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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가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여전하다.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여러 방면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청와대는 지난 11일 북한에 송이버섯 답례품으로 제주 감귤 200t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GP 철수 등 남북 간 합의는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현재 남북미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듣기 위해 북한 전문 기자인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북한, 국제사회의 '원인 제공자' 시각 해소할 조치 취해야"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금철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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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만 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열릴 거라는 전망이 많았어요. 그러나 현재 연내 열릴지 장담할 수 없게 됐어요. 내년 초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것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비핵화 관련한 지금 상황이 교착국면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미 간 협상이 여기까지 오도록 한 동력은 북미 양 정상이 관여해서 방향을 제시하고 결정적인 국면 때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 덕분이었죠. 때문에 현재 같은 정체국면에서도 톱다운 방식에 의존해야 하는지 아니면 실무레벨에서 풀어나가야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 그동안의 톱다운 방식은 여기까지 오게 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지금 교착국면에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교착국면을 풀어나갈 '모멘텀(계기)'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실무차원이나 고위급 차원에서도 획기적으로 진도가 나가야 하고 그럴 수 있다는 전제로 북미 간의 접촉과 협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간 교착 관계를 풀기 위한 거였는데 무의미했나요?
"북미 간 이렇게 교착국면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이 과연 의미가 있었나라는 물음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못지않게 북미 정상회담의 동력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의미가 있고 결국 북미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의미가 있다고 말이죠.

최근 남북 간 군사 합의를 유엔사령부가 지지한다고 발표했고 남북 군사 당국은 물론 유엔사가 3자회담 형태로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어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었죠. 과거에는 한미 양국이 한자리에 앉고 맞은편에 북한이 앉았는데 이제 삼각형의 테이블에 남북군사 당국과 미군으로 구성된 유엔사 관계자들이 앉아 긴장 완화를 논의하는 현 모습을 잘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회담이 급물살 타고 금방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렇게 교착에 빠진 원인은 뭘까요?
"일단 북미 양측의 국내정치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라는 국내 일정에 우선순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요, 북한의 경우 비핵화를 추진하고 현 상황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좌고우면'했던 분위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북미 간 회담을 좌우하는 요소들 가운데 이런 국내정치적 요인들이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 지난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는데 중간선거 결과는 어떻게 보세요?
"일단 중간선거 결과는 예측대로죠. 중요한 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건지인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로선 북핵 문제와 비핵화 이슈가 미국 대외정책 우선순위 가운데 첫 번째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올해 중간선거가 있기 두세 달 전까지는 비핵화 문제와 북미 관계가 미국 대외정책 우선순위 3위 안에 있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 8월 이후로는 아시다시피 미·중 간의 무역전쟁, 대 러시아 문제, 이란 제재 문제, 시리아 사태, 난민 문제, 사우디 언론인 피살 등 여러 주요 이슈들이 연이어 대두됐었죠. 이런 과정에서 북미 간 현안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지금 교착국면을 남북미 3자의 관계에서 어느 누구의 일방 책임이라고 보고 우리 역할을 자조적으로 보는 시각은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뭔가가 필요하죠."

-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뭔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뭔가는 뭔가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포함되는 것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당장은 북한의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발사장 관련 조치, 미군 유해 송환 등을 자신들의 선의 조치로 여기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없었다고 얘기하거나 비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국제사회 전반에서 북한을 '원인 제공자'로 보는 시각이 훨씬 우세한 상황에서 비핵화와 연동된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조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이런 조치에 따라 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과 별개로, 북핵 문제는 이미 세계적인 이슈가 돼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획기적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북한이 선제적으로 취한 긍정적인 조치들도 폄훼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시간이 누구 편이냐 여부를 떠나 비핵화 협상 자체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 그러나 북한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을까요? 북한이 풍계리를 폐기했으니 미국도 내놓는 게 있어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내정치이든 국제관계이든 '상징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북한이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해온 조치들은 상징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 역시 한국 정부와 협의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함으로써 충분히 상징화 조치를 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현재 그렇게 얘기하고 있고 미국 조야에서도 훈련 연기는 너무 많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북한이 아무리 '미국의 압살 책동에 맞서기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개발했다'라고 말해도 '비확산 체제의 위협자'로 또 '원인 제공자'로 국제사회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국가로서 갖고 있는 합리적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고민의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행동할 시점에 행동이 늦어지고 상대방이 가진 패를 확인하려고만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지금과 같은 결정적인 역사적 국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 예정되었던 8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회담이 취소됐잖아요. 비핵화와 체제 보장 협상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이게 협상 과정에서 줄다리기일까요 아니면 판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
"이분법적으로 답을 하자면 줄다리기로 북미 양자 모두 서로에게 더 나은 조건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색과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 안 됩니다. 미국과 북한은 모두 서로의 타임스케줄을 분명하게 제시할 시점에 왔다고 봅니다. 북한은 비핵화의 일정표를, 미국은 비핵화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의 일정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그럼 언제쯤 재개될 것으로 보세요?
"그건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조건이 중요하고 서로의 신뢰를 획득해 나갈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단계는 지났고, 쟁점 사안은 정상 간에 담판으로 결정하자며 핵심 사안을 넘기는 상황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반드시 세계가 인정하는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가 제시한 정황과 증거에 의문"

- 최근 <뉴욕타임스> CSIS 인용 기사, 북한이 미공개 미사일 기지가 있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저도 <뉴욕타임스> 기사를 접하고 놀랐습니다. 신뢰도가 높은 정론지인데 3월 위성사진을 게재했고 취재원들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려웠다 하더라도 단순히 '미국 관료들'이라고 했습니다. 일단 제시된 정황과 증거들에도 의문이 생겼습니다. 데이비드 생어 등 그동안 신뢰감이 높았던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했는데 이번 기사는 매우 당혹스러운 기사였다고 봅니다.

물론 최신의 추가적인 정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사 자체의 파장이 큰 점을 감안하면 전문기사로서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 KBS가 팩트체크 형식의 기사를 내보낸 것입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못을 박았는데 가짜뉴스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동안의 <뉴욕타임스> 명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내용이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기사에서 지적한 장소는 지난 2016년에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노출된 시설이었고 그 당시 기사도 나왔었습니다. 한미 군 당국도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를 이미 한 적이 있었던 만큼 저희로선 그 기사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보일까요? 아니면 의도가 있는 걸까요?
"현재 미국에서 북한을 보는 그룹을 3개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백악관 그룹, 국무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대북전문가 그룹, 그리고 언론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3개의 그룹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 그룹들이 서로 공통의 이해와 견해를 같이하는 것도 있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전략적 의미부여가 각각 다른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따라서 <뉴욕타임스> 기사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고요. 따라서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현재 핵 문제를 바라보고 풀어나가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 미국은 한국 정부가 앞서 나가는 걸 불편해하는 거 같아요. 그러나 한편에선 미국이 북한 경제 이권을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시장이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제어하려고 한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실제 북한의 자원은 풍부하지만, 아직 정확한 정보가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채굴이나 제련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자원개발은 사실 현 단계에서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북미 관계도 풀어야 하고 한미 관계도 발전시켜야 하는데 막혀있는 상황이잖아요. 북한이나 남북관계를 위해서 '가자.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비핵화는 물론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전쟁의 공포가 없는 토대를 마련하고 북한 스스로도 경제발전을 이루고 번영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라고 얘기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미국에 대해서도 '세계전략을 다루는 미국에 한반도 문제가 제1순위가 아니란 것 안다. 하지만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북한이 잔뜩 움츠렸던 상황에서 여기까지 왔다. 미국도 비핵화의 일정표와 리스트를 요구한다면 미국도 비핵화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의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체제생존이 북한의 입장에서 1순위인데 제재 완화 문제는 얘기하지 말고 비핵화로 일단 먼저 나오라고 한다면 협상은 진전될 수 없을 것입니다."

-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답방하겠다고 했는데 가능할까요?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하지만 가능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답방 자체에 너무 집중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답방을 성사시키는 데 너무나 많은 불필요한 에너지가 들어갈 것이라고 봅니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스스로도 부담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설득하는 노력과 에너지가 클 수 있습니다. 여건이 성숙하지 않다면 남북이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교착상태의 비핵화 국면에서 진일보한 조치들을 북한과 미국이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는 게 순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종전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계됐을 것 같은데 종전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은 언제쯤 될 것 같은가요?
"저는 종전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이 연계됐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종전선언이 되려면 최소한 남북미 3자가 모여야 합니다. 미국은 일단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리스트와 일정표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고 북한도 제재 완화에 대한 리스트와 일정표를 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현재로선 종전선언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하긴 어렵지만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우선순위에서는 밀리는 것 같습니다. 종전선언은 사실 어떤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잖아요. 실질적이고 내용적 측면의 종전을 위한 노력은 현재 남북관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여기에 집착하느라 에너지를 소진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지난 11일 청와대가 정상회담 송이버섯 답례품으로 제주 감귤 200t을 보낸 것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같은 경우 자신의 페이스북에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 있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라는 글을 올렸고 청와대는 아니라고 얘기하는 대북 제재 위반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아요.
"북한에 귤을 보내는 비용이 3억~4억 원 된다고 들었는데 이걸 가지고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한다든가 비난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격과 국제사회 위상을 고려할 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로 우리 국력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모든 행위 하나하나를 제재와 연계시켜 따지면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기 힘들 것입니다. 북한이 송이버섯 보내준 데 대한 답례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 문제를 논의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문제 논의하기에 적절한 이벤트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대승적으로 봐야 할 때입니다."

태그:#금철영, #북핵,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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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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