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15 09:54최종 업데이트 19.01.15 09:54

양조장 대형 시루에 담긴 쌀. 양조장에서는 쌀 1가마니로 막걸리 6가마니 분량을 만든다. ⓒ 막걸리학교

 
쌀 10㎏으로 술을 빚으면 얼마나 만들 수 있을까? 알코올 도수 6% 막걸리는 몇 병이 만들어지고, 약주 13%나 안동소주 45%짜리는 몇 병이나 만들어질까?

쌀 막걸리, 쌀 소주라는 말이 있어서, 쌀로 술을 만들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쌀이 술이 되다니 신기하다. 과일이 술이 되다니 또 신기한 일이다. 또 술이 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꿀이 또 술이 될 수 있다. 언젠가 방송국 작가가 술이 되는 신비한 돌이 있다던데 그게 맞냐고 묻기에, 그럴 일은 없다고 했다. 인삼이나 뱀도 술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술에 담겨 있을 뿐이다.


술의 원료는 오직 전분과 당이다. 전분은 다당류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당류만이 술이 될 수 있다.

쌀 10㎏으로 술을 만들려면 누룩과 물이 필요하다. 누룩 속에는 당화효소와 효모가 들어있다. 쌀 속의 전분이 알코올이 되기 때문에, 전분이 어떤 경로로 알코올이 되고, 그 전분의 분자량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살피면 술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쌀이 삭아야 술이 되는데, 두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에서는 당화효소가 쌀 속의 다당류인 전분을 단당이나 이당류로 쪼갠다. 다음 단계에서는 효모(Yeast)가 단당이나 이당류를 먹고 알코올을 만든다. 당화와 알코올 발효는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발효, 발효, 발효... 쌀이 술로 변하기까지
 

쌀을 가루내서 반죽하여 밑술을 만들고 있다. ⓒ 막걸리학교

 
품종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지만, 쌀 속에는 전분 76%, 수분 12%, 단백질 8%, 지질 2%, 회분 2% 정도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쌀 10㎏에 들어있는 전분의 양은 7.6㎏이 된다. 전분은 물과 섞여 가수분해돼 포도당이 된다. 이때 필요한 물의 양이 전분의 11% 정도 되니, 질량 불변의 법칙을 적용하면, 전분이 포도당으로 바뀌면서 111%로 불어나 8.4㎏이 된다.

8.4㎏의 포도당을 효모가 먹고 에틸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 이때 에틸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전환되는 비율이 51.11 : 48.88로 대략 51대 49로 갈린다. 이 기준에 따라 에틸알코올이라는 액체가 4.3kg이 생기고, 이산화탄소로 날아가 버리는 양이 4.1㎏이 된다. 알코올 도수는 부피로 측정하기 때문에, 알코올 비중 0.794를 적용하면 4.3㎏ 에틸알코올의 부피는 5.4ℓ가 된다. 쌀, 전분, 포도당, 설탕 별로 알코올 환산계수가 다른데, 이를 표로 정리해보았다.
   

ⓒ 허시명

쌀 10㎏을 온전히 발효시키면 알코올 5.4ℓ가 생긴다. 하지만 당화가 잘 안 돼 전분으로 남아있거나, 알코올 발효가 잘 안 돼 당분으로 남아있는 것이 있어서, 전분이 100% 알코올로 넘어가진 않는다. 발효나 증류를 하는 과정에서 유실되는 알코올 양도 존재하게 된다. 이를 감안해 대략 전분의 85% 정도가 알코올이 된다고 계산하면, 쌀 10㎏에서 생성되는 알코올량은 4.6ℓ가 된다.

750㎖ 용량의 알코올 6% 막걸리에는 순수한 알코올이 45㎖가 들어있다. 알코올 4.6ℓ로는 일반 막걸리 76.6ℓ를 만들 수 있고, 750㎖ 용량의 알코올 6% 막걸리 102병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막걸리 양조장에서 쌀 10㎏을 가지고 막걸리 60ℓ 정도를 생산한다. 750㎖ 용량의 알코올 6% 막걸리로 치면 80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경우는 알코올 생성량이 3.6ℓ이니, 알코올 생성 효율은 66% 정도가 된다.

이는 막걸리를 만들면서 알코올을 최대한 뽑아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알코올 양만 늘리다 보면 맛의 균형감을 잃기 때문에, 알코올 20% 정도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막걸리는 알코올 15% 정도까지만 발효시켜서 도수를 맞추어 제품화시킨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적어도 쌀 10㎏으로 알코올 13% 약주를 73병, 45% 안동소주를 20병을 만들 수 있다.
 

송순을 넣어서 찐 고두밥을 식히고 있다. ⓒ 막걸리학교

 
요사이 햅쌀 10㎏ 가격이 3만 원 정도 한다. 아래 표2에서 보듯이 알코올 생성 효율 66%로 잡고, 햅쌀 10㎏으로 막걸리 80병(1병당 1300원)을 생산하면 10만 4000원, 약주 73병(1병당 3500원)을 생산하면 25만 5500원, 안동소주 20병(1병당 2만 원)을 생산하면 40만 원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 허시명

술값의 차이는 발효와 여과와 증류와 숙성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데, 술을 만들게 되면 누룩값과 물값도 감안해야 하지만, 쌀값의 3배에서 13배까지 가치가 올라간다. 남아도는 쌀로 술을 빚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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