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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기록물에 대한 세 번째 쓴소리는 사진에 관한 것이다. 전자공훈록(국가보훈처 → 전자공훈록 → 독립유공자공훈록)에는 독립유공자 이름 옆에 네모 반듯한 액자 형태의 사진란이 있다.

그러나 이 사진란은 일관성 없이 비워져 있다. 안중근 의사나 김구 주석은 사진이 실려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인 이상룡 선생이나 제2대 대통령인 박은식 선생, 노백린 장군 등 수많은 독립투사들은 빈칸으로 남아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 2대 대통령 박은식 선생의 사진 칸은 비어있다
▲ 박은식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 2대 대통령 박은식 선생의 사진 칸은 비어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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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어서 그렇다면 몰라도 이상룡 국무령이나 박은식 대통령 등의 사진은 이미 인터넷 공간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그런데 이분들의 사진은 빠져있다. 누군 싣고, 누군 싣지 않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성독립운동가로 가면 그 상황은 더 심하다. 유관순, 남자현, 김마리아 등 몇몇 분만 사진이 올라 있을 뿐 300여 명에 이르는 여성독립운동가 사진은 상당수 빈칸으로 남아있다.

기자는 지난 8월 중순 미주지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났던 차인재(1895-1971, 2018년 애족장)지사의 외손녀딸인 윤패트리셔(한국이름 윤자영, 71살)씨와의 대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수소문 끝에 8월 13일, 윤트리셔 씨가 살고 있는 헌팅턴비치의 조용한 단독주택을 찾았다. 윤패트리셔씨 집은 기자가 묵었던 LA코리아타운에서 승용차로 1시간 여 거리에 있었는데, 정원을 갖춘 2층 주택들이 즐비한 곳으로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였다.

윤패트리셔 씨는 기자 앞에 두툼한 앨범 여러 권을 가지고 나와 외할머니(차인재 지사)와 외할아버지(윤치호 지사)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차인재 지사가 이화학당에 다니던 때의 사진부터, 엄청난 양의 기록물이 사진첩에 빼곡했다. 더 놀라운 것은 윤패트리셔 씨의 말이었다.

"내가 죽으면 이 사진은..." 그녀는 왜 걱정해야 했나
 
외손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차인재 지사의 사진,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이화학당 시절의 사진으로 차인재 지사는 앞줄 왼쪽 분이다.
▲ 차인재 외손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차인재 지사의 사진,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이화학당 시절의 사진으로 차인재 지사는 앞줄 왼쪽 분이다.
ⓒ 윤패트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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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재(미국에서는 임인재), 임치호 지사 부부와 세 자녀
▲ 차인재 임치호 차인재(미국에서는 임인재), 임치호 지사 부부와 세 자녀
ⓒ 윤패트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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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재 지사의 외손녀인 윤패트리셔 씨는 고이간직하고 있던 차인재 할머니의 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앞으로 후손이 없는 자신이 죽으면 이 사진들을 어찌할까 걱정을 했다.
▲ 윤패트리셔 차인재 지사의 외손녀인 윤패트리셔 씨는 고이간직하고 있던 차인재 할머니의 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앞으로 후손이 없는 자신이 죽으면 이 사진들을 어찌할까 걱정을 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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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올해 71세라며, 자녀가 없기 때문에 당신이 죽으면 이 사진들을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할머니(차인재 지사) 고국에서 자신을 찾아온 기자에게 후에 이 사진첩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후손이 없어 사후 이 사진첩의 향방을 걱정하던 모습이 안타까웠다.

독립운동가 2세들의 나이도 이제 70을 넘어 80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신들이 간직해왔던 독립운동가 선조들의 사진이나 소중한 물건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공훈록에는 차인재 지사의 사진은커녕, 이름조차 올라와 있지 않다. 2018년 3.1절에 서훈을 받은 지 일곱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공훈록에 올라 있지 않은 상태다. '2017~2018년 포상 독립유공자 공훈록은 2019년도 하반기 책자 발간 완료 후 게시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문구만 있다.
 
차인재 지사는 2018년 3월 1일날 서훈을 받았지만 사진은 커녕, 현재 공훈록에는 이름 조차 올라 있지 않다. (2018년 10월 19일 현재)
▲ 차인재 2 차인재 지사는 2018년 3월 1일날 서훈을 받았지만 사진은 커녕, 현재 공훈록에는 이름 조차 올라 있지 않다. (2018년 10월 19일 현재)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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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분, 임성실(1882-1947, 2015 건국포장) 지사의 예를 들겠다. 임성실 지사의 증손녀인 머샤(Marsha Oh Bilodean, 62살) 씨를 만난 것은 8월 11일 (현지시각)로, 로스앤젤레스 가든스윗 호텔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도산 기념동상제막 17주년 합동 기념식–파이오니어 소사이티 연례 오찬회-에서 였다.

행사 뒤 머샤 씨 집에 가서 인터뷰를 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대신, 머샤 씨는 기자가 귀국한 후에 이메일로 할머니(임성실 지사)의 독사진과 가족사진, 그리고 집안의 가계도를 보내왔다.

있는 것 올리고, 적극적으로 찾고... 보훈처가 나서야  
 
임성실 지사 손녀로 부터 누리편지로 받은 사진
▲ 임성실 임성실 지사 손녀로 부터 누리편지로 받은 사진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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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실 지사 가족 사진도 보내왔다.
▲ 임성실 2 임성실 지사 가족 사진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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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주 지역의 경우는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보다 카메라 보급률이 높았던 터라 시각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있다. 국가보훈처가 노력만 한다면 후손들이 간직하고 있는 사진을 얼마든지 입수해 독립유공자공훈록에 실을 수 있다. 하지만 텅텅 비워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후손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을 텐데, 왜 사진칸을 비워놓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필자와 같은 일반인이야 개인정보법 때문에 후손들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어렵고, 자비를 들여 만나는 입장이지만 국가보훈처의 경우는 다르지 않는가. 후손들로부터 사진을 구해 빈칸을 메워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성실 지사의 경우도 사진이 없고, 공란이다.
▲ 임성실 3 임성실 지사의 경우도 사진이 없고, 공란이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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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나 만주 쪽에서 활동하신 분들은 사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임시정부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독립운동가들이나 미주 지역의 경우, 구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사진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기자도 그렇게 사진을 구했다. 

박은식 대통령 등 사진이 있는 분들이라면 빈칸을 채웠으면 한다. 그리고 독립운동가 공훈록에 올라 있는 1만5052명을 전수 조사하여, 확보할 수 있는 분들은 모두 사진을 업로드하길 바란다.

[이전 기사]
①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보이지 않는 독립유공자들
② 25년 전에 봉환된 유해, 아직도 상해에 있다는 보훈처

덧붙이는 글 |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독립유공자공훈록, #국가보훈처,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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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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