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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가족들과 JTBC <뉴스룸>을 시청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청담동 신축건물 공사장 화재사건' 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멘트는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청담동 신축 건물 공사장에서 불이 났다. 강북도 놀란 시커먼 연기였다. 인부들은 대부분 퇴근한 뒤였고, 건물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곧바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물론 악의적 의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순간 '인부'라는 표현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도대체 인부는 어떤 사람일까요?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인부(人夫) : 막일꾼 순화 및 표준어 대상어. 노가다의 순화어 및 표준화 용어. (공사판)노동자, 막일꾼.


아마도 기자는 건설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노가다'를 하는 노동자를 인부라고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건설노동자라는 표현 말고 굳이 인부라는 표현을 써야 했을까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말은 세태를, 시대를, 말하는 사람의 인격을, 더 나아가 지위와 환경, 계급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회가 '근로'라는 말을 '노동'으로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헌법 중 '근로의 의무'를 '노동의 권리'로 개정하려고 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시대에 근로자도 아닌 인부라니요.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 시위를 펼쳐 체포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의 영장실질 심사를 앞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삼거리에서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부당 영장청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 시위를 펼쳐 체포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의 영장실질 심사를 앞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삼거리에서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부당 영장청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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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비정규노동자들이 청와대 앞 시위 도중 잡혀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노동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영장의 표현이 매우 충격적이었는데요, 대한민국 90만 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업인들이 한 말도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법을 집행한다는 사람들의 공식문서였습니다. '노동자는 국민 아님'을 이토록 명명백백하게 공표한 공문서가 이제껏 있었을까요? 박근혜 정부 때도 노동자를 '암'으로 표현했던 경우를 우리는 알고 있지 못합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부가 출범하고 2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노동정책은 후퇴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노동자가 살기 나은 세상'은 갈 길이 요원해 보입니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방송에서의 '인부'라는 표현이 단순한 실수나 부주의가 아니라, 단지 말의 후퇴가 우연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후퇴, 노동자 권리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우리는 '인부'에서 시작해, 자본에 종속되어 근면하게 일하는 '근로자'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고 쟁취하는 주체적 인간인 '노동자'로 끊임없이 투쟁하며 발전해왔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라는 말은 역사를 담고 있고, 시대를 담고 있고, 그 사회의 정치적 수준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하긴 모든 언론들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이 사회를 대표적으로 반영하는 거울인 언론부터 '말'을 바꿔야 할 듯합니다. '인부'는 건설노동자로, '근로자'는 '노동자'로 용어를 바꾸고 통일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노동자'에게 '노동자'라는 제 이름을 되찾아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요.

그렇다고 노동자들의 지위가 단번에 올라가지 않겠지만 적어도 '노동자'가 '암적 존재' 취급은 안 받지 않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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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활동가,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 딸의 엄마이자, 노동자의 아내로 노동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사에 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