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돝섬
 돝섬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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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돼지 혹은 거북 한 마리
    마산 앞바다를 건너간다
          - 디카시 <돝섬>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낸 새벽 미명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새벽에 눈이 떠지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 되는가 보다. 언제부턴가 잠이 적어졌다.

시골의 새벽 미명은 온 우주 속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고요하고 적막하다. 일찍 눈이 떠지면 억지로 잠을 청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새벽 미명에 사유하며 글을 쓰는 것도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연후 마지막인 날 아침 지인들과 마산의 무학산을 올랐다. 요즘은 어디든 길이 잘 나 있어 고성에서 마산간도 승용차로 30분 남짓이다. 자동차전용도로가 나고부터는 명절 연휴인데도 차가 별로 막히지 않는 것 같다. 마산 고성간 자동차 전용도로가 완성되면 승용차로 20분 거리다.

무학산 등반 코스는 여러 곳이 있지만 서원곡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택했다. 천천히 쉬어가며 등반을 해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무학산은 마산(지금은 창원시) 시가지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숲이 우거져 있으며 계곡물 또한 풍부해서 시민들의 등산과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에 걸쳐 있다. 무학산은 옛날 신라 말기의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멀리서 이 산을 바라보고 그 모습이 마치 학이 춤추는 것과 같다하며 붙은 이름이다. 무학산은 '두척산(斗尺山)'이라고도 일컫는다. 두척산은 원래 이 지역이 바닷가라 배로 실어나를 곡식을 쌓아두는 조창이 있어 쌀을 재는 단위인 '말(斗)'과 쌀이 쌓인 높이를 재는 단위인 '척(尺)'에서 유래됐다.
 
무학산 오르는 길에는 계곡물도 풍부하다
 무학산 오르는 길에는 계곡물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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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 오른 등산로에 놓인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다리
 무학산 오른 등산로에 놓인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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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 근심바위에서 바라보는 마산 앞바다
 무학산 근심바위에서 바라보는 마산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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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 정상 표지석
 무학산 정상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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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마산 앞바다가 일품이다. 마창대교도 아름답고 돝섬도 선명하다. 돝섬은 정말 돼지(혹은 거북) 한 마리가 마산 앞바다를 기어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 돝섬은 마산항 입구 중앙에 돼지 형상을 한 모습으로 떠 있는 0.96㎢의 작은 섬이다. 지난 81년 국내 유일의 해상유원지로 개장하여 지금까지 즐겨 찾는 광광 명소이다.

돝섬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다.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가락국의 한 왕으로부터 총애를 받던 '미희'가 어느 날 마귀에게 홀려 궁중을 떠나 마산 앞바다를 배회했다. 신하들이 미희를 찾아와 궁중으로 돌아갈 것을 재촉하자 갑자기 금돼지로 변해서 무학산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 금돼지는 맹수로 다시 변해 나타났고 병사들이 잡으려 하자 오색찬란한 한 줄기 빛이 되어 지금의 돝섬으로 사라졌는데, 그때 섬은 누운 돼지의 형상으로 변했다. 아름다운 여인이 돼지의 형상으로 누운 섬이 돝섬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학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돝섬과 멀리 떠 있는 섬들은 미려하기 그지없다.

낙남정맥의 기둥 줄기 최고봉인 학이 춤추는 형상의 무학산

무학산에 얽힌 전설이 어찌 돝섬뿐이겠는가. 많은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무학산의 한 코스를 오르고 무학산을 다 얘기할 수는 없다. 무학산은,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이 끝나는 지리산 영산봉에서 김해의 분성산에서 끝나는 낙남정맥의 기둥 줄기의 최고봉으로 명산이 갖추어야 할 면모를 두루 지닌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코스로 오르며 무학산의 감추어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보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태그:#디카시, #무학산, #돝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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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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