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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선 책 제목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만세, 만세, 만세'는 어때요?"
"아, 그냥 가자구. "
"아직도 제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아, 어때. 그러면 맨 앞의 '김수영'을 뺄까? 그래야 뒤쪽 제목이 더 살겠네."

2013년 12월에 나온 소설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의 개정판 제목은 결국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로 정해졌다. 제목을 살짝 부드럽게 하려 했는데, 저자인 김영종 작가의 뜻대로 '김수영'을 빼니 더 '도발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김영종 작가는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소설인데 세상 눈치 보느라 제목을 바꾸느니 차라리 책을 안 내겠다는 입장이었다. '거대한 뿌리'와 김일성 만세'는 김수영의 시 제목인데, 김수영이 4.19혁명 직후에 쓴 '김일성 만세'는 실어주는 매체가 없어서 김수영 살아생전에 발표하지 못한 작품이다.

 2011년 12월 광화문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제1회 <바보제>에 선보인 연극 <바보 여신의 일장연설>(헤이, 바보극단)에서 '바보 여신' 역할을 맡아 연기 중인 김영종 작가.
▲ 바보 여신의 일장 연설 2011년 12월 광화문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제1회 <바보제>에 선보인 연극 <바보 여신의 일장연설>(헤이, 바보극단)에서 '바보 여신' 역할을 맡아 연기 중인 김영종 작가.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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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초판본을 처음 봤을 때  "남정현 작가의 반미소설 <분지>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순전히 내 주관적인 평가다. <분지>처럼 필화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대의 첨예한 모순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리 평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출간 후에 아무런 주목도 받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기대했던' 필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2014년 1인 출판사를 시작한 나는 때가 되면 어떻게든 이 소설을 개정판으로 다시 낼 기회를 엿봤다. 드디어 그때가 다가왔다. 올해 불현듯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연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린 것이다. 절호의 기회였다.

소설의 주인공 은명기는 김영종의 분신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의 주인공 은명기는 김영종 작가와 직업, 성격, 가치관, 심지어는 말투까지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분신과 같은 존재다. 소설 속 은명기는 사설갤러리 관장, 침사(침술사), 비평가(평론가)의 직함으로 불리는데, 김영종 작가 또한 실제로 그러하다.

이처럼 여러 직함 보유자인 김영종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12월 강화도에서다. 당시 나는 '시민기자'라는 이름으로 몇 차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는데, 지인의 부탁을 받고 김영종 작가를 만난 것이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해서 개정판으로 발간한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 공선옥 소설가와 함민복 시인이 추천사를 썼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해서 개정판으로 발간한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 공선옥 소설가와 함민복 시인이 추천사를 썼다.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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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작가는 광화문 에무에서 열리는 제1회 <바보제>에 선보이는 연극 <바보 여신의 일장연설>(헤이, 바보극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이 연극의 극작가이며 동시에 주연배우 역할을 맡고 있었다. 김영종 작가는 2010년에는 <헤이, 바보예찬>을 펴내면서 스스로 '바보주의'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는데, 그때의 연극제도 전도 방법의 하나였다.

그때 인터뷰를 해서 기사를 쓰고(관련 기사 : 바보여신의 일장연설 '방귀송으로 쥐들을 쓸어 버려), 연극을 보고 나서 머릿속에 새겨진 김영종의 이미지는 '철학적인 바보'였다.

이성, 지식인,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감성, 바보(민중), 인디언 문화를 좋아하는 그에겐 광대 기질이 넘쳐난다. 학자의 겸손보다는 오버를 좋아하고, 길거리의 유언비어, 괴담, 헛소리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에라스뮈스를 좋아하고, 자신을 스피노자의 추종자라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머리에는 스피노자의 철학적 논리로 가득 차 있지만, 입으로 나올 때는 오버하는 광대의 말투를 닮아서 비논리적으로 바뀐다. 소설 속 은명기의 말투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정 선거 문제를 술자리에서 논쟁을 벌이던 은명기는 자신의 주장이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 음모론이 돼버리는 거"라며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진보연하는 사진작가 공주형과 후배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여하튼 매끄러운 것은 네에미 씹이다. 개-좆이다." p.37

그는 이렇게 화를 버럭 낸 다음엔 더욱 논리와는 멀어져간다. 소설 속 은명기는 이렇게 독백을 한다. 김영종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스타일을 구겨버린 내 자신에 더욱 화가 치밀어 발악하듯 떠들어댔는데, 결국 단어들은 문법을 이탈해 횡설수설로 이어졌다. (그렇다. 따지고 보면 문법도 매끄러운 게 아닌가. 나는 초지일관 매끄러움에 저항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p.37

마치 에밀 졸라나 된 듯이

광대 기질이 넘쳐나는 김영종 작가를 다시 만난 것은 그 다음 해 5월 초순경,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사태 관련한 칼춤 보도로 어수선할 때였다. 흔치 않게도 통합진보당을 까는 데는 보수, 진보 언론과 여당, 야당이 다르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좌우 합작이 이처럼 기막히게 이루어진 사례가 또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일주일 정도 광적인 종북 마녀사냥을 지켜보다 답답한 마음에 강화도 작업실에 머물던 김영종 작가를 동막해변 부근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조심스럽게, 간을 봐 가면서 정치 얘기를 꺼냈는데 놀랍게도 싱크로율 99%였다. 며칠 후 강화도에 살던 이시우 사진작가와 셋이서 다시 만났고, 이 자리에서 언론이 외면한 진실을 다루는 책을 만들자는 합의를 했다. 섬에서 유유자적하며 지내던 무명인사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고, 뭔 힘이 될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하여간 녹슨 칼을 꺼내 두부라도 자르기로 했다.

김영종 작가는 강화도에서 사는 이시우 사진작가(우)와 함께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2012년) 공저자로 참여했다.
 김영종 작가는 강화도에서 사는 이시우 사진작가(우)와 함께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2012년) 공저자로 참여했다.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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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3개월 후 몇몇 작가들과 함께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라는 책을 펴냈다. 김 작가는 이 책에 '진보파 언론과 지식인은 왜 카인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는데, 여기서 당시 심정을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헌데, 최근 이정희가 마녀사냥을 당하자 이 위안이 심술을 부려서 마구 사나워지는 것이다. 마치 드레퓌스 사건의 에밀 졸라나 된 듯이 평정심을 읽고 학벌 찬란한 강호에 몸을 던지려 하니 내가 봐도 가당치가 않다. 원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평소 무위도식하는 자로서 어쩌다 발작을 일으키듯 소영웅심에 사로잡혀 남보다 먼저 술값을 내는 게 기껏해야 내 용맹의 수위다. 일은 벌어졌고 그래도 사내라고 썩은 무라도 베야 하지 않겠는가."

김 작가는 '진보파 언론과 지식인은 왜 카인이 되었나?'에서 "빨갱이란 말엔 조건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종북에 대해선 마치 민주투사처럼 달려드는 이 분열증"을 보이는 진보 쪽의 언론과 지식인을 신랄하게 성토했다.

이 책에서 김영종 작가는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사태의 성격을 "좌우 양반 사대부가 단합하여 대중적 지지 속에 부상한 잔반(상놈 같은 양반)세력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니까 그는 진보적 언론, 지식인도 좌파 양반 사대부로 본 것이다.

이들은 항상 선의 탈을 쓰고,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그리스도를 화형시키는 악마의 뒤를 따른다. 진보의 이름으로 진보를 화형에 처한다. 이런 생각은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매끄러운 지식인, 예술가는 다 가라

이 소설에서 작가가 극도로 싫어하는 대상은 '매끄러운' 느낌을 주는 지식인, 예술가들이다.

-실제로는 울퉁불퉁해야 하는데, '매끄러워도 너무 매끄러운' 로지스틱 함수
-'괴기스럽게 매끄러운' 공주형의 목소리
-매끄러운 흑비단 뱀

울퉁불퉁한 것을 좋아하는 김영종 작가는 매끄러운 로지스틱 함수,  매끄러운 지식인의 목소리, 매끄러운 흑비단 뱀을 싫어한다.
▲ 매끄러운 건 싫어 울퉁불퉁한 것을 좋아하는 김영종 작가는 매끄러운 로지스틱 함수, 매끄러운 지식인의 목소리, 매끄러운 흑비단 뱀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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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매끄러운 목소리의 사진작가 공주형은 "수개표 해봐야 결과는 바뀌지 않아. 시간 낭비, 정력 낭비에 다시 맨붕. 그다음엔 보수언론의 파상공세. 지금 그런 거 해야 할 땐가?"라며 은명기 관장의 수개표 주장을 묵살한다.

출판사 사장인 후배 김병관은 "의견 개진,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 음모론이 돼버리는 거죠"라며 거든다. 이런 매끄럽고 논리적인 사람들에게 은동기는 "나는 매끄러운 인간이 싫어. 엘리트 젠틀맨들이 세상을 다 말아처먹은 거잖아"라며 성을 낸다.

수시로 횡설수설하고, 목청을 높이는 은 침사는 '매끄러운 지식인'보다는 울툴불퉁한 밑바닥 인생들(행려병자, 부랑자, 무식쟁이, 몸파는 여자, 곰보....앉은뱅이, 무당, 점쟁이, 난봉꾼, 투잡을 뛰는 대리운전기사)과는 말이 잘 통하는 편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은명기가 공주형, 김병관과 한참 말싸움 벌이고 있을 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 뱀장수도 바로 이들과 같은 부류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불가촉천민 대하듯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할 능력이 없었던 은 관장은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저게 바로 거대한 뿌리야,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술잔을 세차게 내리쳤다. 그러고 나서 하고싶은 말을 할 능력이 없는 나는 벌떡 일어나 "김수영 만세, 김일성 만세"라고 외쳤다." p.44

그리고 내친김에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에 시퍼런 불을 켜고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 것"에 맞서, "화형식의 불길에 대항하기 위해" 두 번 더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

이 순간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다. 뱀장수가 헤헤거리며 번쩍 두 팔을 들고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 뱀장수는 재밌어서 그런 것이고, 그걸 지켜본 사람들은 깔깔거렸다.

종북, 공포, 대한민국 만세...

이후 소설의 전개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뱀장수가 만세를 부른 순간 은명기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누가 신고라도 할까봐 겁을 먹는다. 김병관은 '종북'이냐며 다그치고, 내친김에 공주형은 북한체제 비난에 들어간다. 은명기는 이에 반발해 '김일성 만세'를 또 외치고 싶었지만 이젠 '자체검열'이 작동돼 입 밖으로 발설하지 않는다.

소설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의 주인공 은명기는 사설갤러리 관장이자 비평가이고, 침술사인데, 작가 김영종 직함도 이와 똑같다. 그리고 더불어 등장인물인 공주형처럼 사진작가이고, 김병관처럼 한때 출판사사장이기도 했다. 에무 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난곡이야기>에서.
▲ 사진전 난곡이야기 소설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의 주인공 은명기는 사설갤러리 관장이자 비평가이고, 침술사인데, 작가 김영종 직함도 이와 똑같다. 그리고 더불어 등장인물인 공주형처럼 사진작가이고, 김병관처럼 한때 출판사사장이기도 했다. 에무 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난곡이야기>에서.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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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공포는 막연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신고로 얼마 후 경찰이 들이닥쳐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 은명기는 무의식적 혹은 의도적으로 식탁 위로 뛰어올라가 '대한민국 만세'를 삼창하고, 공주형은 이 결정적인 장면을 날렵하게 포착해서 사진기에 담았다. 은 비평가는 뱀장수와 함께 경찰서로 끌려갔고,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한다.

"내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건 수사관 앞에서 무슨 사실을 말한다는 게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당신 왜 김일성 만세라고 불렀어?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김수영 시인의 시를 낭송했소, 라고 해야 하는가. 수사관이 원하는 건 딱 한 가지, 종북 혐의가 있느냐 없느냐인데 거기다 대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자유와 기본권을 말해 무엇하나." p.79

은명기 관장이 새벽녘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나올 때 공주형은 '스트레이트 사진의 정수'를 찍었다며 상기되어 있었다. 연출로는 불가능한 "대어를 낚은 것에 쾌재를 부르는 것"이었다.

공주형은 만세 사진이 '문제작'이 되겠다며 흥분했고, 출판사 하는 김병관은 그 사진으로 뉴욕 전시도 할 수 있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종북'이라고 훈계할 땐 언제고. 은명기는 밑살(미주알) 주변에 돈벌레가 스멀거리는 혐오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은 관장에게 진보 팔아 장사하고 출세하려는 이들은 매끄러운 뱀과도 같았다.

그것은 진보연하는 거의 모든 이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소설 속 은명기뿐만 아니라 어쩌면 김영종 작가를 포함한 회색빛 인텔리의 숙명이라고 할까. 소설 속 주인공 은명기와 술을 마신 두 사람 공주형과 김병관의 직업은 사진작가, 출판사 사장이다. 공교롭게도 김영종 작가 또한 사진작가이고, 오랫동안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깊이 파고들면 울퉁불퉁한 은명기뿐만 아니라 매끄러운 공주형과 김병관 모두가 김영종의 분신일지도 모른다.

김정은 파이팅!

울퉁불퉁한 것을 좋아하는 은명기지만 이 소설책의 외모는 매끄러운 편이다. 수십 장의 '매끄러운' 그림들이 소설 속에 삽입돼있다. 겉모습은 나름 세련되고 화려한 아트북이지만, 제목이 울퉁불퉁해 보여서 그런가, 이 책 초판본은 서점에 제대로 깔리지 못했다. 내용은 웃기는 소설인데, 제목만 보면 '종북'이 연상되는 모양이다. 하긴 2013년은 종북몰이의 대가인 박근혜의 기세가 등등하던 시절 아니었던가. ISBN을 발급받는 과정조차 매끄럽지 못했고, 관련 부서와 한참을 씨름한 뒤에 번호를 탈 수 있었다.

소설책이 출간됐을 때 김영종 작가의 아흔이 넘은 노모는 학생운동 하다가 감옥 갔던 아들이 나이 들어 또 뭔 일을 당할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 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그 종북적인 분위기를 확 바꿨다. 삽시간에 찾아온 그 "경천동지할 봄기운에 힘입어" 개정판을 내기로 한 것이다.

김영종(우측) 작가는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에서 김수영의 시를 통해 종북몰이에 가담한 위선적이고 매끄러운 지식인을 비판했다. 북한이 바라다 보이는 강화도 해안의 철책선 앞에서.
 김영종(우측) 작가는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에서 김수영의 시를 통해 종북몰이에 가담한 위선적이고 매끄러운 지식인을 비판했다. 북한이 바라다 보이는 강화도 해안의 철책선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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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몇 부나 찍을까요?"
"많이 찍어야 하지 않겠어?"
"아직은 제목에 '김일성 만세'를 넣는 건 너무 빠르다고 보는 사람이 많던데요."
"뭔 얘기여. 종편 방송국이 평양지국을 낸다고 하잖아. 이제 종북 장사는 끝났어. 종쳤어."

정말 종북은 끝난 걸까. 공선옥 작가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는데, 그 마지막 말이 '김정은 파이팅"이었다.

"그렇게 까진 사람들이(김수영, 김영종)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그 사람들에 의지해서 나는 지금 소심하게나마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기대어 '김정은 파이팅'을 외쳐본다." p.93

5년 전엔 상상할 수도 없는 추천사였다. 순간 머릿속에 공주형이 내뱉은 '문제작'이란 상업적인 말이 떠올랐다. 올해의 문제작, 올해의 화제작... 이 말을 입 밖에 내면 김영종 관장, 아니 김영종 작가는 출판사 사장을 매끄러운 뱀 보듯이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설 속 은명기 비평가처럼 소리칠지도 모른다.

"껍데기는 가라. 모든 매끄러운 것들은 가라." p.51

덧붙이는 글 | 김영종. 소설 속 주인공 은명기처럼 사설갤러리(복합문화공간 에무) 관장이자 침사이고 문명비평가이다. 소설에 함께 등장하는 위선적인 예술가 공주형, 김병관의 직업이 사진작가, 출판사 사장인데, 이는 김영종 작가의 전직이기도 하다.
그는 고구려 재건 임시정부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 『빛의 바다』를 펴낸 소설가인데, 중앙유라시아에 관심이 많아 『티벳에서 온 편지』와 『실크로드, 길 위의 역사와 사람들』와 같은 책도 썼다. 그리고 이성과 합리성에 매몰된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비판한 『헤이, 바보예찬』, 『너희들의 유토피아』도 썼다.

사진에도 관심이 많아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 사람들을 촬영해서 사진소설 『난곡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지금은 독립운동가 이동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금화 40만 루블의 행방』을 쓰고 있다.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

김영종 지음, 정승훈 그림, 도서출판 말(2018)


태그:#거대한 뿌리, #김일성 만세, #종북, #김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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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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