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대 국회에서 유일한 농민 출신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이 꿈꾸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좀 더 노력해 문재인 정부가 따뜻한 정부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우리 국민이 하루에도 12번은 행복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유일한 농민 출신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이 꿈꾸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좀 더 노력해 문재인 정부가 따뜻한 정부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우리 국민이 하루에도 12번은 행복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오월 농부, 팔월 신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모두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넉넉한 추석을 뜻하는 옛말들이다. 무엇보다 그 배경엔 오곡백과를 기르고 거둔 농부의 '사정' 역시 담겨 있다. 모든 것이 풍성한 추석처럼 1년 내내 잘 먹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 뜨거운 음력 5월에 땀 흘린 농부가 시원한 가을바람 부는 음력 8월엔 신선처럼 쉴 수 있다는 기대가 모두 섞인 것이다.

20대 국회에도 '농부 대표'가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다. 서울대 천문학과 82학번인 김 의원은 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부모님의 과수원을 물려받아 사과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는 농부의 삶을 살았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무려 25년의 세월이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13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는 농사짓는 분은 딱 한 명이다. 저기 소 키우는 김현권 의원, 한 분"이라며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추석을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에게 당시 소감을 물어봤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 땐 (농민을 대표할 수 있는) 의원이 5명이라도 들어오면 좋겠다"라고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맞이하는 세 번째 추석에 대한 소회를 물었을 땐, 이렇게도 말했다.

"뭔 얘기를 해도 장단을 맞춰줄 사람이 없다. 혼자서 '가나다라마바사' 다 해야 하니까. '아' 하면 '어' 하는 맛도 있고 메아리도 치고 해야 하는데."

그는 그러면서 21대 국회 땐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더라도 비례의원 수를 대폭 늘려서 자신 말고도 농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의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농업 인구를 250만 명으로 잡더라도 전체 인구의 5%이니 국회의원의 대표성을 생각하면 최소 15명의 '농민 대표'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어부' 국회의원도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어업을 경험해보거나 제대로 어부로 살았던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농업과 어업은 정말 다르다"는 얘기였다. 어민들도 많이 의원실을 찾느냐고 물었다. 그가 답했다.

"그렇죠. 갈 데가 없으시니까."

'농부 국회의원' 그가 3년간 거둔 수확은
 

이유가 있다. 여의도의 단 한 명 있는 '농민 대표'인 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당장 김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진행된 <오마이뉴스> 인터뷰 전에도 농협 측을 만나 오는 27일 마감되는 '축산무허가적법화 이행계획'과 관련해 면담을 진행했고, 그 이후엔 농림축산부 관계자를 만나선 ICT(정보통신기술) 농업에 대한 계획 및 예산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원은 "일단 국회에 들어와서 필요한 얘기들을, 빠른 속도로,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처음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집중했던 쌀값 문제에 대해서는 "쌀 생산조정제도를 도입하고 아프리카에 5만 톤 원조를 보내는 등 정부와 노력하면서 11만 원까지 떨어졌던 쌀값을 17만~18만 원 수준으로 정상화시켰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으로 지난 2017년 신설된 농림축산부 산하 '방역정책국'도 자부심 중 하나다.

"AI나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예년에 비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빠른 속도로 안정화 되고 있다. 각 분야 사람들의 노력 덕이기도 하지만... 방역정책국을 처음 신설하고 체계적으로 방역 업무를 하면서 상당히 개선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그거 아시나. 이전까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가축 관련) 방역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었다. 심지어 북한에도 있고, 해방 후 미군정 때도 있었는데, 대한민국 정부에서만 없었다. (웃음)"

지난 25년을 농부로 산 경험은 의정활동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2주마다 한 번씩 지역 농민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농민들로부터 요새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뭔지 물었다.

"농민들을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거의 다 정해져 있다. 판로 확보다. 생산이야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농민들 스스로 다 잘 하는 일이다. 그런데 농민들은 월급쟁이와 다르게 농사 다 지었다고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팔아야 한다. 농협에 맡길지, 공판장에 맡길지, 아님 상인하고 거래할지. 그런 판로를 개발하는 게 농민의 몫인데 그게 잘 안 되니깐..."

자신의 '아픈 경험'과도 맞닿은 얘기기도 하다. 김 의원은 2000년 인터넷 쇼핑몰 '농촌과 도시'를 열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도전을 했다. 당시로선 참신한 시도였다. 그러나 2006년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 못해 문을 닫았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엔 과수농가들이 더욱 힘든 상황이다. 김 의원은 올 봄 이상저온 현상에 여름 폭염까지 겹쳐 과수가 잘 맺히지도 않고 생장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과수에 대한) 경매가격은 비싸겠지만 정작 농가가 팔 과수가 많이 없다. 과수농가들은 올해 굉장히 힘든 추석을 날 것 같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가 대표 발의해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학교 과일간식제'는 그러한 고민 등이 어우러진 것이기도 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청소년의 건강은 물론, FTA 등 시장개방 확대로 어려워진 과수농가의 판로를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교사 등 현장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웃었다.

"과수농가들의 판로 확보가 1차적 목표였다. 그 다음은 청소년들의 건강이었다. 예전엔 가족들이 두런두런 모여서 과일을 깎아먹을 시간이 있었는데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그런 기회도 없고. 유통구조가 다단계로 돼 있어서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은 값싸고 풍성하게 과일이나 채소를 먹기도 힘들고... 예산을 확보해서 더 혜택을 늘리려 한다."

"곧 '문재인표 농정개혁안' 나온다... 당정청 공익형 직불제 확대 협의 중"

김 의원이 아직껏 씨를 뿌리고 기르고 있는 일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 분야 핵심 공약이었던 '공익형 직불제 확대'가 대표적이다. 자연 재해 등 변수가 많고 시장경제체제에서 다른 산업과 경쟁하기 어려운 농가의 불안정한 소득을 국가가 직접 보전해주는 제도다. 그는 지난 8월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 땐 "핵심 대선 공약이었던 '공익형 직불제 대폭 확대'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거듭 이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최근 전남 해남군에서 도입된 '농민수당제'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공익형 직불제나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제 모두 한 맥락에 있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비록 지방비로 편성해 연 60만 원을 지급하는 형태이지만 해남군의 시도는 굉장히 의미가 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공익형 직불제를 최대 50% 수준 가까이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지급하고 있는 직불금 규모는 연 1조 8000억 원 되는데 농업 예산 중 20% 정도다. 그런데 스위스는 (직불금 규모가) 농업 예산의 80%, 유럽 전체 평균을 보면 70% 가까이 된다. 대선 공약 때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건 아니지만 저는 국회에 들어올 때 앞으로 50% 가까이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표 농정개혁안'이 올해 안에 나올 것이다. 당정청이 현재 그 협의를 하고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층 더 가시화 된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서도 농업의 역할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임업부터 협력이 시작되지만, 그 다음 협력 사업은 인도적 성격이 큰 농업이 되리라 본다"라며 "북한이 '절대 기아'의 시기는 극복했지만 여전히 총 곡물수급량을 보면 우리의 소비량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안 된다. 남북이 이 부분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동물성 단백질 확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양돈 등 축산 산업 간의 교류도 활발히 전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4월 태천 돼지공장을 시찰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농업협력이 돼야 진짜 남북 간 전면적 협력이 되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의 협력, 에너지나 기업 간의 협력은 중요하지만 몇 개의 선이 끊어지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농업 협력은 한 사회와 다른 사회가 전면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모세혈관이 연결되는 것이라고 할까..."

"수도권 지역 오라는 제안 많았지만 제 길은 아닌 것 같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현재 김현권 의원은 '또 다른 4년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그가 1991년 귀향했을 때만 해도 정치는 생각조차 않은 선택지였다. 그런 삶의 방향을 바꾼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김 의원은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당내 대선 경선에 참여했을 때 고향에서 국민선거인단을 모집하면서 선거운동을 자원봉사로 도왔다. 그리고 2004년 총선 땐 고향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커다란 일종의 전환기라고 할까. 그때 아니었으면 정치를 하게 됐을까. 고향에 왔을 때도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직접 정치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을 알게 되고 그분이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서... 노사모 활동 열심히 하다가 열린우리당 창당에도 참여하고. 그게 아니었으면 2004년 총선 출마도 없었죠."

지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21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구미을 지역위원장에 도전했다가 경선조차 못해보고 탈락했지만 여전히 출마 의사를 접지 않고 있다. 이유를 물어봤다.

"한 명 밖에 없는 농민 출신 의원인데 앞으로도 역할이 많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21대 국회에도 진출하셔야 되는데 경북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능성 높은 수도권 쪽 우리 지역으로 오시라, 이런 제안. 여러 곳에서 수차례 받은 것도 사실이다. (웃음) 그런데 그건 제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셨던 동서화합. 20대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에선 상당히 실현됐지만 마지막 과제로 대구·경북, 특히 경북이 남아있다. 이건 제가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싶다. (웃음)"

태그:#김현권, #농업, #공익형직불제, #추석, #노무현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