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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세력들의 횡포와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은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각 지역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3호(겨울호)에서 특집으로 마련했다.  <기자말>

'지역사회 지배구조와 토호세력의 뿌리'에 관한 충청권 지역의 자세한 내막을 듣기 위해  '옥천전투'의 주인공을 찾았다. '옥천전투'는 안티조선(조선일보 반대)운동을 농촌마을에서 이끌어 성공시킨 <옥천신문> 오한흥(60)대표의 걸작으로 통한다.

1989년 <옥천신문> 창간 주역으로 편집국장을 거쳐 2002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그 후 여의도통신 대표, 충북민언련 공동대표 등도 역임했다. 오 대표는 '<조선일보> 없는 옥천'을 만들기 위해 안티조선운동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05년 신문사 대표 자리를 내놓고, 지역 언론계를 떠났다가 12년만인 지난해 신문사로 다시 돌아왔다.

옥천에서 부활한 '송건호 언론문화제'

뭔가 할 일이 더 있는 모양이다. 그가 돌아오자마자 안티조선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옥천에서는 언론문화제가 부활했다. 지난 9월 7일부터 이틀 간 '2018년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가 충북 옥천군 관성회관과 야외공연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게 된 데는 오 대표의 역할이 컸다. 
 
2018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 포스터
 2018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 포스터
ⓒ 송건호언론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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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자유언론 수호를 위해 애쓴 청암 송건호 선생(1927∼2001년)을 기리는 '청암 송건호 언론문화제'에서는 송건호 선생 미공개 사진전과 옥천 보도사진전, 옥천 언론인전, 한반도 평화와 청년을 주제로 한 시사만화전, 지역신문전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야외 공연장에서는 언론인과 정치인 등이 참여한 언론개혁 토크콘서트, 언론인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언론인 화합한마당이 펼쳐져 실로 언론문화제의 성지다운 면모를 보였다.

옥천군에선 <옥천신문>의 주최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언론문화제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2011년 이후 7년 만의 행사다. 행사 추진위원장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오 대표가 공동으로 맡았다. 오 대표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언론문화제를 꾸준히 진행하겠다"며 "언론 개혁을 원하는 언론인이라면 꼭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충북 옥천군은 김규홍 선생(독립운동가, 한중합작 잡지 향강 발행), 조동호 선생(독립운동가, 상해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 창간), 정지용 선생(시인, 경향신문 주필 역임), 송건호 선생(한겨레 초대 사장 및 회장)등 많은 언론인들이 배출된 곳이다.

이런 곳에도 토호가 존재하고 있을까? 토호가 있다면 주로 어떤 형태로 군림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오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이 인터뷰이지 이런 저런 대화를 장장 1시간 넘게 나누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간추려 정리한 내용이다.

- 지역에 어떤 행태로 토호세력들이 군림하고 있다고 보는지?
"어느 지역이나 오래전부터 토호는 있어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권력의 세력이 바로 토호세력들이다."

- 토호세력의 골 깊은 뿌리는 언제부터 형성됐다고 보는가?
"토호의 뿌리는 더와 덜의 차이일 뿐, 권력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형성돼 왔다고 본다. 특히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골 깊은 뿌리가 내려졌다고 보는데, 그 중심에는 늘 <조선일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안티조선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많이 배운 사람들이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을 진작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점이다. <조선일보> 바로보기 운동은 이웃사랑 실천운동 차원에서 필요하다. 상한 음식을 먹는 이웃에게 그 음식은 상한 것이니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곳 옥천은 인구 5만 명의 수구적인 지역이지만 <조선일보> 반대운동이 뿌리를 내리면서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토호권력과 언론들이 권력을 시민과 나누어야 한다는 데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옥천신문>의 유료부수는 급격히 늘고 대신 토호의 대변지, 특히 <조선일보>의 구독자 수는 급감하게 됐다"

- <조선일보>와 토호세력으로 인한 폐해가 있다면?
"<조선일보>는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을 위한 조약'이라고 보도했던 신문이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났다. 처음 안티조선운동을 시작할 무렵 <조선일보> 친일 행각을 알고 있는 주민이 적어도 2~5%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확인해보니 그 비율이 제로에 가까웠다. 친일 행각을 알려 주었더니 거의 대부분이 구독을 중지하겠다고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가 나쁘다고 백 마디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길거리에 쓰레기가 널려 있으면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고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있으면 구해야 하는 것처럼,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벌이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보고 실천했다. 이 점이 바로 토호세력의 뿌리를 뽑는 일과 같은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중요, 무관심이 가장 큰 병폐"
 
'옥천전투'의 주인공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옥천전투"의 주인공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 오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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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천전투의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는데 옥천전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떤 것인가?
"옥천전투는 공기(公器)로서의 언론을 공기(空氣)를 정화하는 마음으로 펼친 운동이다.  사람들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나는 안티조선 운동을 했고 내 삶에서 그 일만큼 성공을 이룬 일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 지역의 정치·행정·문화·재계·언론계 등에 이르기까지 장악하고 있는 토호세력의 특징은 가족 간 대물림 또는 상호간 혼맥관계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곳 지역의 실상은 어떤가?
"어느 곳이나 영역별로 토호는 존재한다. 절대 죽지 않는다. 없앤다는 것은 어렵다. 대신 그 권력을 시민과 나누어야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해결방법이 쉬워질 수 있다. 돈과 권력이 많은 곳일수록 그들의 기득권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폐해도 심각하다. 충청권보다도 인근 수도권과 충청을 둘러싼 호남권, 영남권의 토호세력 대물림과 권력의 독점으로 인한 횡포가 훨씬 심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지역도 골 깊은 토호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 전 사회적으로 적폐청산이 진행이 되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 특히 문화·언론·재벌들의 오랜 유착으로 청산작업은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대안이 있다면?
"옥천이 가능하면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적폐든 토호든 올바른 시민의식과 올바른 소통의 사회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옥천전투를 시작했을 당시 우려와 부정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참여가 점점 늘고 의식개혁이 확산되면서 옥천에서만큼은 <조선일보> 등 서울의 보수신문들이 다 합친 구독자수가 지역신문(옥천신문)을 넘지 못했다.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 지역사회의 적폐청산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며,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관심을 갖고 꾸준히 개혁하려는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무관심이 가장 큰 병폐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조용히 살려고만 한다면 토호세력은 더욱 기생하며 폐해를 만들 수 있다."

-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들이 지역현안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들이 지역의 토호세력들과 어떤 형태로 결탁되었다고 보는지?
"언론과 토호의 결탁은 지역에서 극약이나 마찬가지다. 극약도 적정량이면 약으로도 쓸 수 있지만 어느 지역이나 심각한 수준이다. 끊임없이 권력과 재력을 향한 토호들의 몸부림에 언론이 늘 중매 역할을 하거나 결탁해 권력과 재력을 함께 향유하려는 못된 습속이 문제다."

- 농촌에서 언론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선 집을 짓는 데 비유하자면, 언론은 그 집에 도는 기운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집을 잘 꾸며 놔도 못된 기운이 돌면 흉가가 될 것이다. 내가 한 일은 집, 바로 이 지역의 공기를 깨끗이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만을 하늘을 찔러 일찌감치 제도교육을 작파했지만 <옥천신문>을 만든 것도 안티조선운동을 펼친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면 변화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늘 지역 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며 독자는 늘리되 권력화는 지양하는 언론이 되도록 정진하겠다. 또한 옥천의 언론문화제를 전국의 명품 문화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옥천이 모든 언론인과 언론 지망생들이 꼭 다녀가기를 희망하는 곳, 언론 성지화로 발돋움 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인터뷰①]"새마을운동·바르게살기·자유총연맹 등 3대 관변단체, 대통령도 손 못대"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계간지 <사람과 언론> 발행인 겸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사람과 언론> 겨울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토호, #옥천신문, #오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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