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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
ⓒ 차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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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인 이상 기후로 인해 이제 폭염도 해마다 있을 수 있는 상시적인 자연재난으로 생각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폭염을 특별재난에 추가하는 것 외에도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보아 국민께서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하라."

여름 휴가에서 복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일성'은 기록적인 장기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6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7~8월에 한해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방안 등을 강구할 것을 지시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폭염을 국민의 건강 및 생명과 연계시킨 대목입니다. 40도에 달하는 끔찍한 더위가 지속되면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폭염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로 인식해 그에 합당한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적 요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지시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로 보입니다. 실제 지진이나 태풍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해당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특별대책을 마련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자연재해인 폭염과 한파 역시 그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할 것입니다.

살인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기료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정이 수두룩합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폭염을 상시적인 자연재해라고 규정한다면 적어도 전기 요금 때문에 국민들이 냉방시설 사용을 머뭇거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냉방기기 사용을 복지의 개념으로 인식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 녹아있는 폭염수당 100원

여기 문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그는 맥도날드 본사와 서울 시내 주요 매장을 돌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시위에 나선 이유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는 왜 시위를 하는 것일까요.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 답이 있습니다.

"폭염수당 100원을 주세요", "여름용 유니폼을 주세요". 박정훈씨의 손에 들린 피켓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어쩌면 '100원'과 '여름용 유니폼'이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문구 속에는 일반인들은 모르는 맥도날드 라이더들의 애환과 고충, 그리고 그들이 직면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박정훈씨는 지난달 30일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했습니다. 방송에서 그는 '폭염수당 100원' 지급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배경을 생생히 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라이더들은 비나 눈이 올 경우 건당 날씨 수당 100원을 추가로 지급받고 있다고 합니다. 박정훈씨는 이 규정을 폭염이나 미세먼지, 황사 등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정훈씨는 이날 방송에서 맥도날드의 복장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안전상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청바지만 입도록 하는 현행 규정 때문에 요즘 같은 더위에는 라이더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에 박정훈씨는 얇은 소재의 여름용 유니폼을 지급해 줄 것을 본사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콜라나 사이다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받나"

박정훈씨는 라이더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깊은 자괴감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맥도날드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수를 차갑게 하기 위해 얼음팩을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배달하는 라이더들은 지난 7월 말이 돼서야 얼음을 스카프에 두르는 '아이스 스카프'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라이더들의 요구에 의해 뒤늦게 제공받은 것이었습니다.

박정훈씨는 이 사연을 전하면서 자신이 "'콜라나 사이다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을 받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음료수가 차가워 지도록 하기 위해서 얼음팩까지 넣는 세심함을 보였던 맥도날드가 정작 이를 배달하는 라이너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맥도날드는 지난 2006년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McDelivery)를 시작한 이래 라이더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왔습니다.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구간만을 배달 구역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악천후 시에는 배달 지역을 축소하거나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라이더뿐 아니라 본사 및 매장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있는 '안전 지킴 캠페인' 홍보 내용 중 일부입니다. 맥도날드는 "라이더의 안전을 함께 지켜주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경찰서 등과 연계해 체계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헬멧과 유니폼 등 보호장비 구축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과 박정훈씨가 털어놓은 이야기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세계적인 기업인 맥도날드는 사실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은 기업 운영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사 시스템은 맥도날드의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대단히 불합리한 제도라는 평가입니다. 지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점장과 실무를 담당하는 매니저 한두 사람을 제외하면 맥도날드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몇 명의 정규직 직원이 절대다수의 비정규직을 지휘·통솔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맥도날드는 이와 같은 피라미드식 인사구조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1년마다 이뤄지는 재계약 관행으로 알바생들은 필연적으로 고용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무표를 조작하거나 강제로 조퇴 혹은 늦게 출근시키는 이른바 '꺾기'나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으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100원 안 받아도 그만... 받고 싶은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

 6일 서울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 배달 노동자 등이 폭염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6일 서울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 배달 노동자 등이 폭염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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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실은 "라이더뿐 아니라 본사 및 매장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맥도날드 측의 홍보 문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의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 당당히 9위를 차지한 초일류 슈퍼 기업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박정훈씨의 사연 속에는 사람보다 돈의 가치를 더 숭상하는 자본주의의 단면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갑질 횡포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리면 씁쓸하기가 이를 데가 없습니다. 박정훈씨가 마주 선 현실이 비단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수백만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모두 같은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훈씨의 사연이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100원'이나 '유니폼'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정훈씨는 7월 28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사실 100원은 액수로는 의미 없는 돈이다. 안 받아도 그만이다. 받고 싶은 것은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자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박정훈씨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노동자, 그리고 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입니다. 이 청년은 인격을 가진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 존중이 갈수록 허물어져 가고 있는 시대, 그의 외침이 이 사회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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