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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교육에서 더 큰 개혁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본다. 2019년부터는 확실히 그 점(공정성과 투명성)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이뤘다는 평가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기 전에 내놓은 모두발언이다(관련기사 : 업무보고 교육부... 문 대통령 "국민의 평가가 후하지 않다").

법제화, 학생회와 학부모회는 하고 왜 교직원회는 쏙 뺐나?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11일 오후 대통령 업무보고 뒤 기자들 앞에서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11일 오후 대통령 업무보고 뒤 기자들 앞에서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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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은혜 장관의 업무보고 뼈대도 교육의 공정성과 투명성이었다.

그런데 이번 업무보고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교육을 맡아야 할 당사자인 '선생님' 내용이 거의 사라졌다. A4 용지 19쪽에 이르는 교육부 업무보고서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 전문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 참여 확대를 통한 학교 운영의 투명성 제고' 항목에서 "학부모회와 학생회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학부모회는 시도의회의 조례제정 확산을 지원하고, 학생회는 초중등교육법을 내년 안에 고쳐 법적 기구로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 학부모와 함께 학교 3주체를 이루는 교직원에 대한 내용은 없다. 교직원회 법제화 내용이 업무보고 내용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교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직접 담당할 내부 1차 문제 제기자인 교사와 직원들의 참여권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넣지 않은 것이다. 다만 '교직원회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선언적 글귀만 들어가 있다. 기존 임의기구인 교직원회의를 일단 그대로 놔두겠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교직원회의 결정 내용은 법적으로는 어떤 효력도 없다. 열어도 되고, 열지 않아도 되는 임의기구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운영과 예산 사용 등등에서 '교장의 독주'가 문제가 되어왔다. 이는 사립학교에서 그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다. 이에 따라 교육시민단체에서는 수십 년전부터 학교 관리자와 재단을 독주를 견제하고 학교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교직원회와 학생회, 학부모회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요구해왔다.

교육부는 학교운영위를 강화하기 위해 "학생, 학부모가 안건을 제안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서도 교사와 학교직원의 안건 제안 방안은 빠져 있다.

교육부 "교직원회를 왜 뺐냐고? 부딪치는 것보다는..."

왜 교직원회의 법제화를 넣지 않았을까?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1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교사회 법제화라든지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를 넘어서서 교장도 같이하는 민주적인 운영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부분에 대해 폭넓게 접근하려는 것"이라면서 "교사회나 교직원회 법제화가 빠졌다고 해서 교사들의 어떤 기본적인 (자치) 흐름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곧바로 그렇게 (한국교총과) 부딪치는 구도로 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학교자치 일정 속에서 (학교의) 의사결정 민주화를 도출해 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교원 담당부서에서 한국교총 눈치를 보고 그러니까 교직원회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지 않은 것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장들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 한국교총은 그동안 '교직원회 법제화'에 반대해왔다.

한국교총을 뺀 상당수의 교원단체들은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는 교육의 3주체인데 교사회나 교직원회만 법제화에서 쏙 빼는 것은 교육부의 자치 흉내내기"라면서 "제왕적 교장을 견제하고 학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전문직 회의인 교직원회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대표는 "이번 교사회 법제화를 뺀 교육부의 처사야말로 교사 패싱의 정점이기 때문에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이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교사들을 주체로 세우는 내용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이는 올해 1월에 진행한 2018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혁신의 주체로서 교원 역량 강화" 내용이 한 영역을 차지했던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교육부의 이번 처사는 교사 패싱의 정점"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11일 논평에서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에는 교원에 대한 관심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교육의 시작과 끝은 선생님이기 때문에 교육부는 교사들의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답을 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사립교원도 교육공무원과 같은 징계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립재단이 교육부 또는 교육청의 교원 징계의결 요구를 무시하면 과태료도 부과한다. 시정, 변경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고발조치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내년에 사립학교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서다.

이는 최근 드러난 성적, 학사비리가 대부분 사립학교에 몰려 있는 사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상당수의 사립학교는 교육청의 교원 징계요구는 물론 시정 명령 등도 무시해왔다. 하지만 이를 제지할 법적 장치가 없었다.

또한 교육부는 유치원은 물론 초중고와 대학 감사 결과를 학교 이름까지 실명 공개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수 자녀나 배우자의 논문 공저자 등재를 막기 위해 연구비 지원 기관의 사전승인 의무화 방안도 내놨다.

민주적이고 비판적인 학교 문화 확산을 위해 (가칭)민주시민학교도 51개교를 뽑아서 운영한다. 민주시민교육을 전체 학교로 퍼뜨리려고 준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태그:#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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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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