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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최악(의)'
'슈퍼'


올 여름 더위 앞에 붙는 표현이다. 얼마나 더우면 '불에 타는 것처럼 매우 더운 상태의 더위를 뜻하는 폭염(햇볕쪼일 폭(暴), 불탈 염(炎))도 모자라, 이러한 말을 덧붙일까.

그런데 올 여름 내가 느끼는 더위는 이 셋을 모두 합한 '살인적이며, 최악인 슈퍼 폭염'이다. '2018년 현재 보급률 80%가 넘는 것으로 추정, TV에 이어 보편적인 가전제품이 되었다는 에어컨' 없이 선풍기 3대와 서큘레이터 1대로 이번 여름을 견뎌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2016년)에 우린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낮에는 참아 보겠는데, 열대야는 도무지 방법이 없더라고. 에어컨 달고 나니 이젠 좀 안심이 되네. 지구도 더워지고, 그래서 우리나라도 옛날하고 많이 다르다는데…. 앞으로 작년보다 더 더우면 더웠지 선풍기 몇 대로 버틸 수 있는 여름은 이젠 절대 없을 거라는 말도 많던데…. 언니네도 이젠 에어컨 사야하는 거 아냐?"

최근 연신내를 비롯한 몇 곳 주택가 일대가 서울에서 유독 덥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 있다. 그 연신내 주택가에 살고 있는 친정 동생이 에어컨 없이 재작년 폭염을 버텨낸 후 지난해 봄 에어컨을 구입했다. 그 후 조심스럽게 에어컨을 권했다.

그러나 전혀 와 닿지 않았다. 2016년 여름은 다른 해보다 약간 더 더운 정도? 우린 열대야 없는 여름을 보냈기 때문이다.

유독 시원했던 우리집, 올해는 다르다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7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7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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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막 벗어난 외곽 단독주택지, 산 가까이 살다 보니 인근 동네보다 시원한 편이다. 찻길을 한참 더 걸어 들어온 골목 끝, 동네 일부가 내려다 보이는 약간 높은 곳에 살기 때문인지 동네의 다른 집들보다 조금 더 시원한 것 같다. 이렇다 보니 몇 년 전, 얼마 쓰지 않아 새 것에 가까운 에어컨을 설치비만 부담해 가져가라고 지인에게 선뜻 줘버리기까지 했다.

3년 전 여름에는 7월 중순에야 선풍기를 꺼냈고, 재작년 여름엔 선풍기 2대로 여름을 보냈다. 20대 남매와 부부로 이뤄진 4인 가족, 3개의 방과 거실로 되어 있는 집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선풍기마저도 한밤중에는 끄고 자곤 했다. 그러니 동생의 에어컨 권유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낮 12시까진 그럭저럭 좀 견딜 만한데, 오후 2시쯤 되니까 집이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밥도 먹기 싫어. 정말 꼼짝 못하겠어. 선풍기 끌어안고 자꾸 잠만 자게 돼. 다들 내년에는 올해(2016년)보다 더 더울 거라는데, 우리도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 거지. 우리도 이제 에어컨 사면 안 될까?" 

사실 비교적 시원한 곳에 살고 있다지만 선풍기 몇 대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이 둘 다 어쩌다 쉬는 날 빼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가능했을 것이다. 무척 더웠던 2016년 여름, 휴일이라 온종일 집에 있었던 아이는 퇴근하고 돌아온 나를 붙잡고 이처럼 하소연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여름에 더운 것은 당연하지"와 같은 대답을 매몰차게 하곤 했다.

투정 혹은 하소연을 해도 소용없자 어느 날 두 아이는 "우리 둘이 반반 부담해 에어컨을 살까?" 공모, 허락을 구했다. 얼마나 더우면 그럴까? 이참에 살까?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모질게 외면하고 말았다. 더워 봤자 겨우 며칠일 것인데 그렇다고 에어컨까지 사야 하나? 싶었다. 에어컨에 습관 들이는 것도 무섭고, 뭣보다 전기요금이 걱정되었다.

솔직히 나도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여름을 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마도, 어쩌면 가족 중 에어컨이 가장 절실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운 날이면 가스렌지를 켜는 것이 두려울 정도의 고통스러움으로 가족의 식사를 책임져야만 하는 주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갱년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한겨울에도 가끔 얼굴에 열기가 느껴지곤 하는 등, 몇 년 전부터 점점 갈수록 더위에 민감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에어컨을 선뜻 사지 못했던 것은 돈 때문에. 뭣보다 전기장판을 방마다 쓰는 한겨울에는 전기압력밥솥도 쓰지 않는 등 노력을 하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여기가 지옥인가요

7월 29일 서울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직원이 판매완료된 에어컨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7월 29일 서울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직원이 판매완료된 에어컨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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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젠 에어컨을 사야겠다.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지만 말이다. 특히 더웠던 재작년 여름, 내가 사는 동네는 많은 사람들이 열대야로 잠을 설칠 때도 한낮이면 펄펄 끓다가도 해가 지면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해 선풍기를 끄고 잘 정도도 비교적 시원했다. 그런 동네에서도 이젠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없다는 것을 올 여름 온몸으로 혹독하게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온도가 매일 기록을 경신, 39도를 넘나들던 지난 7월 30부터 8월 2일까지는 특히 혹독했다. 예년의 여름과 달리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자도 개운치 못한, 예년과는 차원이 다른 더위에 우리 가족은 이미 지쳐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의 더위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듯, 며칠 동안 새벽 2시에도 30도를 넘는 열대야로 고생하며 지옥이 따로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 며칠, 새벽 6시에 일어나 6시 30분 무렵에 출근하는, 온종일 운전대를 잡는 남편은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잠을 설치곤 했다. 그런 남편을 보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한낮에 사고가 나거나, 쓰러지기라도 하면…', 불안했다. 남편에게 무엇이든 먹여 보내려면 나도 새벽 6시에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 그런데 새벽 2시가 넘어도 잠을 이룰 수 없어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었다.

잠들기 직전 샤워를 해야만 그나마 뒤척이기라도 할 정도였는데, 어느 날엔 자다가 일어나 샤워를 하기까지 했다. 우리 부부만 그랬을까. 아이들도 그랬다. 이렇다 보니 매일 20여 장의 수건은 기본인데,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하다 보면 온몸에 걷잡을 수 없는 땀이 쏟아지면서 심장이 쿵쿵, 이러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아찔해졌다.

지난 며칠간의 특히 끔찍했던 폭염을 어찌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낮이면 폭염이 정신을 아득하게 하고, 밤에는 열대야로 뒤척였다. 집에 들어오는 것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걸핏하면 얼굴은 화끈화끈,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쿵쿵 뛰곤 했는데 무엇으로도 가라앉지 않았다. 전기요금 아끼려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이미 우리 가족 누군가, 특히 남편이 더위를 이겨내는 와중에 몸이 축났으면 어쩌나, 걱정과 자책뿐.

내가 찾은 '꿀팁'

여하간 분명한 것은 집에 있는 날이면 한낮의 열기에 무엇도 할 수 없어 선풍기 앞에 몇 시간이고 누워 지내거나, 온종일 굶고서도 뭘 먹고 싶지 않는 등, 에어컨 없이 이 여름을 보내는 우리 가족의 삶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고통으로 뼈저리게 후회하며 깨달은 것은 옛날과 자연환경이나 생활환경이 전혀 달라진 대한민국에서 여름을 인간답게 지내려면 에어컨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 평소 부러울 것 하나도 없는 일본의 '에어컨을 최대한 많이 틀라'는 정책 소식이 몹시 부럽고 반가운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골목을 걸으며 에어컨이 있나 없나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최근 에어컨을 설치한 집들이 제법 보인다. 부러울 뿐이다. 이제 이 동네도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처럼 혹독하게 느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린 내년 3월쯤 에어컨을 구입하기로 했다. 폭염은 끝이 없어 보이는데 에어컨을 구입해도 설치 4주까지 걸린다는 말에 이동식 에어컨이라도 살까? 조급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수요가 몰려 언제 배달될지, 좀 더 참고 벽걸이 에어컨을 살 걸 그랬나 후회한다는 지인 말을 참고해서다.

우리처럼 에어컨 없이 이 폭염을 견디고 있는 사람 중에 혹시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서울이 몹시 더웠던 8월 1일, 열대야 속에 꿀잠을 자게 한,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애용하고 있는 꿀팁을 소개한다.

'체온 조절과 깊은 연관이 있는 혈관이 목 부분을 지나고 있어 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으로도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열대야로 이틀 밤을 설친 후인 8월 1일, 지나가는 듯 건성으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나 찜질팩(황토팩)을 차갑게 해 사용해 봤다. 전자렌지에 몇 분 돌려 온찜질 하거나 냉장고에 넣었다가 냉찜질을 하는 그 황토팩 말이다.

2시 무렵. 열대야로 뒤척이던 중이었다. 그런데 5분이 채 되지 않아 목과 머리가 서늘해지더니 잠이 쏟아졌다. 그동안 몰랐다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말이다. 이튿날 여분의 찜질팩을 차갑게 해 남편과 딸에게 하나씩 줬더니 다들 꿀잠을 잤다며 만족해한다. 심지어 긴 머리로 더 큰 고생을 하던 딸은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기까지 했어"라며 만족감을 아끼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러니 의학적인 장단점은 모르겠다. 그런데 차가운 물에 담갔다가 목에 두르는 아이스 스카프 같은 제품이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팔리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태그:#폭염, #에어컨, #찜질팩, #열대야, #이동식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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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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