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19 09:13최종 업데이트 18.10.19 09:13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를 읽은 다양한 독자들이 '행복한 나', '행복한 우리'를 만들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글은 우수상 수상작입니다. 우리 안의 덴마크, 우리 안의 꿈틀거림을 응원합니다.[편집자말]
처음에는 막연히 책 제목을 보고 골랐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니. 7월 말 무더위에 지치고 사람에 지쳐서 한창 바닥으로 치닫고 있던 내 감정은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기에 적절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로맨스 소설인줄 알고 골랐던 내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책의 리뷰를 보지 않고 선택한 나를 탓하며 '샀으니 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첫 장을 펼쳤다. 그런데 어느새 내 손엔 펜이 쥐어져 있고, 밑줄을 긋고, 책과 소통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여차하면 덮어버릴 생각이었는데, 밤이 깊도록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책에 낙서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책을 볼 때 접고 밑줄 긋고 적어야 진정한 독서라고 하지만, 나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한 줄 한 줄이 나에게 '컬처 쇼크'였기 때문에 뭐라도 끄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에게, 또 과거의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 표지 ⓒ 오마이북

 
무엇이 그렇게 '컬처 쇼크'였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신기했다고, 덴마크의 모든 것들이,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우리가 잘되어야 내가 잘될 수 있다'는 그 생각이.

괜히 이 책의 작가가 덴마크, 덴마크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덴마크 사람들이, 또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이, '꿈틀리 인생학교'를 선택한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가족들이.

그러는 사이에 나 또한 이 책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책을 학창시절에, 조금 더 젊었을 때 접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나는 '진정한 사춘기' 아니 '오춘기'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찾아온다고 본다. 학창 시절 안에서 꿈을 찾고 계획된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으로 가득 찬 중고등학교를 지나 수능을 보고 어찌어찌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가게 된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마치고 나면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대학 졸업하면 뭐 먹고살지?'
'공무원 시험을 도전해봐야 하나?'


물론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시기가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생각을 대학 졸업이 아니라 학창 시절에 했다면 그 인생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책 광고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덜' 시간 낭비를 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행복해지는 방법에 다가가기 위해서 말이다.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쉬었다 가도 괜찮아."


책 속에 나오는 이 두 가지 말에 나는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는 여군이다. 중학교 때부터 군인이 정말 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꿈과는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군인에 도전해 꿈을 이루기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면, 재수를 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출발선에서 1, 2년 뒤처졌다는 생각에 항상 혼자 무언가에 쫓기고 실패한 삶이라고 느꼈다. 사실 그 1, 2년은 아무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렇게 나를 채찍질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쉬었다 가도 괜찮아"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물론 그 일이 항상 내게 기쁨을 주고 행복만을 주진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만족한다. 이 책이 하는 말처럼 "이미 늦은 인생이란 없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나'를 꼭 잡고 있기 위해서는, '나'를 지탱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함으로써 느끼는 책임감과 그런 '나'의 선택을 '나' 자신이 먼저 존중하고, 주변 사람들과 이 사회가 같이 존중할 때 내가 '나'로서 온전히 바로 설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은 지 두 달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나에게 이 책은 참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얼마 전에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다. 엄마는 "학생들이 인생을 설계하는 그런 학교가 정말 있냐"며 참 좋은 곳이라고 했다. 나는 묻지 못했다. 엄마는 10년 전에 이런 학교가 있었다면 나를 보낼 수 있었겠냐고.

나 또한 그 중요한 시기에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참 용기 있는 사람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도 덴마크 사회처럼 나아갈 수 있을까? 이제 나는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빠르지는 않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인생이란 긴 스펙트럼에서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느낀 '컬처 쇼크'를 내 주변인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채찍질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부터 기다리는 마음을 가질 테니,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고. 그렇게 꿈틀거리면서 살아가자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에,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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