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15 10:15최종 업데이트 19.01.15 10:16
김영준님은 <골목의 전쟁> 저자로 2007년부터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경제 관련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편집자말]
올해 겨울은 예상보다는 춥지 않은 겨울이지만 자영업의 겨울은 유독 매섭고 길게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대비 29%가 오른 최저임금과 더불어 내수시장 환경의 변화는 자영업자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론의 변화도 이들에게는 매우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줄 능력도 없다면 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이러한 주장이 제법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와중이다.

자영업자들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자영업에 길은 없을까? 왜 자영업은 늘 포화상태인 것일까? 기업들이 자영업자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그래프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영업자, 비임금근로자, 임금근로자 비율 추이. 출처: 통계청 ⓒ 통계청

  
자영업자 본인과 사실상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의 비율추이를 살펴보자. 통계가 처음 시작된 1963년만 해도 농어업을 포함한 자영업에 종사하던 사람의 비율은 68%가 넘었으나 현재는 그 비율이 25%까지 하락했다. 반대로 불과 31%에 불과했던 임금근로자의 비율은 약 75%까지 상승했다.

이 지표는 우리나라가 겪은 어마어마한 변화와 성장을 상징한다. 당연한 일이다. 산업 혁명으로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이 확립되기 전에는 모두가 손으로 상품을 만들던 수제품의 시대였던 것처럼, 경제와 산업이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기업이 등장할 수 없었으며 모두가 개인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다.


지금 우리가 손에 꼽는 선진국들도 경제성장 초기에는 높은 자영업 비율을 기록했지만, 성장과 더불어 자영업 비율이 감소하고 임금근로자 비율이 증가하는 역사를 밟아왔다. 단적으로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1950년대에는 50%가 넘는 사람들이 자영업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겨우 12%의 근로자들이 종사할 뿐이다.

즉, 기업화는 경제성장의 과정이자 산물이며 기업화로 인해 자영업자의 영역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원래는 개인 사업자들이 담당했던 영역들이 성장하면서 중형·대형기업으로 성장하거나 대형기업이 진입하면서 임금 근로직이 일하는 영역으로 바뀐다. 따라서 기업의 자영업자 영역으로의 진입은 해당 분야가 성장 중이라는 뜻을 담고 있기에 그저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영업자들의 비율이 이토록 계속 감소 중임에도 자영업이 늘 포화중이라는 것도 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경제성장과 환경의 변화는 사회에 필요한 적정 자영업자의 수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자영업이 몸담는 시장은 늘 포화상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나 2000년대 들어서 일상화된 이커머스와 배달의 일상화는 적정 자영업자의 수를 더욱더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철저하게 지역에 국한된 자영업자의 영업기반은 이커머스와 배송으로 인해 무너졌다. 이커머스와 배송으로 인해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무언가를 살 수 있는 환경은 전통적인 상권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영업의 전망은 앞으로도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영역으로 떠나게 될 것이고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매달리는 것은 그것이 현재로는 선택지가 없는 경제활동 수단이라서다.
   

자영업자 현황 전달한 KBS<뉴스9> (2018/08/22) ⓒ KBS

 
시기마다 비율은 조금씩 다르긴 하나 자영업 신규진입자들 중에서는 임금근로자들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40대 이상의 창업과 40대 이하의 창업은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30대까지의 창업은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창업이다. 그러나 40대 이상의 창업은 자신의 커리어에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를 고용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영업이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자들이 만들어낸 일자리의 마지막에 가깝다. 이것이 현재의 비극을 부른 원인이기도 하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은퇴 혹은 조기퇴직 이후에 일할 일자리는 늘 부족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계속 일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한지를 묻는다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결국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사업을 통해 자기 자신을 고용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애초에 사업이란 것은 개인의 노후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수의 돈 잘 버는 기업들을 떠올리며 쉽게 생각하지만, 어마어마한 변동성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기업과 그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일이다.

즉, 일자리가 없어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흘러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능력 없는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낸다고 해도 이들이 일할 자리가 없다면 이들은 다시 자영업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자영업자의 문제는 곧 일자리의 문제고 사회보장제도의 문제다. 따라서 자영업 문제를 접근할 때 단순히 소상공인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자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기적이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만다.

더 많은 기업을 키워내고 자영업의 영역에서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을 통해 근로자들이 자영업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자영업 문제와 이로 인한 사회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단순히 그저 자영업을 보호하고, 기업이 진입하지 못하고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으며 현상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이 문제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자영업 문제에 대한 시각은 여기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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