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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계곡은 곳곳에서 아름다운 계곡미를 보인다. 이곳은 계곡과 조무락골이 갈라지는 지점의 풍경이다.
▲ 명지계곡 명지계곡은 곳곳에서 아름다운 계곡미를 보인다. 이곳은 계곡과 조무락골이 갈라지는 지점의 풍경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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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사람들에게 기상청 발표 기온은 수치에 불과하다. 도심의 아스팔트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에게 기상청이 측정한 온도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인공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기온을 측정하기 위해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잔디밭에서 측정하는 기상청 발표 온도가, 고층 빌딩과 아스팔트, 에어컨 실외기, 자동차 매연, 열섬(Heat Island) 현상 등에 갇힌 도심의 기온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적어도 섭씨 2도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어쩌면 더 많은 차이가 날 수도 있으니, 서울 기온이 34~35도라고 하면 열섬 현상이 나타나는 실제 도심의 기온은 40도가 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수도권 사람들은 에어컨의 세례를 받지 않는다면 이 더위를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에어컨이 건강에 그리 좋지도 않다. 휴가라도 떠나야 하는데, 그것도 며칠간이지, 여름 내내 휴가를 다녀올 수도 없다. 그러면 그저 시간이 날 때 요령껏 하루 코스로 피서를 다녀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도권 사람들이 당일로 1~2시간 이내에 충분히 갈 수 있는 피서지, 춘천 가는 길에 잠깐 들를 수도 있는 곳, 가평 명지계곡과 춘천 등선폭포 두 곳을 소개한다.

명지계곡은 약 30km에 이르는 길고 긴 계곡으로, 곳곳에 비경과 절경을 감추고 있으며, 수많은 피서객들이 와서 몰놀이하고 가는 좋은 계곡이다.
▲ 명지계곡 명지계곡은 약 30km에 이르는 길고 긴 계곡으로, 곳곳에 비경과 절경을 감추고 있으며, 수많은 피서객들이 와서 몰놀이하고 가는 좋은 계곡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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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에 좋고, 접근도 좋은 수도권의 대표 계곡, 가평 명지계곡

수도권 일대에서 가장 편하고 시원한 물놀이 계곡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곳은 경기도 가평군의 명지계곡이다. 계곡미, 접근도, 수량, 편의시설, 물놀이 여건 등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다.

가평 명지계곡은 가장 대중적이고 시설과 도로가 편리하면서 계곡미도 좋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화악산에서 발원, 가평까지 약 30여km에 걸쳐 흐르는 가평천, 그 가평천 계곡 길 따라 깊은 곳까지 포장도로가 깔려 있어 승용차로도 접근이 용이하고, 무엇보다 천과 계곡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가 빼어나 계곡을 따라 달리기만 해도 즐거운 길이다.

거기에 계곡이 워낙 길어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좀처럼 많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산되어 있다는 특징도 들 수 있다. 서울에서 대단히 가까운 몇몇 계곡들이 수많은 사람과 차들로 몸살을 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느린 지류 계곡만도 백둔계곡, 논남계곡, 익근리계곡, 조무락골 등 숨은 계곡들이 수두룩하다(좁은 의미로 익근리계곡을 명지계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워낙 길이가 긴 계곡이고 지류가 많아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도 그리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 명지계곡 워낙 길이가 긴 계곡이고 지류가 많아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도 그리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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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계곡 진입은 가평읍에서 시작한다. 가평읍 쪽에서 가평천을 거슬러 올라가 북면 소재지 목동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서 명지계곡의 하류 부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계곡이 도로를 따르고 도로가 다시 계곡을 찾아가는 숨바꼭질을 계속하며 깨끗한 물과 울창한 숲, 골짜기마다 뻗어나간 지류들이 곳곳에서 반긴다. 게다가 들어갈수록 시원하고 호젓한 맛을 준다. 계곡 하류와 가평천의 수많은 유원지들에서 노는 사람들이 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상류로 올라가면 훨씬 더 좋은 것을.

백둔계곡 갈라지는 지점을 조금 올라가면 미끈한 곡선과 물결 모양의 금이 수없이 그려진 조각장 같기도 한 바위들이 곳곳에 깔려 있는데, 이 바위들에 뚫린 구멍들을 이른바 돌개구멍, 학술용어로는 포트 홀(port-hole)이라 한다. 바위의 약한 부분을 모래나 돌조각들이 파고 들어가 오랜 세월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만들어낸 구멍들로, 실제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패인 구멍에서 소용돌이치는 물살 흐름을 목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곳이다.
명지계곡의 숨은 명소. 높이 50m로 굽이굽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이 멋있다.
▲ 명지계곡 용소폭포 명지계곡의 숨은 명소. 높이 50m로 굽이굽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이 멋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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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따라가면 흔히 놓치기 쉬운 좋은 폭포가 하나 있다. 적목리 용소폭포인데, 여러 지도에서조차 위치 표시가 잘못 되어 혼선을 빚는 곳이다.

용소폭포라는 작은 안내판이 있는 도대리 보건 진료소 옆길로 약 60m 정도 걸어 내려가면 계곡으로 상쾌하게 떨어지는 높이 약 50m의 폭포를 대할 수 있다. 계곡가의 가파른 산속에서 떨어지는 이 폭포는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에 가려져 있는데, 바로 계곡으로 떨어지는 폭포 하단은 약 20m의 높이를 갖고 있다. 폭포 끝에 올라가고픈 충동이 들게 하는 좋은 폭포이다.

명지계곡을 따라가는 도로 끝자락, 적목리 버스 종점을 지나면 우측으로 조무락골 들어가는 작은 길이 있다. 이 명지계곡 상류와 조무락골이 갈라지는 지점은 그동안 모은 비경들을 갈무리한 듯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하고 있다. '새들이 춤추며 즐거워한다'는 '조무락(鳥舞樂)'이 말해 주듯 과거에는 찾아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새들과 나무가 주인인 오지였다.

최근에는 입구에 전원주택과 펜션 등 숙박시설이 생기면서 제법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2km를 더 올라가야 복호등폭포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계곡은 도대체 끝이 없다. 내친 김에 석룡산까지 등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굳이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조무락골은 충분히 은밀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골짜기이며, 하류에서 명지계곡과 만들어내는 암석미는 그 자체만으로도 찾아온 의미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명지계곡에 흘러드는 지류 계곡. 과거에는 '새들이 춤추며 즐거워한다'는 '조무락'의 이름처럼 오지였으나, 지금은 사람들이 제법 찾는다.
▲ 조무락골 명지계곡에 흘러드는 지류 계곡. 과거에는 '새들이 춤추며 즐거워한다'는 '조무락'의 이름처럼 오지였으나, 지금은 사람들이 제법 찾는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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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평은 오래 전부터 유명한 잣의 고장이다. 이 잣을 갈아서 넣은 시원한 잣국수는 국물이 부드럽고 고소한 잣의 맛이 국수, 얼음과 어울려 한여름 땀을 식혀 준다. 여름철 가평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별미이다.

여행 정보

주소: 경기도 가평군 북면 가화로 일대 (과거의 도대리, 적목리 일대)

계곡을 따라 도로가 이어져 있어 곳곳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일정한 시설을 갖춘 유원지들이 있다. 물론, 유원지 시설을 이용하면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류 쪽보다는 상류 쪽으로 올라가야 물도 깨끗하고 물놀이하기에 좋다. 도로를 따라 펜션과 민박집들이 꽤 많다.
인터넷에서 '명지계곡 펜션', '명지계곡 유원지'를 검색하면 다양한 펜션과 유원지 시설들이 나오니 참고할 것.

* 가는 법
자가용으로는 서울에서 춘천으로 향하는 46번 국도→가평읍→75번 국도→목동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계곡 따라 계속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도로를 따라 끝까지 계속 명지계곡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상봉역 발 춘천행 ITX 전철을 이용하거나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에서 가평 경유 춘천행 직행버스(약 30분 간격 운행)를 이용하여 가평읍까지 간 후, 가평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용수동(명지산) 행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가평 시외버스터미널 031-582-2308)

국수에 가평 잣을 갈아넣은 잣국수는 여름철 시원한 별미로 최고다.
▲ 가평 잣국수 국수에 가평 잣을 갈아넣은 잣국수는 여름철 시원한 별미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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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피서를 위해 찾는 서늘한 협곡, 시원한 폭포, 등선폭포

가평에서 강촌을 거쳐 춘천으로 가는 길에 등선폭포가 있다. 특히, 강촌에서 가깝다. 수도권에서 춘천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강촌은 예전부터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대학생들의 MT촌이자 낭만의 데이트 여행지로 이름나 있었다. 요즘은 서울에서 춘천 가는 ITX가 강촌을 지나가는 데다 강촌~김유정역을 잇는 레일바이크와 겨울 스키리조트도 들어서 있어 사계절 쉬지 않는 관광지가 되어 있다.

이 강촌에는 두 개의 이름난 폭포가 있다. 구곡폭포와 등선폭포. 둘 중 구곡폭포가 좀 더 유명하다. 하지만 실제 가 보면 느낌은 좀 다르다. 높이는 구곡폭포가 더 높지만, 수량이 적어 볼품이 없어 보이는 시기가 많은데, 등선폭포는 폭포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폭포에 이르는 협곡의 풍경이 좋고, 비교적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고 있다.
한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가슴까지 서늘하게 한다.
▲ 등선폭포 제2폭포 한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가슴까지 서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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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폭포는 폭포 자체의 모양새는 평범한 편이지만, 폭포 주변 풍경과 폭포 진입로의 협곡이 멋진 절경을 이루고 있어 많이들 찾는다. 특히, 한여름에는 아무리 더울 때라도 폭포 진입로에 들어선 순간, 어느 동굴에 들어선 것처럼 갑자기 서늘해지면서 더위가 싹 몰려나간다. 천연 에어컨이라고 할 정도로 순식간에 시원해진다. 아마 여름에 일부러 이 폭포를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시원한 맛을 알기 때문이리라.

등선폭포는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46번 국도변에 바로 붙어 있어 찾기 쉽고,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이라 접근하기도 쉬워 여름철 주말이면 피서를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단, 서울과 강촌에서 진입할 경우 등선폭포 앞을 지나 유 턴 해서 돌아와야 한다).

입구에서 몇몇 상가와 양쪽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기암의 협곡에 들어서면 서늘하고 상쾌한 기운이 몰려오며, 한여름의 땀과 더위가 씻은 듯 사라진다. 양쪽을 칼로 깎아낸 듯한 좁은 협곡 안쪽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금방 폭포가 나타나는데, 우렁찬 소리를 내며 약 10m의 암벽을 타고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린다. 이것이 등선폭포이다(아래 위로 1,2 폭포가 있다). 날개가 달려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 이름에 걸 맞는 비경의 폭포이다.
협곡의 바위 틈을 비집고 쏟아지는 폭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등선폭포 제 1폭포 협곡의 바위 틈을 비집고 쏟아지는 폭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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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폭포를 왼쪽으로 끼고 올라가면 비선폭포, 승학폭포, 백련폭포 등 크고 작은 5개의 폭포와 선녀탕이 이어져 멋진 풍경을 이룬다. 하지만 보통 이들 폭포를 대표하여 등선폭포가 가장 유명하다.

대개 강촌 일대처럼 해발 600~700m 정도의 산과 협곡에 폭포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드물다는데, 그 이유는 이 일대의 암석 때문이라고 한다. 이 지역 일대에는 규암이라는 암석이 많은데, 규암은 물 등에 의한 화학적 풍화에 강한 암석이므로 물리적인 힘을 받으면 덩어리로 떨어져 나가기는 해도 쉽게 부스러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단단한 규암층 사이에 단층과 습곡 등 지각운동으로 절리가 생겨 이 절리 사이로 물이 흐르고 폭포가 쏟아져 내리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금강굴이라고 불리는 등선폭포 가는 길. 높은 바위 벼랑이 양옆에 바짝 붙어 있어 협곡을 이룬다.
▲ 등선폭포 협곡 모습 금강굴이라고 불리는 등선폭포 가는 길. 높은 바위 벼랑이 양옆에 바짝 붙어 있어 협곡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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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폭포로 온 김에 폭포 구경만 하지 않고 등산로를 따라 삼악산 정상까지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단 정상에 서면 춘천과 일대 호수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 시원한 맛에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꽤 있다. 그럴 때 흔히 출발점 내지 도착점이 되는 곳이 이곳 등선폭포이다. 한여름이라 등산이 엄두에 나지 않는다면 등선폭포만 다녀와도 된다.

여행 정보

주소: 춘천시 서면 경춘로
문의는 등선폭포 관리소 033-262-2215
입장료 어른 16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600원
주차장은 150대 이상 수용 가능
주차비는 중소형 2000원, 대형 4000원

* 가는 법
자가용으로는 서울~양양간 고속도로 강촌IC→403번 지방도로→강촌을 지나 46번 국도 춘천 방향→2km 진행 후 왼쪽에 있으나 좌회전 안 됨→좀 더 직진한 후 유턴 후에 등선폭포 입구 주차장에 닿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46번 경춘 국도→가평→강촌을 지나 2km 지점 왼쪽에 위치

대중교통으로는 춘천 시내 시외버스터미널과 주요 지점(전철을 타고 남춘천역으로 올 경우 시외버스터미널 앞 정류장으로 이동해야 함, 도보로 3~5분)에서 50번(대표 버스), 51번, 55번, 56번 버스 등을 이용, 등선폭포 입구에서 내린다(시외버스터미널 기준 평균 20분~30분 간격으로 버스가 간다).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행 ITX 전철을 타고 강촌역 하차, 혹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춘천행 시외버스를 타고 강촌 입구에서 하차한 후, 도보 혹은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협곡 금강굴에 들어서는 순간 한여름의 무더위는 싹 사라지고 동굴에 들어온 듯한 시원함이 온몸을 감싼다
▲ 등선폭포 금강굴 협곡 금강굴에 들어서는 순간 한여름의 무더위는 싹 사라지고 동굴에 들어온 듯한 시원함이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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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명지계곡, #등선폭포, #강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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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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