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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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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사건은 산업자본이 (은행으로) 들어오면 은행 규제를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번째 사례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하면 그런 일은 수도 없이 생길 겁니다."

삼성 등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34%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저지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웠다는 그는 다소 지쳐 보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그는 기자와 만나기 바로 전날인 17일 참여연대 등과 함께 국회를 찾았다. 정치권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회견과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장을 찾아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3달 동안 국회 출입 금지' 통보서였다.

그에게 심정을 물으니 "몇 년 전만 해도 은산분리 완화 절대 안 된다고 같이 외치던 사람들인데 이럴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라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국회 출입금지'에 대해 그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출입정지를) 풀어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일모레(20일) 전에는 절대 풀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현행 은행법에선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넘게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국회는 오는 20일 이 비율을 인터넷전문은행(아래 인터넷은행)에 한해 34%까지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특례법을 본회의에서 논의한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구센터에서 전 교수와 만나 현재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법체계 모순"

- 인터넷전문은행 주식을 34%까지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정해둔 부분이 법 본문이 아닌 시행령에 들어갔다.
"특례법 내용을 보면, 제5조에 (산업자본 대주주) 자격요건을 정하도록 돼있다. 경제력 집중 영향이 없어야 하고, 주주 구성은 적정해야 하고,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은 높아야 한다. 인터넷은행 주식을 초과 보유할 수 있는 자의 자격요건은 이런 부분을 감안해 별표로 정한다고 돼있다.

별표는 어떻게 돼있냐 하면, (인터넷은행 주식을 4% 넘게 가질 수 있는)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있는 요건이라고 해서, '바' 항목에 '경제력 집중의 억제, 정보통신업 회사의 자산비중과 관련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할 것' 이렇게 돼 있다. 여기까지가 법률이다.

그런데 시행령 부대의견 주 내용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은 제외하고, 다만 ICT(정보통신기술) 또는 전자상거래업 비중이 50% 이상이면 허용한다고 돼있다. 이게 안 맞는다는 거다."

- 무엇이 맞지 않다는 이야긴가.
"앞서 말한 대주주 자격요건에서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영향을 감안해야한다는 조항(2호)이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이 높아야 한다 내용(4호)보다 앞에 있다. 보통 법률 문구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내용이 뒤에 언급된다.

그런데, 시행령에선 반대로 정보통신업 자산비중 부분이 더 우선시 되고 있다. ICT 자산비중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경제력 집중 억제 요건보다 상위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내용을 시행령에 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얘기다. 그냥 법안 본문에 넣으면 된다. 법률체계상으로도 모순이고... 문제는 민주당의 정치적 말 바꾸기다."

- 이전에 논의됐던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선 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이 인터넷은행 주식을 과도하게 갖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법 본문에 있었다.
"자유한국당에서 그 법안이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ICT 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하니까, 민주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예외 없이 인터넷은행의 한도초과 보유주주에서 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법률에서) ICT 기업이 허용됐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용은 법률에선 빠졌지만, 시행령으로 들어갔다.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 주고받기 한 것이다."

'ICT 기업'은 결국 삼성인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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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령에는 ICT 비중이 절반 이상인 기업이면 인터넷은행 주식을 4% 초과해 가질 수 있도록 했는데, ICT라는 용어가 법 본문에 없다.
"전자상거래업도 법 본문에 없는데, 시행령 부대의견에 덜렁 들어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서 통계청이 발표하는 표준산업분류상의 정보통신업 개념을 가져다 쓴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통계청에는 ICT업이라는 게 없고, 특수분류상의 ICT라는 건 있다. 이 분류를 보면 휴대전화, 컴퓨터 제조업도 다 ICT업으로 돼있다."

- 삼성전자가 들어간다.
"그렇다. 표준분류만 봐도 방송, 출판, 미디어, 영화사 등이 들어간다. 이런 기업들이 다 은행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행령에서 은행 주식을 더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업을 ICT로 두고 있기 때문에, 삼성이 '그 ICT는 나다'하고 들어올 수도 있다. 아니면 통계청장이 산업분류를 바꿀 수도 있다.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부분이 은행의 진입요건을 좌지우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시행령은 금융위원장이 바꿀 수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K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내주기 전에 은행 대주주 재무건전성 요건이 업종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는 시행령 조항을 없애면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특례법 통과되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을 텐데.
"얼마든지 그런 일이 많을 것이다. 과거에 은행에 대해 산업자본이 간섭하는 일이 왜 없었느냐 하면, 원천적으로 재벌이 은행을 가질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 대해선 시행령 등 규정을 통해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들면, 삼성생명이 (산업자본인)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게 되면서 자산을 계산할 때 분자는 주식을 살 때의 주가로, 분모는 현재 주가로 계산하는 식으로 시행령 규정을 바꾼 경우가 있다. 산업자본이 3% 이상이면 안 되니 그렇게 한 것이다. 이 조항을 바꾸라는 지적이 많지만 (정부는) 버티고 있다."

"벌금 7000만 원, 경미한 수준인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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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례법 내용을 더 보면,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인터넷은행의 주식을 4% 초과해 가질 수 없게 돼있다. 그런데 처벌이 경미한 수준이라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다. 금융위가 제대로 판별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K뱅크 대주주인 KT가 담합으로 받게 된) 벌금 7000만 원 정도를 (당국이) 경미한 수준으로 보겠다는 얘기다. 1000만 원을 넘어가는 벌금을 경미하다고 할 수 있겠나. (카카오뱅크 주주인) 카카오 같은 경우 판결문에도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나온다. KT도 죄질이 좋지 않으니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판결문에 나와 있을 것이다. 이 조항은 진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운영하기 시작하면 7000만 원 이하는 다 괜찮다, 이렇게 될 것 아닌가. 왜냐면 이런 조항은 특례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은행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도 있다. 이 정도가 경미하다고 해버리면 다른 법에서도 경미하다고 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다른 나라에서도 인터넷은행에 기업대출을 허용하는지.
"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과 관련한 해외사례를 찾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은산분리 규제가 있는 미국에서는 산업대부회사(ILC)가 우리로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그런데 미 은행지주회사법에선 이것을 은행으로 보지 않는다. 은행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대신 미국에선 총자산이 1000억 원을 넘으면 은행으로 본다. K뱅크 총자산이 1조 원이 넘는다." 

- 지금대로라면, 일반 시중에 따로 오프라인 지점이 얼마 없는 한국씨티은행과 인터넷은행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씨티은행이 이후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각 시도에 소비자보호센터 하나씩만 두고 인터넷은행을 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

최근 여야는 인터넷은행 특례법 조항에서 인터넷은행의 국회 상임위 보고 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해당 조항을 두고 금융권에선 불필요한 규제라고 반발했었다. 전 교수는 해당 조항 삭제에 대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애초부터 인터넷은행의 재무건전성 등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어 그의 말이다.

"그 조항은 뭐... (인터넷 은행이) 국회에 보고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어요? 금융감독당국이 제대로만 하면 되겠죠.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은행이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국정감사 등이 열릴 때 국회가 이곳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조항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데 마치 어마어마한 장치를 뺀 것처럼 얘기하는 거죠."

태그:#전성인, #은산분리, #인터넷전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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