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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와 판사,민간인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사법농단 의혹 질타에 곤혹스러운 안철상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와 판사,민간인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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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끝내 비공개한 사법농단 문건에 또 다른 재판거래 정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 속 인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고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법원 자신을 보호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아래 특조단)이 확보한 사법농단 문건 410개 중 비공개 상태였던 문건 196건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3건은 마지막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20대 국회의원 분석' '차성안 판사' '이탄희 판사 관련내용 정리' 문건은 제목과 작성 취지 정도만 아주 최소한으로 공개했다.

비공개 문건, 정말 개인정보 때문일까

7월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제20대 국회의원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
 7월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제20대 국회의원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
ⓒ 법원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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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위해 비공개했다고 밝혔다. 평판 등 노출해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가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보도로 비공개 문건의 주요 내용이 드러나면서 이런 법원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특히 60여 쪽에 달하는 '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에는 의원들의 신상을 분석하고 관련된 민·형사 재판 정보가 자세하게 기재돼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보호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비공개 사유가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관련기사 : [단독] 사법농단 비공개 문건, '국회의원 재판거래' 정황 담겼다)

실제로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됐다면 해당 부분만 비공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문건 일부를 근거 삼아 60여 쪽 전체를 비공개했다. 어떤 부분이 국민 알권리보다 우선하는 개인정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회를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핵심 로비 대상으로 여겼다. 이를 위해 의원들을 상고법원에 대한 입장 별로 분류하고 개인별 맞춤형 설득 방법까지 강구했다. 이런 점에 비춰본다면 비공개 문건 속 국회의원 관련 재판 정보도 상고법원 법안 통과를 위한 압박 혹은 회유 수단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내용은 개인정보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의 '한줄 비공개 사유'가 의심받는 이유다.

왜 이번에만 문제가 되는가

'차성안 판사' 문건 역시 비공개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 이 문건은 차 판사가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자 전·현직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모여 토론한 내용이다. 대법원은 "차○○ 판사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차○○ 판사의 개인 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라고만 밝혔다.

이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공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차성안 판사 재산관계 특이사항 검토' '차성안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등 당시 법원행정처가 차 판사를 세세하게 뒷조사해 기재한 내용을 공개했었다. 대학시절 대자보 논쟁 이력, 조직 내부 대인관계, 주변 평가, 개인사 등 민감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비실명 처리하는 방식으로 문건을 최대한 공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그 연장선상에 있는 문건을 블라인드 처리했다. 이미 공개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내용이 담긴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차 판사 역시 개인 페이스북에 "평판과 개인정보가 담긴 보고서들을 사전에 나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당연히 사전동의는 구하지도 않고 공개하던 행정처가, 이번 문건은 평판과 개인정보를 이유로 '비공개'를 한 상황은 나도 낯설다"라면서 "받지 못하던 배려를 나도 모르게 '비공개'라는 형태로 받으니, 나도 문건내용이 궁금해지는 상황"이라고 남겼다.

법원의 모호한 공개 기준은 지난 1차 공개 때도 논란이 됐다. 당시 특조단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법원 안팎에서는 문건 전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10여 일 만에 보고서에 인용된 문건 90개와 제목만 공개해 의구심을 샀던 문건 8개를 선별해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과 마찬가지로 대한변협 회장 압박 방안 등 새로운 의혹이 비공개 문건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같은 논란이 재차 반복되면서 "겸허한 자세로 정의를 실현해나가겠다는 약속"이라는 법원의 공개 취지마저 무색해졌다.



태그:#사법농단, #문건공개, #상고법원,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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