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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이재준 고양시장.
 지난 10월 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이재준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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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져가고, 공공시설이나 문화·복지 시설, 도서관과 주차장 등 주민들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 건립 비용은 105만 고양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최근 이같은 LH(사장 박상우) 공공택지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공공택지를 개발하면서 개발 이익은 고스란히 LH에서 챙기고, 공공·기반 시설 재정 부담은 오롯이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건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고양시에서는 현재 LH가 시행자인 6개의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삼송 택지개발사업과 향동·지축·장항·원흥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그리고 덕은 도시개발사업 등이다. 2021년 12월에 마무리될 예정인 장항 공공주택지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년 9~12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2만 5613세대가 수용될 삼송지구를 포함해 전체 약 7만세대 규모의 대형 개발사업이다.

공공시설도 무상귀속 대상 아니면 재정 부담은 지자체의 몫

고양시가 삼송·원흥·향동 지구 안에 들어설 예정인 35곳 공공시설 용지를 예정대로 매입한다면 LH에 지불해야 하는 토지 비용만 4044억 원에 이른다. 이는 순수한 토지 매입 비용으로 건축 비용 등까지 고려한다면 이 비용의 두 배 이상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지축·장항·덕은 지구에 들어설 17곳의 공공시설 용지와 건축비까지 더한다면 고양시의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이들 택지개발지구 안에 들어설 예정이면서 고양시가 전적으로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공공시설 용지의 용도는 공공청사, 동행정복지센터와 지구대 등 업무시설, 아동·노인 등 사회복지시설, 박물관·공연장 등 문화시설, 동행정복지센터·보건소·공공도서관·공연장 등 커뮤니티센터, 주민체육시설, 공영차고지 등이다. 

물론 택지개발기구 안에 들어설 모든 공공시설 용지와 건축비를 해당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시행령 제4조에 보면 무상귀속 대상이 정해져 있다.

이 시행령에 따라 도로·철도·행정청이나 광장·공원·공공녹지, 그리고 하천·저수지·방수시설 등은 지자체에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공공시설이라고 하더라도 무상귀속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으면 재정 부담은 지자체 몫이 된다.
 
고양시에서는 현재 LH가 시행자인 6개의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삼송 택지개발사업과 향동·지축·장항·원흥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그리고 덕은 도시개발사업 등이다.
 고양시에서는 현재 LH가 시행자인 6개의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삼송 택지개발사업과 향동·지축·장항·원흥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그리고 덕은 도시개발사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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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시장은 "기존에 있던 공공청사까지 지자체에 비싼 값에 매입하라고 하는 LH의 행태는 서민을 위한 양질의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공공개발의 당초 취지를 무시한 채 땅장사를 하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뿐만 아니라 택지개발지구 안의 문화·복지시설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정작 분양 후에는 필요하면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해서 직접 지으라는 '나 몰라라' 식의 개발 방식은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양시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 안에 있는 효자동 행정복지센터의 경우 기존 시설의 손실보상비가 약 28억 원인데 반해, 새로 매입하는 토지와 건축비가 약 1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재정은 국민들이 낸 세금"이라며 "신축되는 행정복지센터가 기존의 2배 규모라는 점을 감안해도 손실보상비의 4배 이상 되는 신규투자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민·관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유발시키는 고질적인 집단민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송지구 5500여 명의 주민들이 여러 해 동안 방치된 문화·복지시설 부지를 조속히 매입해 개발해 것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고양시에 제기했다.

그러나 부지 매입비용만 수백억 원이 넘고, 건축비용까지 포함하면 수천억 원에 이르다 보니 시의 재정 여건으로는 주민들의 요구를 선뜻 해결해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꼴로,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3기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알려졌던 고양시 원흥지구 일원의 LH 개발계획 도면이 사전에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 지역은 신도시 지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원흥지구는) 3기 신도시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곳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허술한 정보 보안 관리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고양시에서는 현재 LH가 시행자인 6개의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삼송 택지개발사업과 향동·지축·장항·원흥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그리고 덕은 도시개발사업 등이다.
 고양시에서는 현재 LH가 시행자인 6개의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삼송 택지개발사업과 향동·지축·장항·원흥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그리고 덕은 도시개발사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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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양시의 비판과 지적에 대해 LH 홍보실 한 관계자는 "택지개발지구 안 공공시설 비용 부담에 대해 해당 지자체로서는 문제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면서 "그러나 LH에서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임대주택 건설과 공공기관 가운데 학교시설에 대한 투자"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법이 바뀌어 학교 부지는 전액 무상으로 제공하고, 수도권에서는 학교 건립 비용의 일부도 분담하고 있다"며 "공공시설 부지 비용도 지자체와 협의해 일부 비용을 LH가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의 요구 조건에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발생하는 문제일텐데, 법률 규정밖의 일이어서 LH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는 이같은 LH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LH의 공공택지개발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민들의 고통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LH는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LH의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될 경우 향후 경기도 31개 시장·군수와 연대해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공공택지개발, #LH, #고양시, #공공시설, #국토계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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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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