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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연은 노동의 역사였다.
▲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요청하여 강연회 한 한상균 전 위원장 그의 강연은 노동의 역사였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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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금) 오후 휴대전화기로 쪽지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지인이 보낸 쪽지였습니다. 사진 문서로 온 쪽지엔 사진과 함께 강연회 한다는 공지글이 있었습니다.

"해고자는 '현중 노동운동의 정신'이다!"는 제목으로 87년 노동자 대투쟁후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고되고 고초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른 여러 노동자를 거명하면서 지금까지 민주노조를 위해 분투한 선배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4년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의 돌파구를 찾기위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한상균 위원장 초청강연회 열립니다." 2018. 11. 2. 금. 오후 6시. 전하2동 주민센터

"77일간 공장점거와 공권력에 맞서 싸움. 패배한것 같지만 그뒤 결코 죽지 않았던 쌍용차 동지들의 투쟁. 우리는 그 투쟁을 통해 지금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투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015년 1월에 제8기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박근혜 정부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4.24 총파업을 시작으로 5.1 노동절 대회, 9.23 총파업, 11.14 1차 민중총궐기, 12.5 2차 민중총궐기 등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다 12월 10일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당시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 신분으로 가정의 생계를 꾸리느라 노동자 집회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진 못했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의 구속 소식을 듣고 그가 있는 구치소 주소를 파악하여 편지도 쓰고 싶었지만 한차례도 못보냈습니다. 여러 활동과 생업이 겹쳐 제나름 힘든 일정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 개인 생각으로 흘륭한 노동자 성품을 지닌 한상균 위원장을 꼭 한번은 뵙고 싶었습니다. 2018년 5월 21일에 가석방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노동계 소식으로 그는 세월호 추모관을 찾고 노동자 투쟁이 있는 현장 방문으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엔 울산과학대 농성장도 방문했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못보았습니다.

이번엔 꼭 뵙고 싶었습니다. 마침 1직 출근조라 오후에 마치고 강연회에 가볼수 있었습니다. 작은 강당에 100여명의 노동자가 모여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 활동하는 조직 '투쟁하는 노동자 함성'에서 한상균 위원장님 모시고 4년차 끝없는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고 계속 밀리며 돌파구를 못찾고 있습니다. 먼저 처절한 투쟁을 했었던 쌍용차 노동자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오늘 강연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불금이라 얼마나 오려나 걱정했는데 많이 많은 동지들이 와주셨네요. 오늘 강연을 해주실 한상균 위원장님을 모셔보겠습니다."

참석자들의 박수와 함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대로 나갔습니다. 다부진 몸에 총명함이 엿보이는 외모였습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내일 아침 금강산 구경가려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에서 올린 5명의 참가 예정자 중 1명만 허락하고 4명은 불허했더만요? 그중 한명이 접니다. 가보려고 잔뜩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왜 불허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나라 구조조정은 사람 짜르는게 목적인가 봅니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정부라 하지만 제가 보기엔 노동자 대변 정부 아닙니다. 국가폭력을 정당화 하던 박근혜처럼은 안하지만 재벌관련 개혁의지 다 꺾였고 없는거 같읍디다. 이 정부에서 말하는 노동존중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2008년 쌍용차 노동조합장으로 당선되고 2009년 쌍용차는 갑자기 법정관리 하더니 2600여명을 구조조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5월 21일부터 77일간 옥쇄파업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해고후 삼십여명의 조합원을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쌍용,지엠이 강성노조라구요? 노동자 입장에선 그 당시가 아비규환이었고 문간지옥과 다름없었어요. 저도 해고된지 10년되는 내년엔 다시 복직할거 같습니다. 그중 5년 반은 감옥에 있었네요. 지금도 저는 자유롭지 못해요. 감찰대상이라 한달 1회 국가에 보고해야 합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 현장 노동자 100여명이 참석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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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가슴 뿌듯합니다. 나를 가뒀던 이명박근혜 두사람 다 감옥에 들어갔잖아요? 그리고 쌍용차 파업에 살벌하게 국가폭력을 자행했던 경찰청장까지 구속되었고 얼마전에 쌍용차 파업에 국가폭력이 자행되었다는 방송도 내보내더만요. 가석방후 시골 집으로 갔어요. 84세 홀어머니가 계십니다. 백수라 선물도 못사갔어요. 아들 잘둔덕에 10여년간 가슴앓이를 했을 어머님이 오히려 저를 위로 했습니다. 너의 투쟁은 정당한 것이다. 너보다 어려운 사람들 도와준거다. 라면서요."

"늦게나마 쌍차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어머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아들 나쁜사람 아니라며 이야기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언론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절히 알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진실을 왜곡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상균 불순분자, 소요죄 적용 등등등...... 경찰은 소설책 6권이나 만들어 내놨습니다. 기가막혀 말이 안나왔습니다. 정당한 생전권 투쟁을 하는 노동자에게 불순하고 불온하다며 뒤집어 씌워놓는 기술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노동자 개인은 정말 나약합니다. 당시 물,식량,전기 다 끊어놓고 우릴 압박해 왔습니다. 당뇨병 환자 조합원이 발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나가라 해도 우리 일터를 지켜야 한다며 나가지 않았습니다. 3일에 한번씩 소금 주먹밥 먹으며 버텼습니다.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어 살고싶다는 우릴 폭력으로 진압했습니다."

"77일 파업투쟁은 국가 공권력의 무차별 폭력진압으로 끝났습니다. 우리는 경찰에 두들겨 맞으며 끌려가서 구속되었습니다. 유치장에 가고 샤워를 시켜주길래 했더니 77일간 내 몸에 모아진 최루액과 때가 수없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도나스가 200여개나 있었습니다. 같이 싸운 동지들 생각에 피눈물이 납디다. 아마도 그들은 저보다 도나스가 더 많을 겁니다."

도나스가 뭔지 궁금해 물으니 경찰이 쏜 볼트너트에 맞은 자국이라 했습니다. 노동자가 대응하느라 새총을 쏘아보지만 50미터도 안날라 가지만 경찰이 쏜건 100미터 넘게 날아가더라 했습니다. 맞은 자국이 도나스 모양으로 동그랗게 피멍자국으로 생겼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함께살자고 했습니다. 공장 살릴수 있는 길을 제안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시절 청와대 지시로 협상이 중단되었고 공권력이 투입되었습니다. 회사는 구사대를 조직하여 공권력과 함께 투입시켰습니다. 일당이 비급은 30만원 쌘놈은 50만원 등급이 있었습니다. 공장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은 그들이었고 공장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활동했던 사람들이 먼저 도망갑디다. 나중에 보니 순수조합원만 남았습니다. 그중엔 정리해고 아닌 조합원도 20여명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유,협박,가족설득이 이어졌습니다. 야밤을 틈타 하나둘씩 사라지는 조합원들, 그들은 구사대 가랑이 사이로 기어 들어가 회사쪽 간부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야기 도중 한상균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엔 하청노조 사무실이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 물었습니다. 밖에 있다 하니까 "현대중공업 노조 사무실 안에다 하청노조 사무실을 들여라"고 주문하면서 쌍차 비정규직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2009년 지부장 당선후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모색했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로 쌍차 노조 사무실 한켠에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회사쪽에 서있던 대의원들이 몰려와 다 때려부수고 제게도 협박을 가했습니다. 때려 부수거나 말거나 저는 몇차례나 더 비정규직 사무실을 꾸며놓았습니다. 진짜 노동자라면 그렇게 해야합니다. 사무실안에 하청노조 사무실 내어 줄수 있죠?"

현중노조 관계자는 노력해 보겠다 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상식문제가 상식으로 통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 했습니다.

"노동자는 노동자 계급성을 가져야 합니다. 자본가는 권력자와 함께 얼마나 자신들의 계급성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습니까. 노동자도 연대투쟁과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560만이 비정규직이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받는 노동자까지 합하면 1000만명 넘는 노동자가 비노조 상태에 있습니다. 조직화된 노동자가 배제당하고 차별당하고 고통당하는 밑바닥 노동자 위해 나서야 합니다. 한국사회 재벌개혁 노동자가 나서야 합니다. 노동자의 위기극복은 연대투쟁 뿐입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석방후 "브라질에서 초청하여 다녀왔다"며 그곳은 노동자가 네차례나 집권한 곳이라며 "우리도 노동계급을 하나로 묶어 정치집권을 해야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노동탄압 방법은 국제 특허품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여러 노동문제 현안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조계사에 있을 당시 이야기가 궁금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 하나를 잡으려고 경찰이 총출동 했었습니다. 누가 조직해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한날 떡대같은 건장한 청년들이 15명이나 나를 잡아가려고 들이닥쳤습니다. 팔뚝에 문신있는 사람들 아시죠? 당시 정권은 나를 수괴로 몰았습니다. 그들의 스토리는 나를 잡아족쳐 초죽음 시킨다음 피투성이된 채 질질 끌려나오는 장면을 연출하려 했던거 같읍디다. 저는 온힘을 다해 몸부림 쳤습니다. 저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그렇게 끌려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력을 다해 그들과 몸싸움후 그들이 물러가고 보니 옷이 갈기갈기 찢기고 속옷만 입은 상태였고 온몸은 피투성이 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이 보란듯이 반전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날이 밝고 수많은 기자를 불러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당시 정권의 노동개악에 대해 구구절절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당하게 잡혀갔었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노동자들이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그는 다음 약속이 있다면서 서둘러 강연장을 떠났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에게 당부한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동지들, 노동자로 살기위해 절대로 투항은 하지 맙시다. 패배하면 다시 일어설수 있지만 투항하면 다시는 일어설수 없어집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걸어온 길
1962년생으로 전남 나주가 고향
1985년 쌍용자동차 직원
1987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설립 추진위원장
2008년 쌍용자동차 지부장 당선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2646명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
2009년 5월 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 점거파업
2012년 8월 3년 구속후 만기출소
2012년 11월 ~ 2013년 5월 평택공장 인근 30미터 송전탑 고공농성 171일
2014년 쌍용차 노동조합 지도위원
2015년 1월 ~ 2017년 12월 제 8기 민주노총 위원장
'박근혜 정부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2015년 4월 24일 노동개악저지 총파업
2015년 5월 1일 노동절 집회
2015년 9월 23일 노동개악저지 총파업
2015년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11대 요구안 채택)
2015년 11월 16일 수배피해 조계사로 피신
2015년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2015년 12월 10일 10시경 기자회견후 조계사에서 나온뒤 구속
2015년 12월 19일 3차 민중총궐기. 한상균 구속영장 발부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2015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11대 요구안 >
1.일자리노동 :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중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모든 서민의 사회안전망 강화
2.재벌책임강화 :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등 재벌 사용자 책임
3.농업 : 밥쌀 수입 저지, TPP 반대, 쌀 및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4.민생빈곤 : 노점 단속 중단, 순환식 개발 시행,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5.민주주의 : 공안탄압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 양심수 석방, 역사왜곡 중단,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
6.인권 :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차별 및 혐오 중단, 국가인권위 독립성 확보, 정부 및 지자체 반인권행보 중단
7.자주평화 : 대북 적대정책 폐기, 남북관계 개선, 5.24조치 해제, 민간교류보장, 한반도 싸드 배치 반대, 한미일삼각군사동맹 중단, 일본의 군국주의 무장화 반대
8.청년학생 : 청년 좋은 일자리 창출 요구, 대학구조조정 반대
9.세월호 : 세월호 온전한 인양,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안전사회건설
10.생태환경 :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계획 폐기, 신규원전 건설 저지, 노후원전 폐기
11.사회공공성 : 의료, 철도, 가스, 물 민영화 중단, 제주 영리병원 추진 중단, 공공의료 확충

태그:#한상균, #박근혜 노동탄압, #쌍용자동차, #노동존중, #노동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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