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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꿈에 취해 가상화폐에 손을 대기 시작한 지 1년, 생애 처음으로 사기를 당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퓨어빗'이라는 거래소에서 판매한 '퓨어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지난 7일 6.5이더리움(약 158만 원)을 이 거래소 이더리움 지갑 주소로 보냈다.

퓨어빗은 퓨어코인을 이달 30일 개 당 1원에 판매할 것이라며 지난 5일부터 사전 판매했다. 사전 판매 가격은 개 당 0.5원. "미리 사기만 하면 두 배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멘트가 뒤따랐다. 

그러나 퓨어빗은 9일 오후 5시 사전판매분 75억 개가 완판되자마자 사이트를 폐쇄하고 운영하던 카카오톡 공식 고객센터와 단체 카톡방도 날려버린 뒤 잠적했다. 수백 명이 1만7천 이더리움(약 40억 원)을 보낸 뒤였다. 그리고 지금도 이더리움 지갑의 개설을 반복하며 코인을 분산, 자금세탁하고 있다.
 
(좌) 퓨어빗은 사전구매 시 0.5원, 0.8원에 퓨어코인을 판매하고 상장 가격은 1원이라고 홍보했다. (우) 해당 주소로 6.5이더리움(158만 원 가량)을 송금한 내역
 (좌) 퓨어빗은 사전구매 시 0.5원, 0.8원에 퓨어코인을 판매하고 상장 가격은 1원이라고 홍보했다. (우) 해당 주소로 6.5이더리움(158만 원 가량)을 송금한 내역
ⓒ 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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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많은 거래소 코인들은 판매 직후 수배에서 수십 배 폭등하며 사전구매자들에게 달콤한 이익을 안겨다 줬다. 코인제스트의 '코즈'는 100원에서 9000원까지, 캐셔레스트의 '캡'은 0.1원에서 2.35원까지 몇십배 뻥튀기됐다. 

거래소 코인이 이렇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었던 것은 코인 보유 비율에 따라 거래소 수익을 배당하는 전략을 취하며 거래소의 성패와 코인의 성공여부를 거래소들이 직결시켜 왔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대로 현재 수백 개의 가상화폐가 있지만 이중에 실용화된 것은 전무하고 투자자들도 대개 코인의 실용화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그에 반해 거래소 코인은 거래소 영업이익을 나누며 '자사주 배당'과 같은 추가이익을 공유하기에 그나마 투자가치가 높다고 알려져 미리 살수록 큰 이익을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사기꾼들은 이 점을 노려 수백 명의 '사이트 피싱' 피해자를 양성했다. 거래소 사이트 자체를 날려버린 사기 행각은 가상화폐 시장 이전에는 없었던 일로 많은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일부 투자자는 수억 원대의 자금이나 대출금을 투입한 것으로도 알려져 현재 많은 이들이 공황에 빠져 있다.
 
(좌) 퓨어코인 사전판매가 끝난 직후 퓨어빗 운영자들이 단체카톡방 인원들을 강퇴시키는 모습 (우) 퓨어빗이 이더리움을 보낸 한 지갑주소에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좌) 퓨어코인 사전판매가 끝난 직후 퓨어빗 운영자들이 단체카톡방 인원들을 강퇴시키는 모습 (우) 퓨어빗이 이더리움을 보낸 한 지갑주소에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 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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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투자든 이는 본인의 판단이다. 투자로 인해 이익을 보든 손실을 보든 오로지 개인의 책임이기도 하다. 나도 지난해 말부터 꽤나 큰 이익과, 또 큰 손실을 반복하며 그 누구도 탓한 적이 없다. 능력 없음, 많지 않은 급여, 이젠 서른이 넘었으니 돈 모아서 전세집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오늘의 뼈 저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자료를 준비해 경찰에 신고하고 수백 명에게 사기를 친 용의자는 응당한 벌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조서를 쓰고 갖가지 번거로운 일과 경제적인 난감함에 처하며, 능력도 깜도 안 되면서 욕심을 부린 벌을 앞으로도 쓰디쓰게 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움은 뒤따른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버블'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뒤로 각종 법률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정부나 여당, 야당의 당시 안도 제대로 입법화된 게 하나도 없다.

그러는 사이 11월 한 달에만 수십 개의 거래소가 오픈 예정일 정도로 통신판매업만 등록하고 거래소를 오픈하겠다는 업체들이 숱하게 난립한다. 코인 또한 코드만 복사하면 쉽게 만들 수 있기에 그럴듯한 말로 사업계획서 하나만 올려놓은 온갖 코인이 오늘도 천차만별로 발행되고 있다. 

정부를 탓하는 건 아니지만, 제발 최소한의 규제나 검증장치라도 만들어서 다시는 이렇게 돈 잃지 않게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본다.

태그:#가상화폐, #암호화폐, #거래소, #퓨어코인,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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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우진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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