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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정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 등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9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정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 등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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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를 완화한다면 결국 재벌과 거대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장악하는, 메기효과가 아닌 악어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9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정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메기효과는 미꾸라지 어항에 메기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생기를 얻게 되는 현상을 빗댄 말인데, 은산분리 완화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런 메기보다 포식자인 악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기자회견을 마련한 시민사회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주려는 정부와 여당, 보수야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은산분리 규제는 삼성, 현대차 등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넘게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벌 등이 은행 경영에 깊이 관여하거나 은행의 주인이 돼 국민들이 맡긴 예금을 손쉽게 가져다 쓰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장치다.

이날 발언에 나선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어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어려움은 부실경영 문제이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다"라며 "굳이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특성상 점포가 없어 고용창출 효과가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윤 사무총장은 "정부가 정말 혁신성장을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은산분리 완화가 아닌 재벌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혁신의 기회를 가로막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개혁해 혁신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와 함께 윤 사무총장은 "해악은 높지만 사회적 이익은 많지 않은 은산분리 원칙 훼손을 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은산분리 때문에 인터넷은행 어려워? 부실경영 문제"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도 은산분리 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카카오뱅크보다 더 빨리 출범한 K뱅크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은행 주주들의) 출자(자금지원)를 제한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고 사업을 잘하지 못해 출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거꾸로 카카오뱅크는 사업을 잘해서 출자를 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국내 경험만 보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은산분리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을까"라며 "재벌에게 일자리와 투자를 구걸하든, 압박하든, 그 대가로 특혜를 주려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과 재벌에 포획돼 재벌들의 숙원사업, 박근혜 정부도 이루지 못한 숙원사업을 총대 메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우리를 설득해달라, 금융위원장이든 부총리든 공개토론을 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르는 게 있다면 가르쳐주고, 설득하라"며 "그들(정부) 말에 맞지 않는 게 있다면 당당히 지적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규탄발언에 나선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은산분리 원칙이 없었다면 벌써 우리나라 금융업은 삼성 등 재벌들의 먹잇감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이런 중차대한 원칙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 내리고, 오히려 국회에 압박을 넣는 모양새"라며 "과연 이것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정부가 할 일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권 팀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1년이 넘었지만, 어떠한 경제적 효과가 있었는지 (정부는) 국민들에게 명백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즉각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은산분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했다.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은산분리 불필요한 규제인양 호도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외쳤다.


태그:#은산분리,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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