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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안희정 사건 항소심 대응 기자회견이 열렸다.
 2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안희정 사건 항소심 대응 기자회견이 열렸다.
ⓒ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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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은 공론화 이후 본인이 직접 모든 분께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피고인 안희정은 법정에서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반드시 피고인 안희정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항소심을 앞두고 "법원이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를 진행했다. 지난 1심 판결을 비판하면서 항소심만큼은 재판부가 피해자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1심 재판부가 법리 오해, 사실오인, 성인지 감수성 부재 등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바로잡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8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인 '위력'이 존재한다고는 인정하면서도 범행 직후 피해자의 태도를 의심해 간음·추행 과정에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의 처벌 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 성폭력이라고 볼 수 없다"라면서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했다(관련기사: "위력 행사 없었다" 안희정 비서 성폭행 혐의 무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변호인 정혜선씨는 "얼마 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지 말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해당 사건에서 '내가 죽어야 내 말을 믿어줄까'라는 피해자 절규를 기억해야 한다"라며 "피해자를 더 잃을 순 없다. 항소심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며 향후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진술을 믿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조직폭력단체 조직원인 남편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A씨는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오자 남편과 동반 자살을 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또한 강간 혐의를 무죄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되며 성범죄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다운 피해자는 없다"
 
답변 없이 법정 향하는 안희정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7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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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는 1심이 '피해자다움'에 집중해 어긋난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100페이지가 넘는 판결문은 위력에 대한 좁은 해석과 더불어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해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수차례 반복한다. 피해자다운 피해자는 없다"라며 "성폭력 사건에 있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전형적인 통념을 반복했다. 피해자가 어떤 구조에 위치했고, 권력관계 구조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가 수사과정부터 재판까지 구체적이고 일관적으로 번복 없이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는 걸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라며 "안 지사는 죄송하다고 했으나 법정에서는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로 말을 바꿨다. 1심 재판부는 어떤 질문도 피고인에게 하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반드시 안 전 지사에게 질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한 2차 피해도 컸다고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첫 공판보도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사생활 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자료인 피해자의 산부인과 의료기록이 언론에 노출됐다는 것"이라며 "법정에서 언급됐다는 이유로 온통 의료기록 이야기로 도배됐다. '아수라장' 같았던 재판보도가 다시 시작될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혜경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또한 "2차 피해에 대한 예방책 없이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용기 내서 대응하기는 어렵다"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소송지휘를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이달 2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의 심리로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1심에서는 변호인단 3명이 대응했는데 2심 재판에서는 9명으로 늘었다. 항소심에서는 법률적 대응을 비롯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등 대중운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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