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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고 가파른 성남 구도심 골목
 좁고 가파른 성남 구도심 골목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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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집 주면 새집 준다는, 즉 재개발·재건축 같은 전면 철거 방식 도시개발은 이제 어렵다. 새집을 받기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내야 하고, 보상 문제를 두고 갈등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개발은 대부분 아파트를 짓는 사업인데, 언제부턴가 아파트가 최고의 주거 형태가 아니라는 인식도 번졌다. 층간소음 등 문제 때문이었다.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기존 재개발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마을의 역사,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추억까지 불도저로 밀어야겠느냐는 반성도 일었는데, 이 또한 재개발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낙후한 마을에서 그대로 살아야 할까. 그대로 두면 곧 허물어질 것 같은 낡은 집은 또 어쩌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도시 재생'이다. 마을 전체를 불도저로 밀고 아파트를 짓는 대신, 오래된 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재생의 의미는 지난 2013년 만들어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아래 특별법)'만 봐도 알 수 있다.

특별법은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도시재생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역시 주차장 문제다. 이와 함께 안전 위험이 있는, 곧 허물어질 것 같은 낡은 주택도 주차장 못지않은 난제다. 집주인 주머니 사정이 집수리를 못할 정도라면, 해결 방법을 찾기조차 어렵다.

이 두 가지 난제를 한꺼번에 풀 해법을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2013년 내놓았다.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을 매입해 주차장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 22일 오전 성남시를 찾아 사업의 진행 현황 등을 살펴봤다.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낡은 주택을 사들여 조성한 골목 주차장, 성남시 신흥 1동
 낡은 주택을 사들여 조성한 골목 주차장, 성남시 신흥 1동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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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만들어 주니까 주민들은 굉장히 좋아하죠. 그런데 땅을 매입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성남시 담당 공무원 말이다. 땅 매입이 쉽지 않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20필지를 매입하려 했는데, 가격 절충이 이루어지지 않아 13필지밖에 사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생각보다 좋은 가격에 땅을 팔았다고 기뻐하는 주민도 있다고.

이 사업을 진행한 곳은 주차난이 심각한 성남시 수정·중원구다. 이곳은 1970년대 초에 조성된 서울 철거민 이주단지(광주 대단지)다. 당시 한 필지(하나의 지번, 하나의 소유권)를 66㎡(20평)로 쪼개서 분양했다. 그러다 보니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차량 등록 대수(15만640대)에 비해 주차 면(7만4708대)도 심각하게 부족하다.

성남시는 이 지역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260억 원을 투입, 단독주택 87필지를 사들여 주차 공간 309면을 조성했다. 올해에도 56억 원을 투입해 15필지를 사들여 주차장 45면을 만들기로 했다.

땅 매입은 매각 신청을 받은 뒤 그중에서 대상지를 선정하고, 합의가 이루어지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순으로 진행한다. 가격은 감정평가로 결정한다. 워낙 낙후된 지역이다 보니, 땅 팔기를 희망하는 이는 많은 편이다. 그러나 가격 합의까지 이르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주차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한다. 한 면당 1개월에 4만 원의 요금이 책정돼 있다. 주차 차량은 2년에 한 번씩 추첨으로 선정한다.

성남시는 이밖에도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공원 조성사업, 시립 어린이집 조성사업, 전선 지중화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은수미 성남시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공원 조성 사업'이다.

좁은 급경사도로에서 '골목주차장'은 사막의 오아시스 
 
 성남 구도심 골목 주차장, 수진 1동
 성남 구도심 골목 주차장, 수진 1동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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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난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수백억 원을 들여 골목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일까. 이 사업으로 재개발을 하지 않고도 깨끗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이날 기자는 직접 주차장 두 곳 (수정구 신흥1동, 수진1동)을 둘러봤다.

신흥 1동 주차장 부근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말로만 듣던 주차난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도로 폭이 워낙 좁아 비교적 한산한 대낮인데도 차를 잠시 세울 곳이 없었다. 밤이 돼 차가 많아지면 차를 몰고 이 도로를 빠져나가기도 힘들 것 같았다.

길은 또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랐다.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배에 힘을 주고 나서야, 액셀을 밟을 수 있었다. 차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빠듯해 보이는 좁은 도로에 까마득해 보이는 급경사 언덕배기. 간신히 언덕배기 중턱에 도달했을 즈음 내비게이션이 우회전을 요구했다.

급경사를 치고 올라 직각으로 꺾어야 하는 고난도 운전 기술을 요구하는 길이었다. 어르신 한 분이 길 모서리에 서 있어서 심적 부담이 더 컸다. 그러나 멈출 수도 없었다. 워낙 급경사라 멈추면 그대로 차가 뒤로 밀릴 것 같아서다. 무사히 우회전을 마쳤을 때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200m 정도를 더 오르자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주차장은 겨우 차 3대를 세울 수 있는 작은 규모였지만, 기자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반가운 존재였다. 이곳 주민들에게도 그런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 붙어 있는 골목 주차장 이용 설명서
 주차장에 붙어 있는 골목 주차장 이용 설명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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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1동에 있는 주차장 부근 골목도 신흥 1동과 비슷하게 좁고 가팔랐다. 역시 차 3대를 세울 수 있는 작은 규모였지만, 그곳이 있어 차를 잠시 세우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성남 중원·수정구에는 이렇게 작은 '골목 주차장'이 87곳이나 있다. 이 사업으로 성남시가 구도심의 난제인 주차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기는 아직 이르다. 가난한 원주민을 내쫓을 수밖에 없는 재개발을 하지 않고도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이라 말하기에도 이르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다 공원조성사업 등을 더해 성남시가 구도심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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