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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된 피아노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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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건 더 오래 된 거네요. 15만원 드릴게요."
"네 15만원이요? 그럼 안 팔아요. 15만원이면 가족끼리 고기 한번 먹으면 없어지는데 차라리 그냥 놔둘게요."
"그럼 20만원 드릴게요. 우린 여기에 있는 조율장치를 사용하기 위해 사는 거예요. 이건 열쇠구멍도 있는 거라 따님네 것보다 더 오래된 거예요. 여기 온 김에 제가 조금 더 드릴게요."


16년 전 중고 피아노 산 것을 며칠 전에 팔았다. 팔고 나니 많이 아쉬웠다. 그동안 몇 번이나 팔기로 마음먹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딸아이가 피아노를 판다고 하기에 나도 파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금씩 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 둘씩 정리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피아노를 팔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피아노를 배우는 일은 나에게 큰 위안과 즐거움, 행복을 줬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은 '피아노치는 할머니의 행복'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올려도 되나? 할 정도로 어떤 이야기가 기사 거리가 되는지도 잘 몰랐던 때였다.

그저 48세라는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는 것을 스스로 대견한 마음에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얼떨결에 올린 기사를 보고 KBS-TV에서 연락이 와 'TV동화행복한세상'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당시에는 친정어머니가 살아계셨는데, 딸의 글이 만화로 만들어져 전국에 방영된다고 하니 좋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친구들은 그 나이에 피아노를 배워서 뭐할 거냐며 놀렸던 기억도 새록새록 하다. 이런 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생각나면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잘 처리했다는 생각과 너무 빨리 없앴나? 하는 생각이 서로 교차가 되곤 한다.

내 나이가 어느새 70세를 바라보고 있으니 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살 생각이 없다. 전자제품처럼 수명이 다 되어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주방용품 특히 그릇 종류는 살 생각이 전혀 없다.

지금 있는 것만 해도 20~30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고, 아마도 그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건강할 때 하나 둘씩 정리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석에 아들 아이가 와서 피아노가 있던 빈자리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엄마 피아노 왜 팔았어요? 엄마 요즘 피아노 안 치시나? 피아노 놓지 못할 정도로 집이 좁지도 않은데 왜 없앴어요."

나보다 더 아쉬워하는 눈치다. '벌써 괜히 처분했나?' 하는 아쉬움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손자들도 "할머니도 피아노 팔았어?" 하며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피아노가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처분하고 나니 피아노를 치고 싶어지는 마음이 더 자주 들곤 한다. 아들이 그렇게 아쉬워 하는 것을 보니 아들도 나만큼이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나 보다. 아들이 또 묻는다.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노를 왜 없앴어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지만 너희들이 처분하기 힘들까 봐" 하고 속으로만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곤 다시 피아노 있던 자리를 보니 피아노 있던 자리가 유난히도 넓어 보이고 허전해보인다.

태그:#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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