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개봉했던 추석시즌 한국영화 4편

9월 개봉했던 추석시즌 한국영화 4편 ⓒ NEW, 메가박스, 롯데, CJ

 
'관객은 늘었으나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영화는 없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9월 한국영화산업 결산의 핵심이다. 9월엔 추석연휴기간이 끼어 있어 흥행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국영화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가운데 이익을 본 영화를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위에 따르면 9월 관객은 전년 같은 기간 비해 409만 명 늘어나며 32.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425억 원 늘어나 41.8%나 증가했다. 추석 연휴 대목에 맞게 한국영화가 전체 상승세에 기여했는데, 한국영화는 관객 수에서 전년 동기 대비 96.5%(578만 명) 늘었고,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13.6%(536억 원) 많아졌다. 두 배 정도 시장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장사는 잘 됐음에도 불구하고 돈은 벌지 못했다는 게 9월 한국영화의 뼈아픈 결과였다. 손님은 많았지만 하나같이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한국영화가 고예산 영화 중심이 되면서 성수기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결과 올해는 추석 시즌을 겨냥해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한국영화가 4편(<물괴>, <협상>, <명당>, <안시성>) 개봉했으나 모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며 제로섬 게임으로 치달았다"고 분석했다.

손익분기점이 300만 정도였던 <명당>과 <협상> <물괴>는 누적관객이 200만 안팎이거나 100만에도 못 미치는 등 흥행에 실패했고, 손익분기점이 600만 정도인 <안시성>은 17일 현재까지 538만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스크린 독과점 없었지만...
 
 
 국내 5대 영화 투자배급사

국내 5대 영화 투자배급사 ⓒ 성하훈

 
영화계가 9월 한국영화 결산에 주목하는 이유는, 추석 시즌에 한국영화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크린독과점 현상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개봉영화가 많아 한 영화가 최대 30%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프랑스에서 시행중인 스크린 상한제(한 영화가 30%이상 스크린을 차지할 수 없도록 제재)가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추석연휴 기간 중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가장 많았던 <안시성>의 경우 최대 점유율이 34%였고, 일주일 간 평균치는 29.7%였다. <명당>은 평균 22%, <협상>은 평균 18.2%의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익을 본 영화가 없었다는 점은 미묘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한 영화가 독식해서 이익을 챙기고 다른 영화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면, 올해는 모두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하향평준화 됐다는 지적이다.
 
한 영화제작자는 "모든 영화가 손익분기점 도달에 실패했고, 다 같이 망하는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나온다. 배급사들이 과도하게 대작 경쟁을 펼친 탓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독립영화 정책전문가인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은 "추석 시즌에 너도 나도 대작을 들고 덤벼들었다는 건 상생을 생각했다기보다 '경쟁자를 이기고 시장을 독식해서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는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윈윈전략' 같은 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관객이 늘었다는 것은 특정영화에 '대거 몰리지 않아도 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상위 4편의 영화가 스크린과 상영회차를 골고루 나눠가지고도 전체 관객 수가 지난해보다 많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각 배급사들이 흥행에서 '과욕 부리지 말고 상생하는 시장을 만들자'는 교훈을 얻으면 좋겠다만, 안타깝게도 그럴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크린상한제 독립예술영화에 도움 안 돼 
 
 서울의 대표적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서울의 대표적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 성하훈


한편 일각에선 법률로 제한하고자 하는 스크린상한제가 독립예술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9월 영화산업 결산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하루 1천 관객을 넘긴 독립예술영화는 2~3편 정도에 불과했다. 스크린독과점이 심하지 않았으나 독립예술영화의 상영은 늘어나지는 않은 것이다.
 
수도권의 한 예술영화관 관계자는 "관객이 늘었다고 해도 한국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시장은 더욱 초토화되었다"며 "스크린상한제가 독립예술영화에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앞으로는 독립예술영화를 핑계 대지 말고 그냥 5대 메이저 배급사에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률안 자체가 독립영화에 도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승환 부관장 역시 "이에 동감한다"며 "밥솥 바닥까지 다 긁어서 자기들 배나 채우고 그러고도 배고프다고 한다"면서 스크린상한제가 독립영화 상영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스크린독과점 방지를 위해 스크린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데, 독립예술영화 쪽에서 부정적 시선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영화산업결산 영진위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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