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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부엌이야기
▲ 먹거리정의센터  / 마을부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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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와 서울시 공동 협치 사업인 마을부엌 시범사업이 지난 12월 초 종료 되었다.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모니터링, 참여자의 설문조사와 집단 토의의 자료를 근거로 마을부엌 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 본다. 참여자 후기인 셈이지만 객관적 분석자인 필자 역할을 고려할 때, 이글은 간략한 "중립적" 보고문이다.

1. "열정"의 발견

마을부엌 참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가장 인상적 느낌은 운영자의"열정"이다. 운영자들의 열정은 능력과 결합하여 프로그램 진행의 모든 과정에서 만족할만한 참여자 평가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모든 평가 자료에서 일관성 있게 확인할 수 있다.

운영자의 열정은 마을부엌 자체에 대한 특별한 관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동안 지역사회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경험의 산물로써, 지역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었던 숨어있는 공동체의 발견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마을부엌의 여러 활동들이 발굴되고, 나아가 운영자들의 네트워크와 협력이 강화되는 장이 마련된 것은 주요 성과의 하나이다. 또한 운영자의 열정과 능력을 발견함으로써 마을부엌의 발전 잠재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2. 새로운 참여자들

기존 마을부엌 참여자와 비교해 볼 때, 이번 마을부엌의 참여자는 계층과 세대의 면에서 훨씬 다양하다. 처음 마을부엌에 참여한 참여자가 3/4이며, 절반 정도는 마을부엌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참여자들이다. 특히 아동, 청년, 직장인, 어르신 분들은 대부분 이전에 마을부엌에 거의 접하지 못했던 분들이다.

어색함과 같은 흔히 말하는 진입 장벽이 없지 않았지만 이를 극복한 초보 참여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실감하는 효과에 있어서 경험자들에 뒤지지 않았다. 이들은 결식과 혼밥을 자주 경험하는 대표적인 먹거리 취약 계층이라는 점에서 마을부엌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먹거리 불안정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3. "힐링"의 새로운 길을 찾다

"먹기"는 단순한 생리적 활동을 넘어서서 먹는 사람에게 정체성을 부여한다. 과거에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맛과 냄새를 음미하는 통각적 섭취 과정을 통해서 만족 이후에도 위안을 얻고 치유에 이르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은 개인적이거나 혹은 집합적이다.

마을부엌 참여자들은 "조리 기술을 알게 되었다",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웃과 친해졌다" 등의 다양한 효과에 크게 만족하지만, 이것들의 총체적 효과는 나의 "힐링"이다. 그런데 마을부엌에서 힐링에 이르는 길은 보다 순차적이고, 집합적이며 결과적으로 총체적이다.

마을부엌의 활동은 먼저 식품과 영양에 대한 새로운 지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식자재를 손질하여 손수 식사를 준비하고, 지역주민과 같이 나누며, 종종 자신이 만든 먹거리를 다른 주민들에게 드린다. 이 같은 활동은 연쇄적으로 진행되며, 여러 활동들이 융합되어 효과가 발생한다.

이 과정은 학교에서의 텃밭체험 교육과정을 떠올린다. 학생들 스스로 텃밭을 일구고, 여기서 나온 식재료로 같이 조리하고,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며, 마을 어른들에게 음식을 드리기도 한다. 음식의 순환 과정을 포괄하며, 동료와 경험을 공유하는 아이들의 텃밭 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 그만큼 강한 효과를 가져 온다.

마을부엌 안에서의 다기한 활동들은 적어도 음식 만들기와 먹기를 연결하며, 음식으로 타인과 생각과 경험을 공유한다. 참여자들이 다양한 동기에서 모였고, 얻은 만족감의 까닭도 가지가지이지만, 심층적 진단에 따르면 여러 요인과 이유의 이면에는 자신에 대한 힐링이라는 궁극적 느낌이 존재한다.

힐링에 이르는 길에는 지식, 조리, 봉사 활동들이 어우러져 있으며, 음식을 통한 나와 타인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마을부엌을 통한 힐링은 행위들의 융합 그리고 나와 타인의 공유에 대한 결론이다. 여기에서 힐링에 이르는 또 하나의 길을 찾을 수 있으며, 그 지속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엿본다.

4. '다음" 마을부엌을 준비하자

관계성의 맥락에서 마을이나 공동체를 만드는 사업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공동체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나아가 흩어져 있는 관계들을 모아서 연결과 결속을 도모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공동체적 관계의 형성이라는 맥락에서 이번 마을부엌 시범사업에서 설정한 일곱 개 마을부엌 모둠은 다소 구분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지역 은평과 관악 모둠은 마을 봉사자들 중심으로 이미 존재하는 네트워크에 기반 하여 이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면, 아동, 청년, 직장인 대상의 마포 지역 모둠은 공동체적 관계의 새로운 형성이라는 함의가 있다.

또한 열린 식당 모둠은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문화 간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보다 적극적인 공동체 형성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참여자"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아동, 청년, 직장인들과 같이 기존에 소외되었던 주민들의 마을부엌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확인하였다. 마을부엌이 새로운 마을만들기를 위한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참여자의 규모나 사업지속성의 측면에서는 과제가 적지 않다. 이번 사업으로 주민들의 잠재적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다양한 마을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묶어낼 수 있는 "다음" 마을부엌을 위한 보다 섬세한 사회적 설계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마을부엌이 주로 기존 관계에 기반 하여 공동체적 관계의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면, "다음" 마을부엌은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목적을 지닌다.

다음 마을부엌을 위해서는 이미 확인된 운용자의 능력과 열정, 그리고 마을부엌에 대한 주민 욕구들 뒷받침 할 수 있는 공적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마을부엌이 지닌 지역마다의 고유 특성을 아울러 살려나가야 한다는 지적들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이제 다음 마을부엌을 위한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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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선업은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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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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