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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어떻게 처벌할지,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군복무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상가건물은 월세인상의 상한이 있다는데 내가 사는 월세집에는 월세는 왜 계속 오르는지, 우리 사회와 생활 속의 여러 질문은 국회가 입법으로 답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회는 국정감사 중입니다. 곧 본격적인 입법 논의를 시작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종합부동산세, 실업급여, 공수처 도입, 국정원과 삼성 등 참여연대는 지금 입법이 필요한 과제를 발표했고 슬로우뉴스는 그 자세한 내용을 알립니다. 다섯 번째 입법 과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서비스입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을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이 소개해드립니다. - 기자 말

1.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월세상한제 (이강훈)
2. 고용보험법과 실업급여 (송은희)
3. 종합부동산세 (홍정훈)
4.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에 관한 법률 (김남희)
5. 보험업법 (이지우)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 단상 점거한 유치원 원장들... 설득하는 박용진 의원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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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보도가 연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지급된 국고지원금의 일부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명품 쇼핑 등에 쓰였다는 뉴스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사립유치원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보육노조가 진행한 온라인 실태조사에 응답한 보육교사 288명 가운데 72%가량(164명)이 급식비리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보육 현장에 대한 폭로도 이루지고 있다. 노인장기요양기관 등 노인돌봄을 제공하는 사업자들도 이런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들은 개인재산과 정부 지원금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으며, 대법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지급한 돈이지 보조금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원장들을 보조금 유용이나 횡령으로 처벌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영리사업자'에 맡긴 결과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문제의 핵심은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일,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개인 영리 사업자들에게 맡겨 놓은 데 있다. 전통적으로 아이돌봄, 노인돌봄, 장애인돌봄 등 돌봄은 가정 내에서 주로 여성이 무보수로 맡아 왔으나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개인사업자에게 쉽게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종사자를 단기양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은 단기간에 민간 개인사업자 위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렇게 증가한 유치원·어린이집·노인장기요양기관 등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개인사업자의 사유재산처럼 운영됐으며, 종사자들의 처우는 지극히 열악하고 서비스의 질도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어린이집의 83.75%, 노인장기요양기관의 80.36%가 개인 운영 기관(아래 표 참고)이다. 그속에서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돌봄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적절하고 존엄한 돌봄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료 : 보건복지부, 보육통계(2017)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2017) * 법인운영 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법인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 개인운영 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
▲ 국공립 기관의 비율 자료 : 보건복지부, 보육통계(2017)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2017) * 법인운영 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법인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 개인운영 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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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아이였고, 언젠가는 노인이 되며, 삶의 일정 시기에는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경험하기도 한다. 아동, 노인, 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없이 삶을 영위하기 힘들며, 이들을 위한 돌봄서비스는 존엄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돌봄의 영역은 이용자가 취약한 상태에서 이용하게 되고, 접근성이 중요하여 지역 기반으로 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선택권이 보장되기 어렵다. 또한 경제적,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는 존엄한 삶을 보장해야 하는 서비스로 평등한 서비스의 제공이 중요하다. 따라서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서 해결되기 어렵고, 국가와 지자체가 모두를 위한 존엄한 돌봄을 실현하기 위하여 직접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사회서비스공단'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 한국 사회에서 공공이 책임지는 존엄한 돌봄과 노동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과 국정과제로 약속한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보육, 노인돌봄, 장애인돌봄을 실현하고 원장과 종사 노동자들을 공단이 직접 고용하여 안정된 고용조건을 보장하고 종사자와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다.
 
19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178면
▲ 19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178면 19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178면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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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지금에도 '사회서비스공단'은 지지부진하다.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공약이자 최초 계획이었던 국가 책임, 지자체 직영이 아닌 민간시설 지원 중심의 '사회서비스진흥원'이라는 명칭으로 바꾸었으나 관련 법안조차 발의하지 않는 등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병)이 대표 발의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회에서 심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공단"

참여연대는 2018년 10월 16일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공단"의 추진을 촉구하기 위하여 여러 시민사회, 노동조합과 연대하여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을 발의했다. 

이 법은 사회서비스공단이 직접 설치 운영하는 공공 돌봄(국공립 어린이집, 국공립 요양, 국공립 장애인돌봄)을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가와 지자체가 사회서비스 공공성강화 계획을 수립해 매년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을 공개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공공인프라와 사회서비스공단의 운영에 노동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도 포함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노인장기요양공대위,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 발의 기자회견 개최. 일시 장소 : 10. 16. (화) 9:40, 국회 정론관
▲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 발의 기자회견 정의당 윤소하 의원, 노인장기요양공대위,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 발의 기자회견 개최. 일시 장소 : 10. 16. (화) 9:40, 국회 정론관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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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노후가 두렵지 않고, 장애가 있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아동, 노인, 장애인을 돌보는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거나 개인 영리사업자들에게 맡기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방치한 돌봄, 이제는 사회서비스공단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 존엄한 돌봄과 노동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남희씨는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슬로우뉴스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사회서비스공단, #사회서비스, #비리 유치원,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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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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