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두 감독의 나이를 한국 나이로 계산해 합하면 141세다. 필리핀을 이끌었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과 함께 이번 대회 최고령 감독들이다.

리피 감독과 케이로스 감독에게는 이번 아시안컵이 대표팀에서 치르는 마지막 메이저대회다. 리피 감독은 지난해 11월 아시안컵을 마치고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란과 6개월 계약을 연장한 케이로스 감독은 이번대회를 마치고 콜롬비아 대표팀 감독 부임설이 나오고 있어 8년 가까이 이끌었던 이란을 떠나는 것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이제 두 감독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됐다. 중국과 이란은 25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알 자지라 모하메드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8강전을 치른다.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 승부상 리피와 케이로스, 둘 중 한 명은 팀과 작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피 감독의 용병술이 더욱 중요해진 중국

리피와 케이로스 두 감독의 장점이라면 엄청난 지략과 전술적인 역량을 보여주며 경기를 가져갈 줄 안다는 점이다. 특히 리피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엄청난 용병술을 보여주며 중국을 8강까지 이끌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리피 중국 축구팀 감독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3차전 한국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리피 중국 축구팀 감독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3차전 한국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팀은 이전까지 평가전에서의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였고, 주전들의 고령화도 지적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중국이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발휘되는 리피 감독의 용병술로 8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 시작은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1차전이었다. 당시 전반전을 0-1로 뒤진 리피 감독은 하프타임 라커룸 대화에서 선수들을 정신무장시켜 후반전 경기에서 역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리피 감독은 전반 24분 만에 공격수인 위 다바오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는데, 위 다바오는 1-1로 맞선 후반 32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리피 감독의 용병술은 태국과의 16강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당시 0-1로 뒤진 채 전반전을 마무리한 중국은 후반전 2골을 넣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골을 기록한 선수는 샤오즈였는데, 샤오즈는 후반전 교체투입된 지 3분만에 역전골을 터뜨리며 중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중국은 팀이 승리가 필요할 때 리피 감독의 선수교체를 통한 용병술이 빛을 발하며 그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리피 감독의 용병술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태국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중국의 샤오즈(오른쪽)

태국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중국의 샤오즈(오른쪽) ⓒ AP/연합뉴스

 
다만 중국으로서는 특히 수비에서 장린펑의 결장이 뼈아프게 됐다. 중국은 지난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부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로테이션 전략을 펼쳤는데, 핵심선수가 빠졌을 때 팀 전력의 한계가 여실히 보였다. 3백과 4백을 혼용해 사용하는 중국의 수비전술에서 장린펑의 활약이 크다는 점을 상기해봤을 때 장린펑의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은 분명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의 공격진은 이란의 수비를 뚫기엔 다소 의문을 남긴다.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득점은 7골인데, 모두 키르기스스탄, 필리핀과 같은 전력이 한 수 아래인 팀을 상대로 기록한 득점이다. 그렇기에 한국전에 이어 또 다른 강호인 이란을 상대로 중국의 공격이 얼마나 터져줄지 의문이다.

케이로스, 이란 감독으로 100번째 경기로 가는 첫 번째 고비

2011년 4월에 이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케이로스 감독은 약 7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세대교체에 실패해 전력이 떨어졌던 이란 대표팀의 전력을 상승시키면서 이란이 아시아 축구 강호로 올라오게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동안 이란은 이란 축구 역사상 최초로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룩했다. 이어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이는 공격으로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팀에 확실한 색채를 입혔다. 특히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선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와 한 조에 속해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당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끝까지 괴롭히며 이란 축구가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지난 2018년 6월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다만 지금까지 8년 가까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물론 지난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선 최종예선 무패에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결과를 보였지만 문제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케이로스 감독이 아시안컵에 처음으로 출전했던 2015 호주 대회에선 8강에서 이라크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이어 러시아 월드컵에선 선전했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에선 명암이 엇갈린다.

그러기에 이번 아시안컵은 이란은 물론이거니와 케이로스 감독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좋다.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로 통과한 데 이어 16강 오만전을 승리하며 순조롭게 8강에 오른 이란은 타레미, 데자가, 자한바크쉬, 아즈문이 골을 터뜨리며 9골을 기록했다. 그러는 동안 수비는 4경기 모두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여전히 '짠물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도 중국보단 이란이 좋다. 중국은 기동력 측면에서도 주전들의 고령화가 심하고, 수비진에서도 장린펑이 빠진 상황이다. 중국의 수비진을 상대로 타레미나 자한바크쉬, 아즈문 등이 충분히 골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의 공격진이 이란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기란 힘겨울 듯하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예멘을 상대로 득점 후 환호하는 타레미(가운데) 등 이란 선수들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예멘을 상대로 득점 후 환호하는 타레미(가운데) 등 이란 선수들 ⓒ EPA/연합뉴스

 
이란에는 중국과의 경기가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첫 번째로는 2004년 아시안 컵에서 4강에 오른 이후 2007년부터 지난 대회까지 모두 8강 문턱에서 주저 앉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그 벽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이번 경기만 넘긴다면 이란은 4강에서 일본을 만날 것이 유력하고, 일본만 넘는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100번째 경기로 가는 첫 번째 고비라는 점이다. 2011년 4월에 부임한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21일 오만과의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르면서 이란 대표팀 감독으로 97번째 경기를 치렀다. 만약 이란이 결승까지 간다면 케이로스 감독은 결승전에서 이란 대표팀 감독으로 100번째 경기를 치르고 작별하는 상황이다.

결승전까지 진출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이란과 케이로스 감독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과연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축구대표팀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16일(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란 선수들이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2018.6.16.

지난 2018년 6월 16일(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란 선수들이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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