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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노선도를 들어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노선도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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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포항울산고속도로 터널 공사 과정에서 록볼트 3만여 개를 누락하는 등 부실시공을 확인하고도 보수공사나 재시공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 길이 7.5km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경주 양북1터널의 경우 지진 발생 위험이 높은 경주 토함산 활성단층을 지나는 것으로 확인돼 불안감을 키웠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북갑)은 29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확인국감에서 포항울산고속도로 활성단층과 부실시공 문제를 지적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28일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는 타당성 재검증 결과와 활성단층 경고에도 포항울산고속도로와 양북1터널 건설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형님예산'으로 뚫은 'MB고속도로', '지진 활성단층' 통과).

"지진 위험 높은 활성단층 지나는 터널 공사하면서 록볼트 누락 부실시공" 

부실 공사로 붕괴된 터널 속에 갇힌 주인공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 <터널> 이야기로 운을 뗀 유승희 의원은 "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인데, 경주 방향 입구 부근에 활성단층 수십 개가 포진하고 있다"면서 "활성단층 구간에 터널을 만드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나"라고 따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09년 실시한 자체 지질지표조사 결과 터널 구간에 활성단층이 확인 안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북1터널 구간을 수직으로 지나는 것으로 알려진 경주시 외동읍 '말방단층'은 이미 200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보고서는 물론, 지난 2012년 소방방재청에서 발주해 만든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에도 과거 1만 년 이내에 단층 활동이 있었던 '활동성 단층'으로 표시돼 있다.

 
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주변 활성단층
 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주변 활성단층
ⓒ 유승희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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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내진1등급 설계를 했기 때문에 활성단층이 터널을 지나더라도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터널 굴착 공사 과정에서 암반을 지지해줘 지반 붕괴를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록볼트를 상당량 누락해 부실 시공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검찰은 지난 2014년 한국도로공사 발주 터널 전수조사 결과 포항울산 구간 양북1터널(당시 양남터널), 외동터널, 용두1, 2터널에서 록볼트를 누락해 부실 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 2016년 2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에서도 포항울산 구간 7개 터널 공사 과정에서 건설업체가 설계수량 10만7천여 개 가운데 30%인 3만4천여 개의 록볼트를 누락해 20억여 원을 빼돌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유 의원은 "포항울산고속도로 터널 공사 과정에서 10만7천여 개의 록볼트 가운데 30%인 3만4천 개가 누락됐는데도 도로공사는 터널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보강공사나 재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부실시공 터널 안전 여부 추가 확인 등 필요한 조치할 것"

유 의원은 "지난 7일 태풍 '콩레이' 때문에 경북 경주 양북면 4번 국도 옹벽이 산사태로 무너졌는데, 록볼트를 박은 옹벽은 버텼지만 록볼트를 박지 않은 계단식 옹벽은 무너졌다"면서 "지질도에 이 지역은 단단한 3기 응회암으로 돼 있어 계단식 고각으로 설계했는데, 실제로는 자갈과 모래가 섞인 단단하지 못한 4기 퇴적층이어서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양북1터널 역시 애초 지질조사 결과와 달리 터널 구간 상당 부분이 퇴적암, 셰일 등 4기 퇴적층인 게 드러나 공사가 예정보다 2~3년 지연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난 2014년 (한국도로공사 의뢰로) 대한토목학회에서 안전 진단한 결과 (록볼트가 누락된 터널 구간이) 안전한 걸로 확인됐지만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라면서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국토교통부 관련 기관에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30일 개통한 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구간 전경
 2016년 6월 30일 개통한 포항울산고속도로 양북1터널 구간 전경
ⓒ 한국도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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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포항울산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포항울산 구간)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1999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으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타당성 재검증 결과 사업비가 1조 원대에서 1조 7천억 원대로 크게 늘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포항-울산-영덕 구간 조기 완공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실제 2008년 10월 이 구간을 '광역경제권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경제성 조사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사업비가 2조 원대까지 늘었지만 이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의 이른바 '형님 예산'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16년 6월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유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경제성 분석 없이 추진된 사업이지만 안전점검은 중요하다"면서 "현재 포항-영덕 구간 공사는 함흥차사지만 울산-포항 구간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는데 실시설계 때 변경된 노선 인근에 있는 '다스' 때문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태그:#양북1터널, #유승희, #활성단층, #포항울산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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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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