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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 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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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7일 오후 6시 49분]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들의 화두는 전기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인 모양이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지난해 모델 엑스(X)로 시장의 포문을 연데 이어 재규어와 아우디, 그리고 점유율 1위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까지 같은 차종의 신차를 선보인다.

이 중에서 영국의 재규어가 지난 14일 시장 가장 먼저 중형 전기 SUV, 아이(I)-페이스(PACE)를 출시했다. 이에 18일 인천 영종도와 송도 일대 약 90킬로미터(km)를 돌며 I-PACE의 상품성을 직접 느껴봤다.

'친환경차' 티 내지 않는 외관 디자인... 전기차보다 재규어

I-PACE는 파란색의 전기차 전용 번호판만 아니면 첫 눈에 친환경차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 생긴 것만 봐서는 내연기관차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차체의 크기 및 세부적인 특징만 달라 보일뿐, 재규어의 다른 SUV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냉각계통에 찬 공기를 넣어주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대로 남아있다.

앞서 출시된 다른 브랜드들의 전기차에는 라이에디터 그릴이 없다. 엔진 대신 모터가 들어가면서 필요가 없어졌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크기가 상당히 작아졌으며 공기 구멍이 막혀 기능을 상실했다. 그릴의 빈자리가 메워진 모습은 어색하면서도 나름의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를 구분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I-PACE는 이를 거부했다. 크기도 모양도 다른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재규어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공기 구멍은 막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에 공기 통로를 만들어 보닛쪽으로 빠지도록 설계해 저항을 줄였다.

전체적인 모습은 입체적이며 긴 휠베이스(앞뒤 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와 짧은 오버행, 낮은 높이는 쿠페와 같은 날렵한 인상을 부여한다. 실내는 미래 지향적인 캡(Cab)-포워드(Forward) 콘셉트로 설계됐다. 운전석의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 화면으로 전달한다.

차량 관련 정보 및 기능, 3개의 디지털 화면으로 해결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실내.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실내.
ⓒ 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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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치 상단 화면은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차량에 대한 정보와 기능을 조작할 수 있고, 5인치 하단 화면을 통해서는 공조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회생제동 단계 조정을 몇 번의 터치로 여러 화면을 거쳐야한 다는 점이 번거로웠으며 주행 중에는 위험했다. 또, 작동 중 갑자기 화면이 온통 검은색으로 먹통이 됐다가 몇 초가 지나자 멀쩡하게 돌아왔다.

열선 시트 작동도 화면으로 조절하면 손가락 노동을 한 의미없이 이내 꺼져 버렸다. 화면 양쪽 밑으로 있는 다이얼을 잡아당겨 오른쪽으로 돌리면 열선, 왼쪽으로 돌리면 통풍이 된다. 다시 당기면 냉난방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날 회사 관계자는 I-PACE를 소개하면서 역동적인 고성능 전기차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kg.m의 힘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8초가 걸린다. 포르쉐 911 카레라에스(S)의 성능이 각각 450마력, 54.0kg∙m인 것을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다.

고성능 전기 SUV, 넘치는 힘 '짜릿'

이날 시승을 통해 이 같은 수치를 체감할 수 있었다. 가속(액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힘껏 앞으로 달려나갔다. 신속하게 속력을 끌어올렸다. 이는 전기차 자체의 특징이기도 한데, I-PACE는 앞과 뒤 쪽에 장착된 초경량 모터가 보다 즉각적으로 토크와 출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차량에 탑재된 엘지(LG)화학의 90kWh 리튬이온 배터리는 1회 완전 충전 시 333km 주행이 가능하다. 80% 충전 소요 시간은 100kWh 급속 충전기는 40분, 50kWh 급속 충전기는 90분이다. 배터리 셀은 LG화학의 것을 썼지만, 모듈의 열 및 에너지 효율 시스템은 재규어의 솜씨다.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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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시 엔진소음이 없어 상대적으로 바람소리(풍절음)가 크게 들려왔다. 그에 비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상당히 적었다. 외부에서는 안전을 위해 시속 20km 이하에서 인위적으로 차량 소리가 나도록 했다.

이 같은 가속 성능은 만족스러웠으나, 회생제동은 다소 아쉬웠다. 더 작은 차급의 전기차도 회생제동의 단계를 0부터 3까지 총 4개로 나눈 반면, I-PACE는 '높음'과 '낮음' 2개뿐이다. 둘 사이의 정도 차이도 크다. 물론, 짤막한 시승이었지만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또, 높음일 때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지 않아도 제동이 강해 제법 울컥거렸다.

조립 품질와 내장재도 실망스러웠다. 10인치 화면 옆이 들떠 틈이 보였고, 조수석 대시보드 위의  우레탄 같은 폭신한 재질을 누르자 플라스틱과의 접착 부위가 쉽게 떨어졌다.

실내공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가 긴 것에 비해 수납공간이 넉넉한 편도 아니다. 조수석 대시보드 서랍인 글로브박스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박스도 동급에 비해 작고 좁다. 대신 변속기와 엔진이 있던 자리에 656리터(l) 용량의 추가 적재 공간을 하나 더 마련했다.

시승을 마친 뒤 주행 성능 외의 부분에서 지불한 가격만큼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배터리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I-PACE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1040만 원~1억 2800만 원이다.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중형 SUV, I-페이스(PACE).
ⓒ 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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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재규어, #I-페이스, #전기차, #전기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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