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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거창하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이라는 뭔가 철학적인 내용이 있을 것 같다. 실상은 지난 10년간 4대강,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금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지역 언론사 사주였던 김종술 기자가 취재비 마련을 위해 막노동을 하고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쓴 기사만 1300건이다. 그는 금강에서 때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면서까지 금강을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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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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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기자는 금강에서 강에 사는 주민들과 울며, 웃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10년을 보냈다. 때문에 김종술 기자의 글에는 현장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에게 조롱을 받으면서도 소송 한번 당하지 않으며 1300편의 기사를 쏘아 올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 주제를 가지고 쓴 기사가 1300이나 된다. 기네스에 등재가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은 10년간 써내려 온 1300건의 기사를 축약한 에세이다. 김종술 기자가 4대강 사업으로 망가져가는 현장을 담아낸 첫 번째 책이다.

때로는 강의 생물과 소통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에는 여러 일화와 사연을 담담하게 써놓았다. '금강요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종술 기자가 10년간 강변의 삶을 살아가며 여러 일화와 사연을 만들어 냈다. 1년에 340일을 금강변에서 풍천노숙하며 살아가는 그의 생활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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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취재중인 김종술기자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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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서슬퍼런 권력 앞에 많은 언론이 침묵하고 있을 때부터 그는 금강이야기를 써냈다. 공사가 한참이던 시기에는 현장에서 욕을 먹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필자도 현장에서 쉽게 겪었던 일이다. 그 당시는 생태와 생명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김종술 기자는 강에 사는 오리, 수달의 편에서 절대권력과 싸우며 기사를 썼다. 권력과 맞짱 뜨는 다윗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술 기자의 기사 중 전 재산을 털어 3일간 금강을 취재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3일의 취재 끝에 만난 큰빗이끼벌레는 김종술 기자를 스타 기자로 만들었다. 철저한 기자 정신인지 강에 미쳐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큰빗이끼벌레를 먹으며 써낸 기사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기사는 대박이지만 강은 쪽박이 된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췄다면 '위대한 강이 삶과 죽음'은 태어날 수 없었다. 강변의 삶이 되었고, 그의 삶 자체가 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강에 천착하는 삶을 살았다.

필자는 김종술 기자를 자주 만났다. 검은 피부에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는 얼핏 보면 동네 불량한 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강의 입장에서, 생명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철저하게 강밖에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10월부터 4대강 사업으로 세워진 금강의 3개 보인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가 모두 열린다. 완공된 12년부터 꼬박 6년 만에 다시 강이 온전히 흐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적을 가능케 한 것은 10년간 강에서 살며 기사를 써올린 김종술 기자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술 기자는 세종보 수문이 열리고 꼬마물떼새 새끼가 번식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강의 희망을 만났다고 적고 있다. 처음 만난 꼬마물떼새 새끼를 '희망'이라고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대강 사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매년 약 1조 원의 관리비가 들어가고, 16개 보는 아직 대부분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강은 다시 흐르게 될 것이다. 10년간 써온 1300편의 기사가 강을 여과없이 그대로 기록하고 있고, 수문이 열릴 앞으로의 강의 상황도 김종술 기자에 의해 기록될 것이다.

'진실'에 힘이 있듯 금강에는 김종술 기자의 힘이 있다. 취재비가 없어 한겨레출판에서 글쓰기를 권했을 때 덥석 물었다던 김종술 기자는 스스로가 금강의 희망이 되었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김종술 기자 자신이다. 김종술 기자의 삶을 함께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면 강력하게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을 권한다.

태그:#김종술,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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