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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의 수필집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가 2018년 9월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렸다.
▲ 황교안 전 총리 출판기념회 황교안 전 총리의 수필집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가 2018년 9월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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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 입당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황 전 대행이 2월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출마는 유력해 보인다. 

황 전 대행이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수 개신교와의 관계에 여론의 이목이 쏠리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 황교안 한국당행, 대선 노리는 그의 무기는 기독교?) 실제 황 전 대행은 보수 개신교와 인연이 깊다. 황 전 대행은 사법연수원 시절 수도침례신학교에서 야간 과정으로 신학을 공부했다. 황 대행의 부인인 최지영씨는 1988년 11월 <주간기독교>란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총리는 새벽 2시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성경공부를 한다"고 말했었다. 

또 그가 출석하던 성일침례교회에서 협동전도사로 시무한 적도 있었다. 황 전 대행은 부산고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엔 부산해운대 침례교회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와 친분을 맺었던 신이건 <한국기독신문> 발행인은 2015년 11월 "훗날 법조인의 삶을 마치면 일반 목회를 할 계획이라고 그가 한 간증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보수 개신교계도 황 전 대행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보수 개신교계가 주목한 시점은 2015년 5월, 황 전 대행이 국무총리 물망에 올랐을 때다. 이때 보수 개신교계는 황 전 대행을 요셉에 빗대곤 했다. 요셉은 형제들의 모략으로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총리에까지 오른 성서 속 인물이다. 이에 보수 개신교계는 황 전 대행이 총리에 오른 걸 두고 그를 요셉과 같은 반열에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정서는 온라인상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개신교인들이 개설한 단체 카톡방엔 "황 후보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일에 다니엘과 같이 쓰임받는 하나님의 일꾼이다. 우리의 기도가 그에겐 천군만마와 같다"는 지지 문자가 확산됐다. 브니엘신학교 최덕성 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전도사가 대통령인 나라, 나는 꿈꾸어 본다"고 적기도 했다. 

황 전 대행과 보수 개신교, 시너지 가능할까?

황 전 대행과 보수 개신교와의 관계는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황 전 대행은 자주 여러교회 간증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수 개신교의 표를 의식한 발언도 자주 했다. 

대표적인 발언은 2017년 10월 제44회 극동포럼에서 열린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과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당시 황 전 대행은 "동성애 문제가 공공연하게 퍼져가고 있다"며 "다행히 이런 것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이 여러 번 입법시도가 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여러분들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황 전 대행이 보수 개신교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다. 보수 개신교는 보수 정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렇게 볼 때 전도사 이력을 가진 황 전 대행이 개신교계의 표를 얻는 데 다소 유리한 입장이긴 하다.

그러나 개신교 안에서도 분명 이념적 스펙트럼은 존재한다. 황 전 대행 재임 당시 개신교 내 진보진영은 여러 차례 그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황 전 대행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시한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러자 진보성향의 개신교 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탄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황 전 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도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촛불민심을 거스르며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특검 수사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의 날개 없는 추락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며 손동작과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 항소심 첫 재판 마친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며 손동작과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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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계의 '표' 결집력은 선거에서 두드러진다. 2007년 대선에서 보수 개신교는 소망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단 종파인 신천지와 유착 의혹을 받자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한기총은 해명 기자회견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현실 정치에서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추진하는 의제에도 지지를 아끼지 않아왔다. 이 같은 선례에 비추어 볼 때, 황 전 대행의 등판으로 보수 개신교계가 다시금 결집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2007년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보수 개신교는 보수 정권을 지지한 데 따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종교전문기자로 활동하는 백중현은 자신의 책 <대통령과 종교>에서 이렇게 적었다.
"개신교는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키웠지만, 이명박 집권기를 거치면서 여러 형태의 위기상황을 맞는다. 이미지와 신뢰도, 교세의 동반하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개신교의 하락 양상은 박근혜 전 정권 시절 더욱 가속화됐다는 판단이다.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12.28한일 위안부 합의·역사 교과서 국정화·개성공단 중단 등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의제에서 어김없이 정권의 우군을 자처한 데 따른 결과다. 

더구나 지금 보수 개신교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 받으며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물론 매주 주말, 그리고 3.1절, 8.15광복절 등 중요한 시점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 가운데엔 보수 개신교 신도들이 꽤 많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지만 정권 자체를 흔드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본다. 실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며 대규모 거리집회를 주도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기도 했으니까.  

이런 상황임을 감안해 볼 때, 황 전 대행이 보수 개신교의 결집을 이끌어 낸다 해도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보수 개신교계는 종종 선거 국면에서 신앙관 검증도 없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특정 후보자를 향해 맹목적인 지지를 강요하곤 했다. 황 전 대행의 한국당 입당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 개신교계가 재차 결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지점에서 잠깐 황 전 대행의 신앙관을 검증해보자. 개신교,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황금률'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황금률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 <마태복음 7:12>

황 전 대행은 재임 시절 과잉의전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승용차를 타고 서울역 플랫폼까지 진입하는가 하면, 그를 태우러 온 의전 차량이 시내버스 정류장에 불법 정차하는 일이 있었다. 이 일에 비추어 볼 때, 황 전 대행은 황금률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대접하기 보다 대접을 받으려 했으니 말이다. 

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아모스 예언자의 부르짖음이 무색하게 황 전 대행은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해오던 박영수 특검의 시한연장도 막았다. 

이런 사람이 과연 '참' 그리스도인일까? 보수 개신교계가 2007년 대선 때처럼 검증은 안중에도 없이 황 전 대행을 향해 맹목적인 지지를 공공연히 강요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감히 전망해 본다. 무엇보다 개신교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굿모닝충청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황교안, #자유한국당, #보수 개신교, #전광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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