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툴리> 공식 포스터.

영화 <툴리> 공식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간절히 바라 얻은 아이든, 예상치 못해 생긴 아이든, 임신과 출산은 엄마에게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건강, 커리어, 시간, 여유, 그리고 나 자신까지. 영화 <툴리>는 그런 엄마의 하루하루를 가장 리얼하게 담아냈다.  

신발 하나 제대로 못 찾는 딸, 남들과 조금 다른 아들, 갓 태어나 밤낮없이 우는 막내. 마를로(샤를리즈 테론 분)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하지만 남편 드류(론 리빙스턴 분)는 해주는 일이 거의 없다. 퇴근 후 돌아와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잠시 숙제를 보아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끝낸다. 아내가 육아 전쟁 중인 동안에도, 매일 밤 침대에 앉아 좀비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일터의 스트레스를 푼다. 

부유한 오빠 크레이그(마크 듀플라스 분)는 이런 동생을 위해 야간 보모를 고용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마를로는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는다. 계모에게 자란 자신의 애정 결핍을, 아이들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마를로는 결국 야간 보모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그렇게 찾아온 야간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 분). 툴리는 "아이만이 아니다. 당신을 돌보러 왔다"고 말한다. 툴리의 도움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돌아보며 자신을 찾아가는 마를로.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 <툴리> 스틸 사진.

영화 <툴리> 스틸 사진. ⓒ 리틀빅픽처스

 
영화가 그리는 마를로의 육아 전쟁은 다큐멘터리급이다. <툴리>를 만든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과 디아블로 코디 작가는 더 생생한 육아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아이를 갓 출산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고. 유축기를 달고 넋 놓고 앉아있는 마를로의 표정, 열심히 수축한 모유를 식탁 위에 쏟는 장면, 핸드폰을 아기 얼굴 위로 떨어뜨리고 경악하는 장면 등은 모두 엄마들의 답변을 발전시킨 것이다.  

특히 야간 보모의 도움으로 삶의 여유를 되찾은 마를로의 이야기는, 디아블로 코디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극 중 마를로처럼 세 번째 아이를 출산한 뒤 산후 우울증에 고생하던 코디 작가는, 당시 미국 워킹맘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야간 보모 서비스를 받게 된다. 밤사이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가 마치 구세주처럼 느껴졌다고. 보모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자신감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영화 <툴리> 스틸 사진.

영화 <툴리> 스틸 사진. ⓒ 리틀빅픽처스

 
<툴리>의 진솔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는, 엄마인 샤를리즈 테론의 마음도 붙들었다. 샤를리즈 테론은 <툴리>의 스토리에 반해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맡았는데, 마를로 역을 위해 22kg을 찌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샤를리즈 테론을 마를로로 만든 건, 그저 잔뜩 늘어난 뱃살만이 아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지칠 대로 지친 표정과 행동, 눈빛으로 마를로의 상태와 심경을 표현했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해도, 마를로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연기다. 

마를로와 함께 툴리의 말에 위로 받고, 마를로의 자조 섞인 한탄에 툴리와 함께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다가오는 묵직한 결말. 둘이 나눈 교감과 대화를 곱씹다보면 절로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렇게 극장을 나서면 처진 뱃살과 힘없는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마를로가, 탄탄한 근육과 강렬한 눈빛으로 사막을 누비던 퓨리오사 못잖은 전사처럼 느껴질 것이다. 22일 개봉.  

한 줄 평: 독박 육아는 퓨리오사도 지치게 만든다.     
별점: ★★★★ (4/5)

 
영화 <툴리> 관련 정보

제목 : 툴리 (Tully) 
감독 : 제이슨 라이트맨
출연 : 샤를리즈 테론, 맥켄지 데이비스 외
제공 : (주) 콘텐츠판다
배급 : 리틀빅픽처스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95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11월 22일
 
툴리 샤를리즈 테론 맥켄지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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