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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내 심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 감정입니다. 의식이 있는 한, 매 순간 감정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다만 다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123쪽)

그렇다. 이 얼마나 강력한 자기 모니터링 장치인가. 하지만 현대인들의 모니터링 장치는 과부하로 고장 나 있다. 너무 많은, 그리고 대개 부정적인 감정들이 몰아쳐서, 계기판이 고장 난 거다. 수많은 감정이 뭉쳐 있는 그 실타래를 풀고, 계기판을 고치는 일은 나 스스로 해야 한다.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의 저자 변지영은 세상 트렌드는 빨리빨리 감지하면서도 자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는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이해'의 매뉴얼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2부로 되어 있다. 1부, '내 마음을 읽는 법'을 통해 자기분화, 정서분별, 정서조절을 배우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2부, '삶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법'에서는 마음챙김, 자기자비, 조망수용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왜 내 마음을 알아야 할까

미국 인지심리학자 제럴드 클로어와 캐런 개스퍼에 따르면, 원인이 분명히 확정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일수록 더 오래 간다고 한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확실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2013년 발표된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감정을 잘 묘사하고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낯선 이에게 거절당했을 때 섬엽과 전방대상피질의 활성화 정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덜하다고 한다. 뇌의 이들 부위는 고통을 관장한다. 즉, 정서분별을 잘하는 사람들은 고통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캐서리나 커캔스키의 실험 역시 감정을 회피하는 것보다 직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미공포증을 가진 88명의 참가자는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거미에 대한 공포를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은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인지적 재평가를 유도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작은 거미는 위험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 번째 그룹은 TV 등 다른 곳으로 주의를 분산시켰으며, 네 번째 그룹은 '거미'라는 단어에 많이 노출시켜 공포를 둔화시키는 요법을 받았다.

실험 결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첫 번째 그룹이 거미공포증 개선에 가장 큰 효과를 보였으며, 그 효과는 실험 후 1주일 뒤까지도 유지되었다. 거미를 맞닥뜨렸을 때 손에 땀이 난다든가 하는 공포 반응이 줄어든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정서 경험으로 개념화되고 분류되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려주는 정보가 됩니다. 정서분별은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정서조절 능력을 높여주지요. 따라서 부정적 정서는 회피하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구체적으로 정확히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97쪽)

정서분별의 기초는 감정 어휘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감정을 구체적으로 인지하려면, 결국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알아야 한다. 싫은 감정이라도 귀찮거나 지겨운 정도에서 짜증이 나고 역겨운 수준까지 다양한 단어로 표현이 가능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어느 단어의 사회적 맥락에 대응되는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내가 느끼는 특정한 감정을 내가 지정한 특정한 단어와 짝짓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어떤 느낌에 대해 특정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감정 어휘를 풍부하게 하는 목적이다.

다음 단계는 기록이다. 감정 어휘를 많이 아는 것과 감정을 단어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 결국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한데, 제일 좋은 것은 기록이다. 저자는 하루 세 번 정도, 그때 느끼는 감정을 적어보라고 조언한다. '감정 일기'를 쓰라는 것이다. 책에 나온 아래의 예시를 참고해서 써보자.
 
아침 - 회사에 가기 싫은 마음이 든다. 이유 없이 몸이 무겁다.
점심 - 다 귀찮다. 아무 말도 하기 싫다.
저녁 - 내 마음, 내 사정을 정확히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매우 답답하다. 왜 나한테 짜증이야? 내가 만만한가? (108쪽)

정서분별 본격 연습

감정 단어를 알고, 감정 일기를 쓰는 것도 좋지만, 정서분별에서 정서조절까지 나아가려면 좀더 본격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차근차근 정서분별을 연습해 보는 것이다. 저자가 가르쳐주는 정서분별의 여섯 단계를 알아보자.
 
1. 몸 전반에 주의 기울이기. 지금 내 몸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 구체적 감각에 주의 집중하기. 배 또는 가슴 또는 어깨에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3. 이름 붙이기. 그 느낌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4. 맥락 알기. 그 느낌은 무엇에 대한 마음인가? 어째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5. 소망 알기.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무엇을 바라는가?
6. 행위 선택.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떤 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가? (112쪽)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늘어놓고 보아야 전체적인 그림도 보이고, 구체적으로 실천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또는 무작정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내 몸 어디에 어떤 느낌이 있는지,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면 어떤 것인지, 왜 그런 느낌이 생겼는지, 그 느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정서분별의 첫 단계는 정서자각이다. 몸은 마음이다. 뇌 일부만 손상을 받아도 생각, 성격과 정서가 달라지는 것이 인간이다. 몸의 어디가 긴장되는지, 심장박동은 괜찮은지, 뱃속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가만히 살펴보자. 신경 쓰이는 몸의 부위를 찾아낸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집중한다. 그리고, 그 느낌에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감정 어휘를 늘렸다면, 이때 도움이 된다.

감정에 이름을 붙였다면, 그 감정이 왜 일어났는지 맥락을 찬찬히 살펴본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화풀이한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승진 명단에서 빠진 부장이 내 보고서에 화를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감정 귀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한 몫 차지한다. 정말로 부장은 내 보고서가 엉망이라서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감정일기 써보기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 '감정일기 쓰기'다. 대개 우리들은 감정에 대해 뭉뚱그려 생각한다. 막연히 우울하다든가, 불안하다든가, 화가 날 뿐이다. 정확히 어떤 감정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지 알아야, 그 감정의 원인을 살펴보고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꾸준하게 감정일기를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세 번, 아주 짤막하게 감정일기를 써보자.

끝없이 밀려오는 불안에 밤잠도 설치던 때, 이 책을 집었다. 어떻게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 책은 위로 대신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심리학이라는 띠를 두른 책들도 '긍정 왕'이 되라는 무책임한 조언을 난사하는 시대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 정서분별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지속적인 특성도 알아야겠지만, 시시때때로 바뀌는 감정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안네 프랑크는 일기에서 자기 자신을 '꼬마 모순덩어리'라고 불렀다. 누구나 모순덩어리다. 하지만 그 모순덩어리와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그 모순덩어리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가 된 것 같다. 왜 이제야 그걸 알았을까.

내 마음을 읽는 시간 -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변지영 지음, 더퀘스트(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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