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의 주요 출연자들을 살펴보면 방송이 아닌, 다른 분야에 몸 담고 있던 이들이 깜짝 활약을 펼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 한 분야가 바로 스포츠다. 이 설명이 필요 없는 강호동(씨름)을 비롯해서 서장훈(농구), 안정환(축구) 등은 지상파와 케이블을 종횡무진하며 예능의 핵심 역할을 도맡고 있다.

최근 또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낯선 영역에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격투기(UFC) 선수 김동현이다.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로 첫 고정 예능 입문
 
 소위 '생고생 버라이어티'로 주목 받았던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를 계기로 김동현은 점차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의 숫자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방송 화면 캡처)

소위 '생고생 버라이어티'로 주목 받았던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를 계기로 김동현은 점차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의 숫자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방송 화면 캡처) ⓒ CJ ENM

  
'파이터'로서 김동현은 가볍게 넘길 경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10승 고지에 오를 만큼 웰터급 강자로 맹위를 떨쳤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해 6월 경기 패배 이후 부상, 결혼, 방송 활동 등으로 인해 선수로선 휴식기를 갖고 있지만 아직 그는 현역 선수다.

그동안 주로 예능 프로그램의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김동현이 본격적으로 고정 출연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총 3시즌으로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렛츠고 시간탐험대>부터 였다.

역사 속 선조들의 생활을 체험해본다는 기본 취지, 각종 B급 유머가 난무하는 '생고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의외의 활약을 펼친 출연자가 김동현이었다. 장사, 허당, 뺀질거림 등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준 김동현은 장동민, 유상무 등 기존 예능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확실한 자기 영역을 마련해냈다. 이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진짜 사나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대 이상의 웃음을 선사했다.

<놀라운 토요일> <대탈출>로 확실한 자리매김
 
 tvN <놀라운 토요일>의 한 장면. 이 프로에서 김동현은 매번 우스꽝스런 분장을 마다하지 않고 웃음을 선사한다.

tvN <놀라운 토요일>의 한 장면. 이 프로에서 김동현은 매번 우스꽝스런 분장을 마다하지 않고 웃음을 선사한다. ⓒ CJ ENM

 
올해 들어 '예능인' 김동현의 활약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쟁쟁한 지상파 예능과의 경쟁에서 선전 중인 tvN <놀라운 토요일>, 지난 9월 종영한 tvN <대탈출> 등을 통해 한층 더 물오른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 가사 맞추기'가 중심을 이루는 <놀라운 토요일>에서 김동현은 각종 우스꽝스런 분장을 마다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1등과 최하위를 번갈아 할 만큼 프로그램 속 성적의 기복이 크다는 점도 김동현의 허술한 캐릭터에 힘을 보탠다. 신동엽, 박나래, 문세윤 등 쟁쟁한 예능 선배들과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웃음을 뽑아내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추리 탈출 예능 <대탈출>은 김동현 특유의 예능 속 '허당+겁쟁이' 이미지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운동 선수 대선배인 강호동, 재간꾼 유병재에게 구박도 많이 받지만 김동현은 특유의 뻔뻔한 모습과 밉지 않은 변명으로 프로그램 속 윤활유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E채널 <스타야유회 놀벤저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모두하우스> 등 웬만한 전업 방송인 이상의 다작 출연으로 새롭게 자신의 전성기를 만들고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운동 선수들의 예능 도전
 
 tvN <대탈출>의 한 장면. 김동현의 예능 프로그램 안착은 예능에 뒤늦게 도전하는 타 분야 중사자들에겐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 하다.

tvN <대탈출>의 한 장면. 김동현의 예능 프로그램 안착은 예능에 뒤늦게 도전하는 타 분야 중사자들에겐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 하다. ⓒ CJ ENM

 
1990년대 천하장사 강호동의 성공은 이후 운동 선수들의 방송계 입문에 불을 지폈다. 씨름선수였던 박광덕을 비롯해서 강병규(프로야구), 김동성(쇼트트랙), 최현호(핸드볼), 이천수(축구) 등 수많은 은퇴 선수들이 각종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SBS <백년손님 자기야> 등 중장년층 대상의 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이만기 교수(씨름), 한때 MC로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불미스런 일로 방송가에서 사라진 강병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반짝 활약에 그치며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운동을 제외하곤 특별한 자신만의 장기가 없었기 때문에 단발성 웃음 유발 말곤 더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서장훈, 안정환 등은 당초 예상을 뛰어 넘으며 성공적인 예능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치열한 경쟁 속 방송 예능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화술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선수 시절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방송을 통해 비췄으며 무엇보다 자신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빠른 시간 내에 만들었다.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출연진 또한 본인만의 특징이 있어야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예능계다. 이들은 '투덜이', '겁쟁이' 혹은 '땅부자' 같은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냈다. '천하장사' 이만기는 <백년손님>에서 농사일에 서투른 모습 때문에 장인, 장모님께 구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매번 투덜대지만 결코 밉지 않은 사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르신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동현의 성공적 예능 안착은 은퇴 선수 뿐만 아니라 새롭게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다른 분야 종사자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김동현은 '파이터'라는 직업 특성상 거칠고 무서울 것 같았던 고정관념과는 180도 다른 허술함을 보여줬으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동네 형, 오빠 같은 이미지를 마련했다. 그가 손쉽게 예능 속에 녹아 들어간 비결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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