.”고 말했다. ⓒ 조우성


출연료로 두꺼운 봉투 받아 "열어 보니 모두 천원짜리 지폐뿐"

그는 연극계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연극무대에 서면서 받았던 출연료를 밝히기도 했다.

"어느 날 연출가 OOO씨가 함께 연극을 하자고 찾아 와 '한 달 동안 서울로 왔다 갔다 하면 차비가 얼마가 드느냐'고 물어요. 저는 KTX를 안 타고 무궁화를 타고 다니니까 한달에 한 90만 원 정도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OOO씨가 '이것 저것 하면 대충 150만 원 정도 들어가겠네' 그래요. 그 뒤로 논산에서 서울 대학로로 출퇴근을 했어요. 술 먹는 날은 종로 혜화역 앞 사우나에서 자고. 그런 열정으로 연극을 했습니다. 미쳤죠. 제가 그렇게 세 달을 서울로 출퇴근 했는데, 출연료로 딱 150만 원 받았어요."

관객들이 웃자, 그는 "더 놀랄 노자가 있다"며, '대한민국 연극제'에 후배 연출가와 함께 나갔을 때는 5개월 작업에 50만 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근데 이보다 더 기막힌 사연도 있다며, 그가 뮤지컬 <블루사이공>에 출연했을 때의 일화를 말했다. 

"베트남 전쟁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블루사이공>이라고, 창작뮤지컬로는 우리나라 최고죠. 누구든 기립박수를 안 칠 수가 없어요. 배우들이 커튼콜을 마치고 모두 퇴장을 했는데도 박수 소리가 끊기지 않아서 인사를 두세 번 한 적이 있을 정도로 관객들 반응이 좋았죠. 그렇게 공연을 모두 마치고, OOO가 저에게 고생했다고 봉투를 줘요. 보니 봉투가 두꺼워요. '야, 뭐 이렇게 많이 주냐. 이거 안 돼' 그랬더니 '아니에요. 선생님 받으세요' 그래요. 나중에 봉투를 열어 보니 전부 다 천 원짜리야. 제 기분이라도 좋게 하려고 천 원짜리로 가득 넣은 거죠. 그 성의가 고맙잖아요. 연극계가 사실 이렇게 힘들어요."

 민경진 배우는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를 꺼내서 들려주기도 하고, 꺼내기 어려운 출연료 문제를 언급해 힘든 연극계의 사정을 시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하기도 했다. 그는 토크 콘서트 중간에 마이크를 내려 놓고 생목소리로 농민가를 불러 관객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진은 행사가 끝난 후 방청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민경진 배우는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를 꺼내서 들려주기도 하고, 꺼내기 어려운 출연료 문제를 언급해 힘든 연극계의 사정을 시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하기도 했다. 그는 토크 콘서트 중간에 마이크를 내려 놓고 생목소리로 농민가를 불러 관객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진은 행사가 끝난 후 방청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 조우성


연극인은 자존심 하나로 살아 "'배고프지, 가난하지' 묻지 마세요"

그는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연극인들, 예술가에게 "가난하지. 배고프지. 이런 거 물어보지 마세요"라고 부탁했다. 

"연극인들은 자부심, 자존감 하나로 살아갑니다. 저는 연극을 하면서 배고프고 가난했지만 제가 가난하다는 생각을 눈꼽만큼도 가진 적이 없었어요. 그냥 좋아서 연극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기자들이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고 해도 제가 그런 이야기를 잘 안할려고 그럽니다."

그는 요즘 디지털 대학교에 편입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그에게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제가 전문대를 중퇴했어요. 나이 50 넘고 60 가까이 되니까 부족한 것도 아직 많고, 심심하기도 해서 사이버대학교를 다녔어요. 졸업을 했는데, 또 공부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올해는 원광디지털대학교 한방건강학과 3학년에 편입을 했어요. 요새는 한문을 배우느라 아주 힘이 듭니다. 그냥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는 "배우는 발음과 말이 정확해야 되지만 소리와 말에 울림이 있어야 된다, 전달력이 좋아야 된다"고 말했다.

"감정을 표현할 적에 중요한 것은 몸짓과 말이잖아요. 말은 고저장단, 길이, 폭이 있잖아요. 거기에 감정이 들어가죠. 그냥 '사랑' 그러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감정을 실어서 조금 정성스럽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다정하게 말하면 느낌이 확 달라지잖아요. 그러니까 고저장단과 길이, 음폭을 달리해서 거기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말하면 말에 생명력이 붙잖아요.

배우는 발음이 정확해야 되지만 울림통도 좋아야 돼요. 시조는 호흡이 길잖아요. 저희들은 가곡도 연습하고, 판소리도 흉내 내고 그랬어요. 폼 잡고 앉아서 '청산~ 하고 시조 자락을 쭉 뽑으면 제가 배우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스스로 배우라는 자각을 주기 위해서 그런 훈련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는 8월 1일~5일, 8월 7일~12일 2회에 걸쳐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당극패 우금치'의 '천강에 뜬달'과 '쪽빛황혼'을 응원하기 위해 우금치 단원 성장순 배우와 함께 응원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8월 1일~5일, 8월 7일~12일 2회에 걸쳐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당극패 우금치'의 '천강에 뜬달'과 '쪽빛황혼'을 응원하기 위해 우금치 단원 성장순 배우와 함께 응원사진을 촬영했다. ⓒ 조우성


"꿈에서라도 대본이 외워질까 대본을 머리에 베고 잡니다"

그는 "박정자, 손숙 선생 같은 분도 대사를 잊어 버리는 꿈을 꾼다"며, "연극대본을 외우고 연습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배들이 "연극을 할 때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실핏줄이 터지는 것 같다"고 그랬는데, "연극을 시작하면 그 말이 정말 실감난다"고 고백했다. 

"대학로에서 연극 연습을 할 적에 술을 한 잔 마시고 동대문으로 해서 명동까지 갔다가, 조금 힘이 남으면 서울역까지 걸어가면서 계속 대사를 외우거나 연극 무대를 상상해요. 그렇게 대사을 다 외워도 내일 연습장 가면 잊어버려요. 그 다음날 산에 올라가 대사 연습을 했는데, 또 지나면 까먹어요. 어느 날은 술을 한 잔 하고서 야외 벤치에서 대사를 외우다가 그만 자버린 적도 있어요. '야, 나는 머리가 안 되고, 연극배우도 못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자면서 혹 꿈에서라도 대본이 외워질까 봐 대본을 머리에 베고 잡니다."

그는 이런 '연극의 긴장감'이 좋다고 말했다.

"평상시는 시골에서 널널하게 생활하다가 연극을 할 때는 긴장이 되요. 연극은 감정표현이 조금 과하거나 덜 하면 안되요. 똑같은 대사라도 서너 개 표현방법을 준비해야 돼요. 많은 대사의 양도 외워야 돼요. 배우들과 호흡도 맞쳐야 돼요. 저는 이런 연극의 긴장과 열정이 좋기 때문에 1년에 한두 편은 연극을 꼭 하고 있어요. 다가오는 9월에 대전의 젊은 연출가 박준우씨와 연극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때 꼭 한 번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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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진 대한민국 연극제 최승완 민석준 마당극패 우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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