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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고등법원 판결 후 3년째 1월 21일.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등 신임 집행부들이 조속한 판결을 축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개월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는 상고심 재판을 3년째 끌고 있는 것은 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고등법원 판결 후 3년째 1월 21일.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등 신임 집행부들이 조속한 판결을 축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개월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는 상고심 재판을 3년째 끌고 있는 것은 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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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려진 날이다. 이날로부터 정확하게 3년이 지난 2019년 1월 21일 권정오 위원장을 비롯한 신임집행부가 대법원 앞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양승태 구속! 사법적폐 청산!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외쳤다.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판결 선고기간)에 의하면, 대법원은 상고가 제기된 후 4개월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4개월이 아니라 만 3년을 넘겼는데도 대법원은 선고를 내리지 않고 있다. 곧 40개월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법이 정한 기한 4개월의 10배인 40개월을 기어이 채우려고 하는 것인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2010년 3월 이명박 정부가 '해직교사를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0월 전교조에 팩스로 '법외노조'라 통보했다. 벌써 5년 하고도 3개월, 63개월 전 일이다.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대법원이 국민 한 사람의 사건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도 비난받을 일인데, 5만 명의 회원이 가입된 조직의 존폐를 다루는 소송을 3년이나 끌고 있다는 것은, 그것도 본안소송은커녕 가처분소송을 그렇게 끌고 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하기 힘들다. 이러고도 대법원이, 판사들이 법을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대법원의 책임 회피를 더 우습게 만드는 것은 피고인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법률 개정 등에 시일이 걸리는 점, 전교조 문제가 상당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고 그에 따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 시 본안 및 집행정지 소송에 대해 법원 판결을 통해 긴 시간 지속되어 온 논란이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만약, 법원의 본안 판단이 이른 시일 내에 내려지기 어렵다면 본 효력정지 여부에 대해 최대한 조기에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2018년 9월, 고용노동부가 대법원에 낸 서면 일부)

고용부의 이 서면에는 본안 판단이 당장 어렵다면 효력정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라도 "최대한 조기"에 내려달라는 내용이 있다. 언뜻 보면 권리 구제를 요구한 전교조의 서면 같지만 우습게도 이건 고용부의 요구 사항이다. 원고와 피고 모두 빨리 판결 선고를 해달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말이 없다. 법이 정한 시일은 4개월은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의 9배를 넘어서 10배에 가까운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BH의 하명을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국회에서 판사를 불러서 재판 개입하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년 총선 후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쪽이든 대법원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MB 기획-박근혜 집행-양승태 뒤처리?

세상에 드러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꼼꼼히 전교조를 챙겼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공개된 2014년 6월 15일~12월 1일이라는 170일간의 기록 중 전교조 관련 내용이 무려 42일에 걸쳐 등장한다. 4일에 한 번꼴로 청와대에서 전교조를 손수 챙긴 것이다.

특히 법원 선고가 내려지는 6월 19일 이전에 미리 재판 결과를 알고 있는 듯 '재판 결과를 철저히 집행하도록 수석과 관계 부처가 한 기록들이 등장하고, 선고 바로 다음 날인 20일 수첩에는 "긴 process 끝에 얻은 성과"라며 판결 결과를 자축하는 기록이 등장한다.

이렇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밀어붙인 전교조 법외노조 만들기 작업의 뒤처리를 한 것이 양승태 법원이었다. '사법농단'이 불거진 뒤 양승태 대법원이 전교조 판결을 '박근혜 정부 정책에 협조한 대표 사례'로 자랑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 소송 관련 소장을 법원행정처가 대신 썼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가 기획하고, 박근혜 정부가 집행하고, 양승태 대법원이 뒤치다꺼리를 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행정부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하든,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든, 아니면 대법원에서 판결 선고를 하든, 국가의 3권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다면 이 전교조 사건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모두 전교조 관련해 총체적이고, 고의적으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3년이면 지금도 너무 늦었다. 김명수 대법원은 스스로 양승태 대법원이 적폐로 전락한 그 길을 따라서는 안 된다. 사법적폐의 대표적인 사례인 전교조 판결부터 바로 잡는 것이 적폐를 벗어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대법원은 지금 당장 전교조 사건 판결부터, 본안 판결을 못 하겠거든 가처분 판결이라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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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